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8일 손혜원 의원의 투기 의혹과 관련한 사무처 차원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SBS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손 의원 지인 등이 전남 목포 근대문화역사공간에 건물 14채를 보유했다며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손 의원은 “‘손혜원 목포투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데 제 인생과 전 재산은 물론 의원직을 걸겠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확인된 사실과 양측 입장

기본 쟁점은 손 의원 가족과 지인 등 건물 매입을 부동산 투기로 볼 수 있느냐다. 현재까지 양측이 인정한 사실은 손 의원의 배우자 재단·조카·보좌진 가족 등 명의로 지난 2017년 6월~2018년 9월까지 목포 일대 건물 10채가 거래됐고, 해당 건물들은 모두 지난해 11월 목포 근대문화역사공간으로 지정된 구역에 있다는 것이다.

SBS는 손 의원이 건물을 사들인 일대가 문화재로 지정된 뒤 가격이 뛰어 재산 가치를 높였다며 사실상 투기라고 지적했다. 소관 상임위인 문화재청 사업을 미리 알고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이익을 획득했다는 의혹이다.

반면 손 의원은 “오히려 문화재 지정을 막아야 아파트 재개발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는 게 상식”이라며 “역사와 문화를 살린 도시재생 모범사례를 만들려고 지인들에게 목포 구도심 건물 매입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 1월15일 SBS 8뉴스 갈무리.
▲ 1월15일 SBS 8뉴스 갈무리.

투기로 볼 수 있나

손 의원이 주장하는 ‘선의’를 모두 인정해도 손 의원 사례는 일반적이진 않다. 법적 문제가 없을 거라고 예측하는 경제·법조계 관련자도 ‘10채를 특정 구역에 매입하는 것이 보통의 정상적 부동산 거래라 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투자와 투기를 칼로 자른 듯 분리해 정의하기도 어렵다. 다만 판례 등에 비춰 부동산 투기란 일반적으로 본인이 거주 등 실제 사용할 목적이 아니고, 정당한 납세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차명거래를 하는 등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다.

손 의원 관련자들의 건물 매입이 이뤄진 뒤 해당지역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진 정황은 확인된다. 대표적으로 목포 대의동 일대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른 건물(상업·업무용) 거래가 지난 2006~2011년 3건 이후 2016년까지 이뤄지지 않다가 2017년 이후 10여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현재로서 손 의원 관련자들의 건물 매입을 투기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투기의 주된 목적이 시세차익인데 문화재 지정을 목표로 뒀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손 의원 주장대로 목포지역 시민단체 등이 과거 재개발 정책 등에 반대하며 도시재생 사업 추진을 요구했던 맥락을 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문화재 지정 영향력 행사했나

다음으로 공직자 윤리 문제가 있다. 부패방지법은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인지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해서는 안 된다(제7조의2)고 돼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가 공직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기관·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줘서는 안 되며,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부당하게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부당하게 사용해선 안 된다(제2조의2)고 규정한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손 의원이 과연 문화재 지정 여부를 미리 알고 시세차익을 기대해 건물 매입을 추진했는지, 이를 몰랐더라도 향후 문화재로 지정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문화재청이 문화재 개발 사업 공모를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1월, 손 의원은 약 6개월 뒤인 그해 7월부터 문체위 여당 간사를 맡았다. 논란의 건물들은 2017년 3월 이후 순차적으로 매입됐다. 가장 최근 매입한 건물은 지난해 1월 문화재청이 역사공간 조성사업 공모를 낸 뒤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손 의원이 2016년부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향력을 미칠 지위를 유지해왔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런 정황만으로는 업무처리 중에 문화재청의 사업 추진을 파악해 사익 추구에 이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부동산 투기 등 의혹으로 징계 대상에 오른 공무원 사례들의 경우, 직무상 취득한 비밀이 투기 행위 이전에 실재했으며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가 징계 여부를 좌우하곤 했다.

의혹을 보도한 SBS ‘끝까지 판다’팀의 김종원 기자는 17일 본인 페이스북에 “손 의원 보도 핵심은 고위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연관된 사업에 가족, 지인들 명의로 투자를 한 행위 그 자체다. 집값이 얼마나 올랐느냐는 그 다음 문제”라며 “피감기관인 문화재청에 목포 개발을 촉구하면서 목포에서 가족, 남편 재단, 보좌관 가족 명의로 집을 사들이는 것, 이렇게 사들인 집 10채가 모두 문화재 거리 지정 구역에 들어간 것은 상식선을 넘어선 것이고 고위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엄격한 자기 관리를 망각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최초 SBS 보도가 손 의원이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에 방점을 찍어 아쉬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입 후 ‘4배 뛴 건물값’…리모델링은 나랏돈으로” 등의 제목을 내세운 리포트, 투기 의혹을 언급한 관련자 인터뷰 등이 합리적 논의를 덮어버린 측면이 있다. 한 언론계 종사자는 ”최초 보도 이후 후속보도를 기대했는데 증거가 선명하지 않아 김이 빠진 느낌이었다. 처음부터 공직자 윤리를 제기했더라면 차라리 더 공감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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