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전현석)이 자사의 낡은 도제식 수습교육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제식 수습교육을 고수하는 대표 언론사의 노조에서 나온 개선 요구라 주목된다. 노조는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부터 각 부 부장, 전문기자들이 수습을 대상으로 강연 또는 대화의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수습교육은 사회부 기동팀의 각 경찰서 라인 1진 기자가 수습기자들을 맡아 취재·기사쓰기 등을 가르치는 ‘도제식’으로 운영된다. 

1진 기자 위로 사회부 캡과 바이스가 있지만 무엇보다 1진 기자가 누구냐에 따라 교육 내용과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

지난 17일 발행한 노보를 보면, 한 조합원은 “동기 한 명은 아이템 발제는 뛰어났지만 수습 마치도록 경찰서 각 부서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몰랐다”며 “반대로 경찰 내부 사정에는 밝지만 아이템 발제는 거의 못하는 동기도 있었는데 1진 영향이 컸다”고 했다.

▲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53년째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53년째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노조는 “‘기동팀 1진이 수습을 제대로 가르칠 연차가 못 된다’는 지적은 수년간 편집국에서 계속돼 왔지만 기동팀의 저연차화는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도 도제식 수습교육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입사한 조선일보 60기 수습기자들은 노사 합의에 따라 ‘3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를 적용 받고 있다. 통상 오전 6시 출근해 자정 퇴근한다. 하지만 수습기자들을 책임지는 1진은 52시간제 적용 대상이라 이른 아침과 밤늦게 수습 교육을 할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며 경찰서가 출입처로서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경찰에서 중요한 정보나 기사거리가 나오는 일이 점차 줄고 있다. 언론사에서 경찰발 사건·사고 기사가 과거에 비해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노보에 따르면 한 조합원은 “수습이 경찰 취재 과정에서 불필요한 냉대와 좌절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자라는 직업에 재미를 느껴보기도 전에 실망하고 좌절하게 된다”고 했다.

수습 기자들을 대하는 1진 선배 기자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조합원은 “예전처럼 욕을 하거나 고함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면서도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선배가 위악적으로 느껴질 만큼 다그치는 경우는 여전히 많다”고 했다. 이는 ‘수습을 너무 풀어주면 안 된다’거나 ‘한 사람 몫을 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라는 생각에서 비롯한 행동이라는 것이 노조의 진단이다.

노조는 취재 교육, 기사·칼럼 작성법 등을 구체적 계획에 따라 수개월 간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습을 사회부 외에 다양한 부서에 순환 배치시키거나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맞는 교육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시됐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환경에 맞는 기사 쓰기, 인터넷 검색, 소셜미디어·유튜브 활용법, 데이터 저널리즘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조는 내부에서 “취재나 기사 작성법 외에 조선일보 기자 정신을 고양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김대중 고문부터 각 부 부장, 전문기자들이 수습을 대상으로 강연 또는 대화의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조합원은 “각 부 부장이나 선배들이 돌아가며 수습에게 밥과 술을 사는 문화는 사라진지 오래”라며 “이런 식으로라도 수습과 선배가 만나는 기회가 늘면 선·후배간 소통이 강화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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