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을 위한 배에 시사IN 취재진이 승선을 요청했지만 외교부(장관 강경화)가 이를 불허했다. 외교부가 ‘시사IN 뿐 아니라 어떤 언론사도 승선을 허가할 수 없다’고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한민국 최초의 심해수색인 만큼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언론 승선을 허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31일 오후 11시20분경(한국시각)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했다. 승무원 24명(한국 선원 8명, 필리핀 선원 16명)이 탄 이배는 철광석 약 26만톤을 싣고 브라질에서 중국으로 가던 중 침몰했다.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고, 22명이 실종됐다.

이후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선사 등의 대응이 미온적이라고 비판해왔다.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과 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같은해 12월 여야합의로 책정한 심해 수색장비 예산 50억원이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 지난 2017년 8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2017년 8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정부는 지난해 8월14일 국무회의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심해 수색을 최종 결정했고, 예비비 편성안도 통과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블랙박스 수거를 찾아달라고 서명한 선원들 가족의 노력 덕분이었다.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말 심해수색을 미국 해양탐사업체인 ‘오션 인피니티’로 선정해 이달 말부터 심해수색에 착수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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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시사IN은 지난해 12월31일 외교부에 공문을 보내 김영미 시사IN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외 1명의 승선을 요청했다. 시사IN은 “외교부와 해양수산부가 오션 인피니티(수색업체)사의 심해수색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최대한 협조하며 수색업체 승선 기준에 맞춰 취재하겠다”고 했다. 김 편집위원은 2017년 9월부터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우루과이·브라질·아르헨티나 등에서 취재하며 선원 가족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

▲ 시사IN이 지난해 12월31일 외교부에 보낸 공문.
▲ 시사IN이 지난해 12월31일 외교부에 보낸 공문.

외교부는 지난 11일 김 편집위원에게 ‘두 달 간의 승선 취재는 취재진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시사IN이 아니라 어떤 언론사도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고 김 편집위원은 전했다.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가족대책위원회(대책위) 대표는 외교부 측이 면담에서 ‘언론인 승선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한 사실을 전했다.

김 편집위원은 미디어오늘에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언론의 의무라고 생각했다”며 “선원 가족들 입장에서도 언론이 같이 가면 위안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편집위원은 “편안한 생활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언론사 입장이든 취재진 입장이든 두 달이나 배를 타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그럼에도 언론의 의무 때문에 마땅히 가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스텔라데이지호를 다룬 지난해 5월 제554호 시사IN 표지
▲ 스텔라데이지호를 다룬 지난해 5월 제554호 시사IN 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지만 언론이 꼭 참여해야 하는 과정인데 오히려 외교부가 언론의 의무를 막았다는 지적이다. 김 편집위원은 국제분쟁 전문 독립PD로 활동해왔다. 그는 “다른 나라 사례를 봐도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선원들 가족도 외교부 조치에 항의했다. 대책위는 20일 외교부 면담에서 이를 공식 항의했다. 허영주 대책위 대표는 미디어오늘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작업인 만큼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언론의 승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최초의 심해수색인 만큼 기록을 남겨야 하는데 외교부는 수색업체가 준 자료만 가지고 기록을 남기겠다고 하더라”라며 “수색업체 쪽 자료가 아니라 언론인이 팩트를 중심으로 공정하게 기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외교부 로고
▲ 외교부 로고

외교부는 2월초 수색작업을 시작해 3월이면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 케이프타운에서 출발해 남대서양으로 떠나는 배에는 해양학자 1명과 선원 가족 1명만이 탄다. 김 편집위원은 “처음엔 가족들도 못 타게 하다 정부와 한참 싸워서 1명 가는 걸로 타협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낸 세금의 권리를 말하는데 (외교부가)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에 외교부 재외국민안전과 관계자는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불허 결정은) 내부에서 검토해 정책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 따로 말씀드릴 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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