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보는 심의]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가장 많은 법정제재를 받은 방송사는 MBC와 MBN이었다. 이어 SBS, KBS, TV조선 순으로 나타났다. 종편의 막말 방송이 3기 방통심의위 때보다 줄었지만, 선정적 보도와 소수자·약자를 비하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도 소수자와 약자를 배려하지 못하는 보도를 해 제재받았다.

지난해 출범한 방통심의위의 법정제재 내역을 종합하면 MBC와 MBN이 8건으로 공동 1위를 차지했고, SBS(6건), KBS(5건), TV조선·채널A·YTN(각각 3건), JTBC(2건), 연합뉴스TV(1건) 순으로 나타났다.

▲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제재 내역(행정지도 포함). 그래픽=이우림 기자
▲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제재 내역(행정지도 포함). 그래픽=이우림 기자
▲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제재 내역. 그래픽=이우림 기자
▲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제재 내역. 그래픽=이우림 기자

경징계인 행정지도까지 더하면 MBC가 46건으로 가장 많았고 TV조선이 39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KBS(25건), MBN(24건), 채널A(22건), SBS(21건), JTBC(14건), YTN(9건), 연합뉴스TV(4건) 순이다. 다만, MBC 법정제재 8건 가운데 4건은 김장겸 전 사장 체제 당시 방송에 대한 제재였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심사 때 방송평가에서 감점되는 중징계이고 행정지도는 강제력 없는 경징계다. 방통심의위 제재종류는 크게 3가지가 있는데 과징금이 가장 중한 징계다. 이어 법정제재는 주의(1점), 경고(2점), 관계자 징계 및 경고(6점) 등이 있고 행정지도는 의견제시, 권고 등이 있다.

1. 편파심의? 최다 심의제재 MBC

방통심의위는 정부여당 추천 위원이 다수로 구성돼 ‘편파심의’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오히려 현 정부여당에 유리한 지배구조를 갖춘 MBC가 가장 많은 제재를 받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MBC는 방송프로그램 중지 및 관계자 징계 1건, 경고 2건, 주의 5건 등 법정제재만 8건에 달했다. 가장 제재 수위가 높았던 ‘방송프로그램 중지 및 관계자 징계’는 세월호 참사 비하 논란이 불거진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 받았다. 다음으로 제재 수위가 높은 경고 2건은 노골적인 간접광고를 지나치게 많이 내보낸 MBC 드라마 ‘돌아온 복단지’와 연예인 장례식장을 무리하게 촬영한 ‘리얼스토리의 눈’이 받았다.

프로그램별로 나눠보면 MBC는 전체 46건의 제재 가운데 메인 종합뉴스인 뉴스데스크 제재가 15건에 달했다. 이어 ‘전지적 참견시점’(3건), ‘라디오 스타’·‘PD수첩’·‘섹션TV 연예통신’·‘생방송 오늘 아침’(각각 2건)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MBC의 경우 김장겸 사장 체제 때 문제적 보도에 대한 제재도 포함된 수치다. ‘뉴스데스크’의 경우 법정제재 3건 가운데 2건이 김장겸 전 사장 때 보도에 대한 제재였다. 2017년 4월 뉴스데스크는 “‘공영방송 정상화’ 누가 주장하나” 리포트에서 공영방송 정상화 촉구 시민단체에 ‘종북’ 논란을 제기했다. 또한 “‘언론 부역자’ 명단 작성자 고소” 리포트를 통해 “공공연하게 정치 행각을 일삼는 언론노조가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밝히는 등 사측의 일방적 ‘성명’을 보도로 담았다. 의견진술자로 참석한 박성제 당시 취재센터장은 “기사 이렇게 쓰면 안 됩니다”라며 “이 기사의 데스킹을 본 부장이 부역자 명단에 있었다. 선처해달라고 부탁드릴 생각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 지난 2017년 4월24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 2017년 4월24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에는 MBC의 부실한 보도와 대응이 사회적인 논란이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법정제재 주의를 받은 2017년 12월26일 ‘뉴스데스크’ “긴박했던 대피 초기 우왕좌왕” 리포트다. 뉴스데스크는 제천 화재 현장 CCTV 영상을 보여주며 영상에 등장하는 소방대원들을 가리켜 제대로 구조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가스 마스크를 쓴 대원들은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원이었기 때문에 인명구조나 화재진압을 하지 못한 것이며 무전기를 든 대원은 화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뛰어다니면 안 되는 현장 지휘관이었다.

