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미디어오늘 기사에 ‘유감’을 표명했다.

발단은 ‘2018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제재 내역’을 분석한 미디어오늘 기사다. 미디어오늘은 MBC가 지난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을 통틀어 가장 많은 심의 제재를 받았고, 이 가운데 문제적 사례로 국민들에게 사과해놓고선 이를 부정한 ‘제천화재 참사’ 보도와 세월호 희생자를 조롱하고 최승호 사장이 심의에 개입한 ‘전지적 참견 시점’ 심의 사례를 강조했다.

그러자 MBC는 미디어오늘에 △지난해 MBC가 받은 제재 가운데 김장겸 체제 때 방송된 내용이 적지 않고 △제천화재 참사 보도의 재심청구는 방송사의 당연한 권리이고 △전지적 참견 시점 당시 과징금 부과는 지상파에서는 전례 없던 일로 최승호 사장이 전화한 건 방송사의 입장을 설명한 것이지 ‘항의’나 부적절한 대응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MBC는 “두 사례를 부각해 기사화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입장은 타당하지 않고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다.

▲ 지난해 12월31일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갈무리.
▲ 지난해 12월31일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갈무리.

우선, 제천화재 참사 심의 당시 문제는 MBC가 재심을 신청한 게 아니라 시청자를 기만한 사실에 있다. MBC는 소방관의 입장을 전혀 듣지 않고 CCTV 내용을 일방적으로 보도해 물의를 빚었다. 이후 정정을 하지 않자 비판을 받은 MBC는 뉴스데스크 오프닝을 통해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정정보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늦었지만 이번 보도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소방관 여러분들과 시청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MBC는 심의 제재를 받은 후 재심을 청구하며 재심청구서에 “119소방복지사업단의 집요한 SNS 공격 때문이며 한시라도 빨리 여론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판단 때문”에 사과했다고 말을 바꿨다.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당시 여야 추천 심의위원 모두 MBC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며 ‘기각’했다. 정치적 공방이 이어지는 방통심의위에서 왜 MBC 재심청구에 전원합의 ‘기각’이 나왔는지 MBC는 돌아봐야 한다. [관련기사 : ‘소방관 우왕좌왕’ 사과한 MBC “SNS 공격 때문” 말바꿔]

▲ 지난해 5월5일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화면 갈무리.
▲ 지난해 5월5일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화면 갈무리.

최승호 사장이 방송통신심의위원들에게 전화한 것이 ‘항의’나 ‘부적절한 대응’이 아니었다는 MBC의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방송소위에서 과징금이 건의된 ‘전지적 참견 시점’이 정작 전체회의에서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이 명확한 이유를 대지 않은 채 제재 수위를 낮췄다. 이때 윤정주 위원은 소위에서 제재 수위가 건의된 후 ‘외압이 있었다’고 말했고,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최승호 사장이 전화를 걸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관련기사 : ‘전참시’ 과징금 건의뒤 최승호 사장 심의위원들에 전화]

최승호 사장이 단순히 억울한 점을 설명한 것이라면 윤정주 위원이 이를 ‘외압’이라고 표현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당시 최승호 사장은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에게만 전화했다. 당당한 설명인데 왜 야당 추천 위원들에게는 전화하지 않았나. 무엇보다 방통심의위는 소위원회, 전체회의 모두 MBC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의견진술’을 기회를 줬고 책임자인 조능희 MBC 기획편성본부장이 출석했다. 기자들과 위원들 앞에서 소명하면 될 일인데 최승호 사장이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에게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 문제다.

비슷한 의혹이 제기된 정필모 KBS 부사장은 언론에 “방통심의위는 독립기관으로 그런 문제로 전화해선 안 되는 기구”라고 해명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 세월호 조롱 제재 이후 MBC는 소수자와 약자와 관련한 사내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는데 발달장애인 희화화 논란으로 다시 제재받았다. 잘못한 후 인정하지 않는데 변화하지 않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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