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말 대표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안’에 ILO(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원칙과 대한민국 헌법을 위배하는 조항들이 있다며 노동법률단체가 공개 질의에 나섰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주노총 법률원·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등 노동법률가단체는 지난 17일과 18일 한 의원실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한 의원 일정이 맞지 않아 면담이 성사되지 않자 21일 공개질의 형식으로 이를 공개했다.

한 의원 등은 “2018년 11월20일 발표된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현행법을 결사의 자유 협약에 부합하도록 하고 공정하고 대등한 노사관계 형성을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노동법률가단체들은 “법안 마련 과정에서 고용노동부 내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과 협의가 있었는지” 답변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과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등에서 ILO 기본협약(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관련 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약속했고, 경사노위에선 ILO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을 위해 국내법 정비 방안 논의를 진행해 공익위원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노동법률가단체들이 이번 개정안에서 ILO 기본협약과 헌법에 위배한다고 본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노동자의 노조활동 제한, 근로시간 면제한도 초과 제한, ILO가 권고한 각종 노조할 권리 등이다.

▲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노컷뉴스
▲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노컷뉴스

이번 개정안에는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노동자가 노조 활동을 하면 목적·시기·장소 등을 사용자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이들을 노조 임원·대의원으로 선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노동법률가단체들은 “법원은 산별노조 등 초기업단위 노조 간부가 해당 사업장에 출입하는 등 조합활동을 인정하고 ILO도 이들이 조합활동을 보장하도록 권고한다”며 이런 조항을 둔 취지를 물었다.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제한하면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이 제한된다. 노동법률가단체들은 “파견‧용역‧사내하도급 등 간접고용 노동자에게는 원청이 노무제공의 장소이자 조합활동·쟁의행위를 하는 공간”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 단결권에 새 제약을 가하는 규정을 둔 이유”를 물었다.

또한 개정안에는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산정할 때 종사자가 아닌 조합원을 산정하지 않고, 심지어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는 내용을 정한 단체협약을 무효로 하며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해 급여를 지급한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했다.

노동법률가단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은 노조일수록 단결권·단체교섭권에 차별을 받게 된다”며 “사측에서 노조 교섭력을 약화하기 위해 종사자가 아닌 조합원을 늘리게 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유인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ILO는 전임자 급여 지급, 근로시간 면제한도 등을 노사자율교섭 사안으로 두도록 권고했다”고 비판한 뒤 이런 규정을 둔 취지를 물었다.

ILO가 권고한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 원청 사업주를 상대로 한 단체교섭권 보장 등이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는 ILO,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권고해 온 사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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