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가 ‘질레트 광고 보이콧 논란’을 잘못 이해한 오보를 내 누리꾼들 입말에 오르내리고 있다. 성평등 운동 지지 입장을 밝힌 질레트가 ‘새로운 남성성’에 착안해 낸 광고를 ‘남성 간 성희롱 묘사’로 잘못 짚었다는 비판이다.

지난 16일 문화일보 국제면(24면) “질레트 면도기 새 광고 性희롱 논란… 여성들 불매운동” 기사는 “질레트 면도기의 새로운 광고가 남자들과 소년들의 집단 성희롱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영상에는 남성들끼리 볼에 입맞춤하거나 한 직장 남성이 뒤에서 여성의 엉덩이에 손을 대려는 장면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화일보는 “동영상을 시청한 여성 중 상당수는 불쾌감을 표시하며 불매운동을 촉구하고 있다”며 “2009년 미국 면도기 시장의 70%를 점유했던 질레트 면도기의 점유율은 지난해 50% 이하로 크게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 16일 문화일보 24면
▲ 16일 문화일보 24면

이 기사는 지난 15일 영국 가디언지 보도를 인용했지만 내용은 다르다. 가디언 보도엔 남성 간 성희롱이라거나 여성들의 불매운동을 강조한 문구가 없다. 가디언은 ‘We Believe: the Best Men Can Be’라는 1분48초 길이의 질레트 새 광고가 노출 48시간 만에 유튜브에서 400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칭찬과 비난 폭탄을 받고 있다’고 적었다.

가디언은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인 배우 제임스 우드와 우파 성향의 잡지 뉴 아메리칸의 비판을 인용해 이들의 불매운동 소식도 전했다. 가디언은 혁신적 메시지 전달방식, 새로운 남성성을 홍보하는 사회적 의미를 긍정적으로 짚었다.

문화일보가 ‘남성 간 성희롱’이라고 지적한 장면은 통념으로 굳혀진 ‘남자다움’을 재현한 것이다. 성인 남성 볼에 뽀뽀를 한 남자아이에게 다른 남자아이들이 ‘계집애같은 놈(sissy)’ ‘모두가 너를 싫어한다’라고 놀리는 내용이다. 영상은 힘이 센 남자아이가 약한 아이를 눕혀 때리는 것을 ‘남자애들이 다 그렇지’라며 방관하는 성인 남성들, 성추행 장면을 개그요소로 쓰는 모습도 강조했다.

▲ 사진=질레트 유튜브 영상 갈무리
▲ 사진=질레트 유튜브 영상 갈무리
영상은 “남자가 할 수 있는 최선(the Best Men Can Be)”이란 이름의 성평등 캠페인이다. 질레트는 “우리와 같은 브랜드가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라며 “이제부터 우리는 남자다움이란 고정관념과 통념에 적극 도전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긍정할 수 있는 새로운 남성성’을 보여주는 광고를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한 것. 영상에선 “성추행, 성폭력 관련 진술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우린 이제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일이 없다. 왜냐하면 우린 우리 남자들이 선하다 믿기 때문”이란 언급이 나온다. 질레트는 이 캠페인에 향후 3년간 매년 100만 달러를 기부할 예정이다.

상품 보이콧 선언은 남성 소비자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질레트 유튜브 계정에 달린 비난 댓글에서 확인된다. 유튜브 영상은 지난 4일간 조회수 1907만3855회를 기록했다. 18일 기준 ‘싫어요’ 반응을 클릭한 이용자는 94만명, ‘좋아요’를 택한 이용자는 50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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