이후 MBC의 대응이 여러 번 도마 위에 올랐다. 119소방복지사업단이 구조대원이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MBC는 정정보도가 아닌 반론을 담은 보도를 해 비판받았고, 논란이 불거지자 사과방송을 했다. MBC는 사과방송 때 해당 보도를 ‘잘못된 보도’로 인정하며 “소방관 여러분들과 시청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MBC는 방통심의위에 ‘재심’을 청구하며 당시 사과가 “집요한 SNS 공격 때문이며 한시라도 빨리 여론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말을 바꿨다. 방통심의위 여야 추천 위원들은 전원합의로 ‘기각’하며 MBC의 이중적인 태도를 질타했다.

▲ 지난해 31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지난해 31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재 때는 소위원회 의결 직후 최승호 MBC 사장이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에게만 전화를 걸어 제재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고 항의한 일 역시 부적절한 대응으로 꼽힌다. 정부여당 추천 위원인 윤정주 위원이 최 사장의 전화를 ‘외압’이라고 밝히면서 드러났다.

2. 종편4사 모두 재승인 조건 위반 안 해

종합편성채널이 편향적인 방송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자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3월 방통심의위는 ‘오보·막말·편파방송 관련 법정제재 4건 이하를 유지할 것’을 재승인 조건으로 부과했다.

따라서 방통심의위가 종편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됐는데 2018년 해당 조건을 위반한 종편은 없었다. TV조선이 재승인 관련 법정제재 3건, MBN이 2건, 채널A가 1건으로 나타났으며 JTBC는 1건도 없었다.

종편의 제재는 대부분 뉴스 및 시사프로그램에 몰렸다는 점이 특징이다. TV조선은 39건의 제재 가운데 37건을, 채널A는 22건 가운데 19건을, MBN은 24건 가운데 18건을, JTBC는 14건 가운데 10건이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제재였다. TV조선과 MBN은 메인뉴스가 가장 많은 제재(각각 12건)를 받기도 했다.

TV조선은 △김정숙 여사와 경인선 조직과의 관계를 부각하는 과정에서 영상을 조작한 보도 △북이 미국 언론에 핵실험장 취재비용을 1인당 1만 달러를 요구했다며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단정한 보도 △강진 살인사건 관련 본질과 무관한 자극적인 내용 위주 보도 등으로 법정제재를 받았다. 이 가운데 ‘1만 달러’ 보도는 정치적으로 논란이 됐다. 자유한국당과 TV조선은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인 점을 강조하며 제재가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TV조선은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후 TV조선이 소송을 취하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 지난해 5월19일 TV조선 뉴스7 화면 갈무리
▲ 지난해 5월19일 TV조선 뉴스7 화면 갈무리

MBN은 8건의 법정제재를 받아 종편 가운데 가장 많은 법정제재를 받았다. 이는 MBC와 같은 수준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재승인 조건인 ‘오보·막말·편파방송 관련 법정제재’는 2건이다. 근거가 취약한 ‘노회찬 타살설’ 보도와 사안과 무관한 유튜브에 올라온 디스코팡팡 노출 영상을 반복적으로 내보내 법정제재를 받았다. MBN은 커뮤니티 주장을 검증 없이 받아 쓴 ‘건대입구 240번 버스 논란’ 보도로 법정제재를 받기도 했는데 2017년 재승인 이전 방송분이라 재승인 조건에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게 방통위 측 설명이다.

