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영상 콘텐츠와 서비스를 ‘방송’에 편입하는 통합방송법 적용 대상을 놓고 법을 만든 이들조차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이 주최한 세미나를 통해 통합방송법(방송법 전부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아프리카TV를 규제 대상인 ‘부가유료방송사업자’로 규정하는 데 입장이 돌연 바뀌었다. 통합방송법은 방송과 유사한 인터넷 방송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를 ‘부가유료방송사업자’로 규정하고 등록 또는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주최측이 토론자와 유관단체에 배포한 ‘최종안’까지 아프리카TV를 부가유료방송사업자로 편입해 방송 규제하겠다고 했는데 정작 세미나 현장에서는 아프리카TV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법안이 발의된 지난 11일 미디어오늘이 법안을 만든 공공미디어연구소 관계자에 확인했을 때도 ‘아프리카TV’는 부가유료방송사업자라는 입장이었다.

▲ 토론자 및 유관단체에 배포된 통합방송법 발표 세미나 최종안(위)과 현장에서 발표한 버전(아래). 법은 그대로인데 아프리카TV의 사업자 지위가 바뀌었다.
▲ 토론자 및 유관단체에 배포된 통합방송법 발표 세미나 최종안(위)과 현장에서 발표한 버전(아래). 법은 그대로인데 아프리카TV의 사업자 지위가 바뀌었다.

왜 내용이 바뀌었을까. 세미나 발제자인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프리카TV를 부가유료방송사업자로 보고 넣었으나, 법안을 함께 준비한 분들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해 수정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통합방송법상 부가유료방송사업자의 기준은 ‘가입자 기반’과 ‘유료결제’다. 이는 IPTV와 위성방송, 케이블 등의 성격을 인터넷에도 적용한 것이다. 아프리카TV가 회원가입 시스템을 갖춘 것을 ‘가입자 기반’으로 보고, 별풍선 시스템을 ‘유료결제’라고 봤다. 아프리카TV에 정규 방송 콘텐츠가 공급되는 점도 반영했다. 그러나 아프리카TV는 방송의 콘텐츠와 개인방송이 섞여 있고, 부분 유료화인 별풍선 시스템은 유료결제 기반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고 고쳤다고 한다.

즉, 법안은 그대로인데 해석이 바뀌어 법을 만든 이들조차도 법의 적용 대상을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애초에 법안을 만든 이들도 헷갈릴 정도로 법이 현실과 동떨어진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전통적인 방송사업자를 규정하는 기준을 온라인에도 확대 적용하면서 하나의 서비스에 여러 성격이 혼재된 인터넷 방송사업자를 규정하려 한 것이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은 인터넷 개인방송과 방송사의 콘텐츠가 뒤섞여 있고 수익 모델도 광고, 유료결제 등이 혼재돼 있고 이 같은 콘텐츠 구성과 결제 방식은 언제든 바뀔 수 있어 전통적 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개념으로 적용하기 힘들다. 

같은 맥락에서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터넷방송 콘텐츠사업자’를 어디까지 규제할지 불분명한 점도 문제다. 

통합방송법은 인터넷 개인방송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부가유료방송사업자’ 등에 ‘공급’ ‘판매’를 하면 ‘인터넷방송 콘텐츠제공사업자’라고 본다. 플랫폼(IPTV, 케이블 SO)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잣대를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16일 세미나에서 개인 방송 크리에이터들도 ‘공급’과 ‘판매’를 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분류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인터넷방송 콘텐츠제공사업자’를 방송으로 규정하면 방송심의규정 적용이 가능해 과도한 규제 논란이 불거질 수 있음에도 이를 분명히 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혔다.

▲ 통합방송법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 예시. '판매' '공급'을 방송사업자의 기준으로 판단했지만 인터넷 개인방송에서도 '판매'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 통합방송법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 예시. '판매' '공급'을 방송사업자의 기준으로 판단했지만 인터넷 개인방송에서도 '판매'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이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법을 만들 때는 적용대상을 분명히 정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법을 만든 사람들조차 명확히 하지 못하고 있다”며 “추후 논의를 통해 개선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정의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다면 법안을 발의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인터넷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느 사업자가 어떤 규제를 받는지 여부인데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서 규제 대상을 일방으로 발표하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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