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정성진‧양형위)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범죄의 양형기준안을 정해 최대 징역 3년9개월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키로 했다. 이를 두고 공익적 의혹제기나 표현의 자유조차 봉쇄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양형위는 지난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명예훼손, 유사수신행위법위반,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양형기준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양형위는 명예훼손죄 양형기준안을 “인터넷, SNS 등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범죄가 상당수 발생해 이에 객관적이고 엄정한 양형기준을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양형위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는 기준을 설정하지 않았으나 비난가능성이 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모욕죄도 인터넷, SNS를 통한 모욕행위 등 범행 방법과 내용에 따라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범죄의 심각성에 경각심을 높이고 엄정한 양형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양형기준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형위는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관련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의 경우 전파가능성이 높아 피해가 크고 피해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일반 명예훼손에 비해 가중처벌(최대 3년9월까지 권고)하고, 군형법상 상관명예훼손과 상관모욕도 가중처벌한다”고 밝혔다. 명예훼손죄로 징역형을 최대 3년9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중처벌하는 유형을 두고 양형위는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동종누범 등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허위가 분명한지, 비방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 가짜뉴스에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호한 상황에서 수사와 구속 만으로도 논의 자체가 봉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정성진 양형위원회 위원장(왼쪽)과 박상욱 대법관이 지난해 11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음주와 양형'을 주제로 열린 양형연구회-형사정책연구원 공동학술대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성진 양형위원회 위원장(왼쪽)과 박상욱 대법관이 지난해 11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음주와 양형'을 주제로 열린 양형연구회-형사정책연구원 공동학술대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인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비방목적이 있는지 없는지 외과수술하듯이 기준갖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중하게 처벌한다고 그 기준을 세워서 발표하면 자칫하면 허위인지 아닌지 모호한 표현은 위축효과를 감수하고 시민들이 표현하거나, 그 자체가 위축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과연 적절한 방안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가짜뉴스 처벌 가능성을 두고 양 변호사는 “가짜뉴스가 명예훼손 처벌 적용이 되냐고 봤을 때 안되는 경우가 99%쯤 되지 않을까 싶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법원이든 법 적용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짜뉴스에 대한) 수사만 개시해도 위축효과가 상당할 것이기 때문에 가짜뉴스 처벌 기준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처벌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최순실 보도도 어떻게 보면 허위라는 주장을 할 여지가 있고, 십상시도 존재했느냐를 두고 초기엔 정부가 부인했기에 이를 수사한다고 하는 순간 그런 논의 자체가 봉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구제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안상운 변호사는 “명예훼손 법체계 전체를 봐야 한다”며 “허위정보 유통으로 인해 피해자는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아무리 해봐야 현실적인 피해구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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