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오늘밤 김제동’ 심의 결과 ‘문제없음’이 결정됐다.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들이 심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또 한 번 퇴장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 방통심의위)는 21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KBS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이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 위반에 해당하는지 심의한 결과 프로그램에 문제가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 지난달 18일 KBS 오늘밤 김제동 방송화면 갈무리.
▲ 지난달 18일 KBS 오늘밤 김제동 방송화면 갈무리.

앞서 전광삼 자유한국당 추천 상임위원이 문제없음을 주장하는 위원들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퇴장하자 전체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하고 ‘의결보류’ 결정했다. KBS ‘오늘밤 김제동’은 지난달 18일 김정은 위인맞이 환영단장을 조명했다. 패널로 출연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들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눴고 단장인 김수근씨를 2분 동안 인터뷰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이번 심의는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신설돼 개악 논란을 불렀던 방송심의 규정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을 처음으로 적용해 논란이 있었다. 또한 방송심의 규정 ‘법령의 준수’도 함께 적용되면서 ‘오늘밤 김제동’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는지도 살폈다.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 6인(강상현·허미숙·이소영·윤정주·심영섭·김재영)은 ‘문제없음’ 의견을 냈고, 바른미래당 추천 심의위원인 박상수 위원은 ‘의결보류’ 의견을 냈다. 반면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과 이상로 위원은 심의에 항의하며 퇴장해 ‘기권’ 처리됐다.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들은 문제없음을 주장하는 다수 위원의 표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상로 위원은 “김수근씨가 인터뷰를 하며 ‘공산당이 좋아요’라고 외쳤다. 확신범이다. KBS와 김수근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해서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 문제없다고 결정하면 방통심의위는 국민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호소드린다. 국가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방은 군대가 지키고 후방은 언론이 지켜야 한다. 관계자 징계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전광삼 상임위원도 “지금까지 법적으로 문제된 사안들은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했다. 왜 서둘러 결정하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두 위원은 회의 도중 “이 안건을 오늘 의결한다면 참여할 수 없다”고 밝히며 퇴장했다.

반면 강상현 위원장은 이번 심의를 두고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을 봐야지 손가락을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특정 진행자나 방송사 대표에 평소 불만과 반감 가진 사람들이 김수근 단장을 통해 문제 삼아 정치적 의도라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미숙 부위원장도 “발언 하나가 아닌 맥락을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위원은 정치적 선동에 방통심의위원들이 휘말리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이 프로그램이 왜 국가보안법 위반인가? 분명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던 프로그램 광경인 건 맞다. 큰 관점에서 사회 현상을 분석한 보도”라며 “정치적 선동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여기 있는 분들은 언론계에 직간접적으로 몸담았다. 휘말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재영 위원도 “김수근 위인맞이 환영단에 초점을 맞춘 건 사회적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패널들 간의 의견도 자유롭게 공유됐다.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검찰에서 수사 중이라 해도 그것과 무관하게 판단할 수 있다. 의결보류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 방송독립시민행동이 21일 오후 2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KBS 오늘밤 김제동 전체회의 안건 상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사진= 방송독립시민행동
▲ 방송독립시민행동이 21일 오후 2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KBS 오늘밤 김제동 전체회의 안건 상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사진= 방송독립시민행동

한편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 참여 방송법 쟁취 시민행동’(방송독립시민행동)은 이날 전체회의가 열리기 전 오후 2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방심위의 KBS ‘오늘밤 김제동’ 전체회의 상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기자회견에서 “방통심의위는 방송의 다양성과 제작 자율성을 위해 문제없음으로 결론 내 저열한 정치공세에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며 “방송소위는 제작진 의견 진술도 모자라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의 퇴장이라는 술수에 말려 이번 건을 전체회의에 회부하는 어리석은 우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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