▲ 지난해 7월22일 MBN 뉴스8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해 7월22일 MBN 뉴스8 보도화면 갈무리

이 외에도 종편은 광고를 방불케 하는 뉴스를 선보여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MBN은 메인뉴스에서 지난해 출시된 소형 SUV차량과 새로 개장한 특정 쇼핑몰을 다루는 과정에서 광고처럼 노골적으로 홍보해 각각 법정제재를 받았다. 채널A ‘뉴스A’는 한국라면의 세계화를 소개하며 특정 업체의 라면을 부각해 법정제재를 받았다. TV조선과 채널A, MBN은 메인뉴스에서 삼성의 새 스마트폰의 고유 기능을 자세하게 언급하는 등 광고효과를 줘 제재를 받았다. 다만 이 경우 가장 수위가 낮은 ‘의견제시’가 결정돼 제재 수위가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통심의위가 ‘정치심의’ 논란을 의식해 종편에 관대한 결정을 내린다는 지적도 있다. 4기 방통심의위는 허위사실이 아닌 이상 문제적 발언이나 막말에 비교적 관대하다. 차명진 전 의원이 MBN에 출연해 중국인을 ‘떼놈’이라고 비하했으나 즉각 사과가 이어졌고 출연 제한 조치가 있었다며 제재하지 않았고 전원책 변호사가 TV조선 ‘종합뉴스9’에서 앵커로는 이례적으로 “저 세상에서 요즘 몹시 마음이 괴로울 박정희 전 대통령님, 송구스럽다는 말씀 올립니다‘라고 발언했으나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 지난 2017년 TV조선 종합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 2017년 TV조선 종합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3. ‘양성평등’ ‘인권보호’ 제재 급증

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심의를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성평등 및 소수자 관련 조항 심의제재 건수가 2015년 9건, 2016년 13건, 2017년 0건인 반면, 2018년은 상반기에만 관련 제재가 31건에 달했다.

지난해 ‘양성평등’과 ‘인권보호’ 조항 위반 제재 내역을 채널별로 살펴보면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가운데 TV조선이 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MBC(7건), 채널A(5건), SBS·MBN(4건), KBS(2건), JTBC(0건) 순이다. 다만 제재 건수 자체는 많지만 대부분 행정지도를 받았다. 중징계인 법정제재 기준으로는 MBN과 SBS가 각각 2건씩 받아 제재 수준 자체가 높지는 않았다.

TV조선은 시사토크 프로그램 패널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에서 아나운서와 재벌가 결혼 소식을 다루며 패널이 “아나운서하고 재벌가의 결혼이 있었기 때문에 아나운서의 가치가 앞으로 더 올라가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라고 발언해 제재를 받았다. 또한 TV조선 뉴스특보에서 앵커가 “북한 브랜드 가방을 들고 있다가 열차에서 명품으로 바꿔 드는 여자”라고 발언하고 현송월의 ‘패션’에만 주목하는 해설이 지나쳐 제재를 받았다.

MBC의 경우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신현준씨가 자신의 출연작인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발달장애인 주인공을 재연하고 출연자들이 즐거워하며 웃는 모습을 방송해 제재를 받았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가 MBC 대표이사에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차별적 표현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MBC ‘나혼자산다’는 출연자를 향해 “이 오빠 ADHD네”라고 발언하는 등 희화화하는 모습을 내보내 제재를 받았다.

가장 제재 수위가 높은 제재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로 ‘관계자 징계’를 받았다. 김어준씨는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논란 당시 정봉주 전 의원에게 유리한 일방의 주장만 내보냈는데 이후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드러나 제재를 받았다.

▲ 지난해 3월22일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해 3월22일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보도화면 갈무리.

지상파와 종편에 걸쳐 전반적으로 선정적 이슈를 보도하면서 불필요한 자료화면이나 삽화를 내보내거나 설명을 내보내 제재받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심의 기조의 변화는 4기 위원 인선에서도 드러난다. 3기 때는 정부여당 모두 50대 이상 남성이었다. 반면 4기 방통심의위는 9명의 위원 가운데 여성이 3명이다. 정부여당에서 추천한 인사를 기준으로 하면 여성3, 남성3으로 성비를 맞췄다. 또한 정부여당은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을 위원으로 임명하며 ‘여성계’를 대표할 인사를 위원으로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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