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 죽인 자는 말을 해야 할 것 아닌가” 경찰의 철거민 강제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한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됐다. ‘용산참사 10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 회원들과 유가족은 20일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지난 18일에는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고 김남훈 경사 20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용산참사는 지난 2009년 1월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4층짜리 남일당 건물에서 발생했다. 재개발이 진행 중이던 용산 4구역에서 식당과 호프집, 금은방 등을 운영해온 세입자들은 수개월에 걸친 강제집행과 철거용역 폭력으로 쫓겨날 위기에 몰리자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농성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 총 6명이 숨졌다.

검찰은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을 화재 원인으로 봤다. 대법원은 망루에서 살아남은 철거민 9명에게 징역 최대 5년을 선고했다. 반면 무리한 진압 작전을 개시한 경찰 책임자들은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당시 용산참사 총 책임자였던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고 김남훈 경사 영결식에 참석해 “이 땅에서 다시는 불법 폭력으로 인해 고귀한 생명이 희생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발언하며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들의 폭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이다.

▲ 용산참사 10주기를 맞은 20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열사 묘역에서 추모제가 열려 유가족과 시민들이 고인들의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 용산참사 10주기를 맞은 20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열사 묘역에서 추모제가 열려 유가족과 시민들이 고인들의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아침 종합일간지는 21일 일제히 ‘용산참사 10주년’ 소식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용산참사 10년”이라고 제목에 달았으나 “고 김남훈 경사 10주기 추도식” 내용을 주로 썼다. 다른 언론은 “용산참사 10년”에 초점을 맞추고 철거민들의 이야기와 고 김남훈 경사 소식을 함께 다뤘다.

다음은 21일자 아침 종합일간지에 실린 관련 기사 제목이다.

조선 : 용산참사 10년… “철거민 유족 마음은 이해, 그렇지만 내 아들은 죄인아냐” (10면)
중앙 : 화염병·과잉진압 용산참사 10년… 유족은 그곳서 호떡을 판다 (14면)
동아 : 용산참사 10년 지났지만… 서울 곳곳 아직도 ‘재개발 화약고’ (12면)
한겨레 : “우린 아직 그 불구덩이 속에… 반성없는 김석기 의원 제명하라” (9면)
경향 : “진상규명 답보…‘여기 사람이 있다’ 외침은 끝나지 않아” (12면)
국민 : [단독] 용산참사 10주년… 靑, 진상조사 과정 외압 의혹 살핀다 (11면)
서울 : “10년 기다렸는데… 용산 망루 위 불구덩이 못 벗어나” (6면)

조선일보는 10면에 “용산참사 10년… “철거민 유족 마음은 이해, 그렇지만 내 아들은 죄인아냐””라는 제목을 달고 “지난 18일 오전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고 김남훈 경사 10주기 추도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경찰특공대원이던 김 경사(당시 31세)는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의 한 건물을 점거한 철거민 진압 작전에 투입됐다가 농성자들이 낸 불에 숨졌다. 2010년 11월 대법원은 ‘불이 난 원인은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이라며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9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며 철거민들의 폭력성을 언급했다.

▲ 21일자 조선일보 10면.
▲ 21일자 조선일보 10면.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올해 용산 참사 10주기를 맞아 시민단체들과 철거민 유족들은 ‘용산참사 10주기 범국민 추모위원회’를 꾸려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농성자가 불을 냈다는 증거가 없다’ ‘경찰이 사용한 전기톱과 용접기 등에서 나온 불꽃 때문에 불이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조선일보는 김남훈 경사 아버지인 김권찬씨가 ““정권이 바뀌면 사실이 달라지고, 사법부 판결도 필요 없다는 이야기 아니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나 같아도 김석기 서울청장이나 경찰 지휘부처럼 판단하고 진압을 지시했을 것”이라고 했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14면에 “화염병·과잉진압 용산참사 10년… 유족은 그곳서 호떡을 판다”라는 제목을 달고 용산참사 희생자 고 양회성 씨의 부인 김영덕씨가 남일당 터인 건설 현장 앞에서 호떡 장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유족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면서도 중앙은 “다만 경찰 내부에서는 공권력의 과잉 행사는 물론 폭력 시위 역시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용산참사 당시 경찰력이 과잉 행사된 정황들이 밝혀졌지만 ‘볼트 새총’이나 화염병 등이 동원된 일부 시위대들의 폭력성 역시 재발돼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 21일자 한겨레 9면.
▲ 21일자 한겨레 9면.

반면 한겨레는 9면에 “우린 아직 그 불구덩이 속에… 반성없는 김석기 의원 제명하라”라는 제목을 달고 “10년 만에 진상규명의 문이 열리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12면에 “진상규명 답보…‘여기 사람이 있다’ 외침은 끝나지 않아”라는 제목을 달고 “명예회복이나 책임자 처벌 등 조치는 뒤따르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20일 종합편성채널 3사(채널A·MBN·JTBC)와 지상파 3사(KBS·MBC·SBS)는 용산참사 10주기 소식을 모두 보도했으나, TV조선만 이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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