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조재범 사태’로 체육계 폭력·성폭력 문제가 불거진 지 1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는 멈춰있다.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여야 대립으로 체육계 성폭력을 안건으로 한 회의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요구로 개최된 22일 문체위 전체회의는 참석한 야당 위원들이 약 20분간 손 의원 성토 발언으로 끝났다. 이날 회의는 애초 여·야 간사 간 일정·안건 등 의사일정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기존 여당 간사인 손 의원이 지난 21일 문체위원 사임계를 제출한 이후 여당 간사는 공석이다.

안민석 문체위원장을 제외한 민주당 소속 위원들은 의사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전원 불참했다. 손 의원 투기 의혹을 추적하겠다며 돌연 목포 현장 방문에 나선 자유한국당의 경우 일부 위원들만 참석했다.

▲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는 일부 야당 의원과 안민석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0여분 의사진행발언을 가진 뒤 종료됐다. 안 위원장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문체위원들은 여야 간사 간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 연합뉴스
▲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는 일부 야당 의원과 안민석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0여분 의사진행발언을 가진 뒤 종료됐다. 안 위원장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문체위원들은 여야 간사 간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박인숙 간사는 손 의원과 관련해 10여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손 의원이 대한민국을 흔드는 전무후무한 의혹에 휘말리게 돼 매우 안타깝다”며 “손 의원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국민 분노와 박탈감은 하늘을 찔렀다. 한국당은 즉각 상임위 개최를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이동섭 간사는 “체육계 폭행 및 성폭력 사건, 목포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지정 및 부동산 매입사태에 대한 동료의원 의혹 등이 국민적 관심사”라며 “당장이라도 여야 간사회의를 소집해 정상적인 상임위가 개최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여야 문체위원들은 체육계 폭력·성폭력 근절을 위한 ‘운동선수 보호법’을 공동 발의하며, 2월 국회에서 첫 번째 법안으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2월이 오기 전에 상임위 회의라도 한 번 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안민석 “체육계 문제 처리 못하며 국회 역할 방기…화가 난다”

전체회의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난 안민석 문체위원장은 “손 의원 건은 여야 간 이견이 있으니 보류하고,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체육계 성폭력에 대한 긴급 상임위원회를 열었으면 하는 기대를 했다”며 “손 의원 건은 검찰이 수사를 할 것이기 때문에 수사가 시작되면 상임위에서 다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손 의원 사안이 포함된다면 회의 개최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민주당 입장이냐고 묻자 “여당 간사가 정해지면 두 가지 선택이 있을 것 같다. 열어놓고 손 의원과 체육계 성폭력을 다 다룰 수 있고, 또 다른 방법으로 두 날을 정해서 한번은 체육계 성폭력, 또 한번은 손 의원 의혹을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 선임 시점 등은 권한 밖이라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지금 나타난 체육계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본다. 국회라도 판을 열어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모아줘야 하는데 이를 못하는 것은 국회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기에 굉장히 화가 난다”며 “지난 2004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폭행 사건이 있었을 땐 국회가 즉시 여야 합의로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국회가 15년 전보다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당을 향해서는 “한국당도 생각을 달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체육계 미투 건으로 상임위를 열어서 물꼬를 튼 다음에 손 의원 건을 다루자고 전략적 유연성을 가지는 게 훨씬 실익이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하면 여당 지도부에서 안 하면 그만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손혜원 랜드 게이트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총력을 모으고 있다. 야3당과 함께 손 의원 의혹 관련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한편, 2월 임시국회 보이콧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날 목포 시찰에는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와 한선교 위원장 등 TF 위원들이 동행했다.

반면 목포 출신의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향해 정쟁을 멈추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본질을 왜곡하고 게이트 운운하며 과도한 정치공세로 몰아가려는 시도를 당장 멈추라”며 “지금 국정조사를 하자는 것은 정치적 파장만 키우려는 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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