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6명이 지난 18일 청와대 신무문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뒤 연행됐다. 이 가운데 김수억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께 포토존에서 ‘김용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 이제 그만!’ 등이 적힌 손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다 10여초 만에 물리력으로 제압당한 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지난 20일 검찰은 김수억씨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암적 존재” 등 민주노총에 대한 정치권 발언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 지난 18일 청와대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이다 연행되고 있는 김수억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장. 사진=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 지난 18일 청와대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이다 연행되고 있는 김수억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장. 사진=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6명은 지난 18일 청와대 신무문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현수막을 펼치다 현행범 체포됐다. 사진=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6명은 지난 18일 청와대 신무문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현수막을 펼치다 현행범 체포됐다. 사진=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일례로 영장 청구서 소결 부분에 “민주노총은 법치와 경제를 망치는 암적 존재”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민주노총의 불법행위에 대해 앞으로 엄단하도록 검찰에 지시했다”와 같은 정치권 발언을 열거했다. 각각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과거 발언이었다. ‘민주노총 집회 단속’을 강조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도 구속영장 청구서에 담겼다.

▲ 검찰이 지난 20일 김수억 지회장을 상대로 법원에 낸 구속영장 청구서.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최근 현직 장관과 국회의원 등의 민주노총을 겨냥한 발언을 직접인용한 데 대해 '정치검찰'이라고 비판했다.
▲ 검찰이 지난 20일 김수억 지회장을 상대로 법원에 낸 구속영장 청구서.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최근 현직 장관과 국회의원 등의 민주노총 겨냥 발언을 직접인용한 데 대해 '정치검찰'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11월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의 노동존중을 당부하는 발언에 위와 같이 발언한 바 있다. 박상기 장관은 같은달 말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위와 같이 답변했다. 하태경 의원의 발언은 노동자의 단결권에 따라 결합한 단체를 ‘암적 존재’로 표현해 노조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이들 발언을 번호를 붙여 언급하며 “대통령과 정부 및 정치권에서도 노동계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단한 처벌을 지시 당부했다”고 썼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있는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수억 지회장 체포와 연행, 구속영장 청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중앙지방검찰청이 있는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수억 기아자 비정규직지회장 체포 구속영장 청구를 규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중앙지방검찰청이 있는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수억 기아자 비정규직지회장 체포 구속영장 청구를 규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표단은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인증샷을 찍는 곳에서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사진을 찍었을 뿐이다. 경찰 주장대로 금지된 집회라면, 벌금 50만원 이하 수준의 경미한 범죄인 데다 경찰은 해산명령 등의 최소한의 절차도 따르지 않았다. 현행범으로 체포하면서 미란다 고지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함께 현수막을 들었다 체포됐던 이완규 한국GM군산 비정규직지회장은 “체포되는 순간에도 왜 체포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정병욱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전면 개방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공약했고, 고 김용균님의 죽음에 대해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열어놓은 길에서, 정부가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라고 평화롭게 구호를 외친 게 체포되고 구속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검찰의 영장청구서 내용을 놓고 “검찰이 해야 할 일은 사건이 불법인지 합법인지 판단하는 일이지, 정치적 판단이 아니다. 그러니 정치검찰이란 비판을 받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번 사건이 우연적이고 개인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겠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검경이 문재인 정부의 반노동·반인권 행보에 맞추더라도 사법부는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영장 기각을 촉구했다. 또 재판부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자필로 쓴 탄원서와 시민 8000명이 서명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후 3시 김 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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