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이름은 ‘비방금지’ 어때요? 비인간적 방송프로그램 제작금지!”

지난해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한 노무사들이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방송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고민하는 수습노무사 모임을 만들었다. 모임명은 ‘비인간적 방송프로그램 제작금지’의 준말인 비방금지다.

구성 취지는 명칭 그대로다. 이 모임을 처음 제안한 김지영 ‘노동자의벗’ 18기 방송노동 운영팀장(35)은 “가장 화려한 무대 뒤 가장 열악한 처우의 노동자들이 있었다. 방송제작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 작성·준수라는 기본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했지만 사회적 관심은 최근에서야 생겼다. 노무사도 수습 때부터 이런 현실을 공부하고 활동을 고민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활동기간은 오는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 27회 공인노무사 합격자들의 수습과정 기간과 같다. 활동대상도 수습노무사다. 노무사들이 직업 입문단계에서 노동현장 실태를 체험하고 스스로 필요한 지원책을 고민하게 하는 교육 목적이 있다. 개혁성향의 노무사단체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이 주최하는 ‘노동자의 벗’ 수습노무사 과정 일환이다.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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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제작 현장의 장시간·불안정 노동이 본격 공론화된 시점은 2016년 10월26일 고 이한빛 PD 사망 이후다. 이한빛 PD는 비정규직 계약해지 등 신념에 반하는 업무를 해야했고 장시간 노동,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제작진들의 현장 고발이 잇달았다. 2017년 12월 tvN 드라마 ‘화유기’ 미술 스태프가 설치 작업 중 추락해 크게 다쳐 고용노동부 조사를 받았고 다음달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미술 스태프는 귀가 중 쓰러져 사망했다. 지난해 5월 웹드라마 ‘품위있는 여군의 삽질 로맨스’ 스크립터 임금 체불, 사전 제작드라마 ‘사자’ 스태프 임금 체불, SBS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카메라 스태프 사망 사건 등이 줄줄이 터졌다. 7월엔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결성됐다. 지난 12월 SBS는 드라마 ‘황후의품격’ 스태프들을 ‘29시간 30분’ 간 근무시킨 이유로 고발당했다.

비방금지는 제작 현장을 찾아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매주 1회 상암동 일대에서 길거리 노동상담 캠페인을 진행하고 ‘커피차’를 끌고 드라마 현장도 찾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방송스태프지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과 회의를 지속 열고 있다. 방송바닥을 청소하자는 ‘방바닥 클린’이 캠페인 가칭이다.

‘방송 19금’ 출간에도 논의를 모으고 있다. 방송 19금은 방송제작환경에 초점을 맞춘 산업안전 가이드라인으로 중요 수칙을 19개로 정리해 자료집으로 펴낼 예정이다. 공부도 병행한다. 매주 평일엔 노조·시민단체에 접수된 사례를 기초로 판례를 연구하고 계약서·진정서·고발장 작성을 연습하게 된다.

비방금지는 오는 30일 첫 설명회를 시작으로 2월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1월 수습노무사 전체 교육 동안 홍보를 해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지금은 운영진 6명이 모여있다. 첫 설명회는 30일 오후 4시 서울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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