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SBS ‘8뉴스’가 첫 보도한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여러 언론이 받아쓰거나 추가 보도하면서 일주일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공방이 치열하다. 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1일 한 시민단체가 손 의원을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죄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여부는 수사기관이 가려야 할 몫이 됐다.

핵심은 손 의원이 전남 목포시 구도심 일대가 문화재거리로 지정되기 전 가족과 지인 명의로 이 지역 건물들을 대거 사들였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투기와 이익충돌금지 원칙 위배 의혹의 출발점이다. 추가 보도에 의해 손 의원 가족과 지인 등이 이곳에 매입한 부동산이 ‘9→10→14→20→22’로 그 수가 크게 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 조선일보 18일자 1면.
▲ 조선일보 18일자 1면.
보수언론은 여기에 ‘손혜원 타운’ 프레임을 얹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18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을 “‘손혜원 타운’에 들어갈 나랏돈 1100억”으로 뽑았다. 손 의원 가족과 지인들이 매입한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과 인접 지역에 투입될 국가 예산이 11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목포 구도심에 ‘손혜원 타운’을 만들려 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가운데 이목을 끌고 있는 보도는 목포 MBC다. 목포 MBC는 21일 “SBS의 손 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 보도가 제기되면서 일부 보수언론이 목포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을 ‘손혜원 타운’ 등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며 “자유한국당 등도 ‘손혜원 랜드’를 언급했다. 목포 도시재생 사업에 과연 이런 단어 사용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목포 MBC 보도를 종합하면 목포 유달동과 만호동 일대에서 시행 중인 도시재생 사업은 모두 3가지다. 국토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인 ‘1897개항장 거리’와 ‘서산온금 보리마당’,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등이다. 이 가운데 1897개항장 거리 사업과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은 면적의 91.6%가 중복된다. 

중복된 면적을 제외한 목포시의 도시재생 사업 면적은 40만3933㎡(12만2000여평)고, 이 가운데 손 의원 측이 밝힌 자신과 관련한 면적은 990㎡(300평)이다. 이는 목포시 전체 도시재생 면적의 0.24%에 불과하다. 손 의원 측이 소유한 토지 대부분이 문화재 보호 구역에 편입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있다는 점에서 ‘손혜원 타운’, ‘손혜원 랜드’ 프레임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 목포 MBC가 지난 21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영상도 쟁점이 되고 있다. 목포 MBC는 손 의원이 공개한 재단·법인 취득 부동산 16개 필지를 전수 조사했다. 사진=목포MBC 유튜브
▲ 목포 MBC가 지난 21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영상도 쟁점이 되고 있다. 목포 MBC는 손 의원이 공개한 재단·법인 취득 부동산 16개 필지를 전수 조사했다. 사진=목포MBC 유튜브
목포 MBC가 지난 21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영상도 쟁점이 되고 있다. 목포 MBC는 손 의원이 공개한 재단·법인 취득 부동산 16개 필지(하나의 지번에 붙는 토지의 등록 단위·이 가운데 건물 12채, 땅 4곳)를 전수 조사했다. 

영상은 겉보기에 건물 한 개라도 지번은 3개로 구성돼 있는 등 필지와 건물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투기 의혹은 무엇보다 건물 숫자를 앞세워 커지고 있”는 만큼 해당 필지를 직접 살핀 것이다. 

또 목포 MBC는 300평 규모의 해당 공간에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앞 공간과 뒤 공간 연결을 위해선 건물을 다 같이 살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영상 공개 이후 누리꾼들은 “목포 MBC가 열일하고 있다. SBS는 역풍 맞을 각오해야”, “맙소사! 이걸 가지고 22채라고 난리친 건가. 당하는 입장에서는 열통 터질 듯” 등 목포 MBC 보도에 호응했다.

실제 SBS ‘8뉴스’는 첫 보도에서 손 의원 측이 건물 9채를 갖고 있다고 보도한 뒤 18일 보도에서 “나흘 만에 9곳에서 22곳”으로 늘어났다며 “필지를 기준으로 모두 22곳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집계 단위가 ‘채’에서 ‘곳’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첫 보도를 한 김종원 SBS 기자는 “목포 MBC 영상을 보면 한 지붕을 공유하고 건물들이 연결돼 있는 것으로 설명되지만 각 건물들의 매입 시기와 주인은 달랐다. 손 의원 측은 각기 다른 사람에게 다른 가격으로 매입한 것이고 등기도 각각 했다”며 “공간 구조가 덩어리로 돼 있다고 해서 한 건물로 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SBS 보도에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 SBS 8뉴스 2019년 1월18일자 화면.
▲ SBS 8뉴스 2019년 1월18일자 화면.
김 기자는 집계 단위가 ‘채’에서 ‘곳’으로 바뀐 것에는 “첫 날 보도에서 건물 9채를 (손 의원 측이) 매입했다고 보도했는데 9채는 건물이 맞다”며 “다만 (필지 기준으로) 모두 22곳이라고 보도한 것은 매입 부동산에 땅까지 포함되면서 더 이상 ‘채’라는 표현으로 통일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곳’이라고 바꿨다”고 말했다. 이처럼 손 의원 부동산 보도는 매체 간 경쟁 보도와 논박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박영훈 목포 MBC 보도부장은 “여러 언론 보도들이 쏟아지면서 도시재생 사업이 특정인에 의해 주도되는 것처럼 비쳐지는 측면이 있다”며 “이번 사안은 도시재생과 문화재 복원 유지 관점에서 목포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 사안을 두고도 다양한 지역 주민 목소리가 있다. 경북 영주, 전북 군산 등 문화재로 지정된 또 다른 지역 관련 이슈를 안동·전주 MBC와 함께 보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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