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를 비판한 중앙일보 기사에 해당 혁신 고등학교 졸업생이 반론 대자보를 작성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0일부터 ‘혁신학교의 민낯’이라는 주제로 4차례 연속기사를 작성하며 첫 번째 기사에서 H고등학교 전교조 교사들이 학교 축제 때 학생들이 번 돈을 노동조합에 기부하고 정치 편향적 생각을 주입한다고 보도했다.

▲ H혁신고등학교 졸업생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알림판에 중앙일보 혁신학교 보도에 반박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사진= H혁신고등학교 졸업생
▲ H혁신고등학교 졸업생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알림판에 중앙일보 혁신학교 보도에 반박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사진= H혁신고등학교 졸업생

그러자 지난 17일 H혁신고등학교 2기 졸업생이 “중앙일보의 [혁신학교의 민낯①] 기사에 대한 혁신학교 졸업생의 반론”이라는 제목을 달고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알림판에 대자보를 붙였다.

김아무개 H고등학교 졸업생은 “대부분 내용이 확대·과장 됐으며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다. 중앙일보에서 문제 삼은 사건의 시발점이 저였기에 이를 해명할 의무와 자격이 있다고 판단해 이렇게 대자보를 쓰게 됐다”고 운을 뗐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0일 자 “학생이 축제 때 번 돈, 교사가 노조에 기부”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부제는 “[혁신학교의 민낯①] 교사의 증언”이었다. 중앙일보는 혁신학교인 H고등학교 전직 교사 A씨의 주장을 바탕으로 기사를 썼다.

A 전 H혁신고등학교 교사는 “제일 놀란 것은 8월 학교 축제가 끝나고 학생들이 번 수익금을 어떻게 쓸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미리 각본이라도 짠 듯 5~6명의 교사가 쌍용차 노조에 기부하자며 언론자료를 돌렸다. 대부분은 결국 노조에게 쓰였다”고 밝혔다.

이어 기말고사를 앞두고 평소 공부를 열심히 하던 한 남학생이 ‘쌍용차 노조 연극’을 보러갔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이 남학생은 기말고사가 끝나고 성적표를 받은 후에 울며 후회했다. 학생이 시험 직전에 정치적 색채를 띤 연극을 보러 가도록 등 떠미는 게 과연 교사가 할 일이냐. 일부 전교조 교사들은 열린 대화를 하기보다 정치 편향적인 생각을 주입한다”고 말했다.

▲ 지난달 20일자 중앙일보 혁신학교 보도.
▲ 지난달 20일자 중앙일보 혁신학교 보도.

하지만 H혁신고등학교 졸업생 김아무개씨가 대자보에서 밝힌 사건의 내막은 중앙일보 보도와는 달랐다. 지난 2014년 축제 준비를 하던 김아무개씨는 ‘NGO 동아리’ 전시 주제를 고민하던 중 공정무역 주제 이외에도 다른 걸 더 추가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시사주간지를 보다 쌍용차 노조의 ‘노란봉투 캠페인’ 기사를 읽게 됐다. 잡지를 읽기 전까지 학교에서 노조와 캠페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기사를 읽고 이 내용 전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NGO 동아리’는 우수 동아리로 선정됐고 상금을 받게 되자 김아무개씨는 “제가 담당 선생님께 제안해 상금을 ‘노란봉투 캠페인’에 기부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동아리원들의 동의하에 기부를 결정했다”며 “마침 쌍용차 측에서 진행했던 ‘노란봉투’라는 연극표를 상금으로 샀다”고 썼다. 그러면서 “연극을 꼭 봐야한다는 선생님의 강제는 일체 없었고 동아리원들이 전부 다 보러간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김아무개씨는 “H혁신고등학교에서 쌍용차 노조 관련 활동을 시작한 것은 전교조 선생님들이 아니라 저다. 학생들과 논의 없이 기부가 이뤄진 적 없고 ‘노란봉투’ 연극관람도 강제가 없었다는 점과 더불어 제가 경험한 H고등학교 수업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치적 이념과 직결된 발언 및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한 적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썼다.

마지막으로 김아무개씨는 “중앙일보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떨어지는 집값에 교육 방향을 운운하는 대신 수십 년째 학생들을 소고기 덩이처럼 등급 매기고 뒤처지는 사람은 ‘실패자’로 만들어 자살까지 몰아가기도 하는 현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과 비판을 하시길 진심으로 충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중앙일보가 지난달 20일 기사를 작성했을 당시 H혁신 고등학교와 동아리 담당 교사도 중앙일보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중앙일보, 혁신학교 전교조 교사 왜곡보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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