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씨에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이 경내 산책을 강행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는 꽤나 많은 함의를 담고 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주요 대기업 총수들을 비롯한 경제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이번 일정은 서울 시내 등 수도권의 미세먼지가 심각한 가운데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제목도 “文대통령-재계 총수들, 미세먼지 속 청와대 산책 강행”이라고 달았다.

청와대는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치고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사진 촬영을 한 뒤 영빈관 앞에서 본관 소나무 길을 거쳐 소정원, 녹지원까지 함께 25분간 산책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조선은 “이날 종로구 일대의 대기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일평균 농도는 오후 4시 기준 ㎥당 11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기록했다. ‘매우 나쁨(76㎍/㎥ 이상)’ 기준의 1.5배 수준이다”면서 “산책 행사는 이날 오전 9시경까지만 해도 심각한 미세먼지 상황에 따라 취소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오전 11시경 강행되는 것으로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미세먼지 속에 나눈 대화 내용도 기업의 미세먼지 연구소 설치 여부였다고 덧붙였다.

▲ 1월 15일자 조선일보 보도 내용.
▲ 1월 15일자 조선일보 보도 내용.

문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정권 3년차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과 적극 손을 잡겠다는 신호를 주면서 동시에 규제 혁신 쪽에 정책의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탄력근로 시간 확대, 최저임금 속도 조절 등 재계로선 정책 기조 변화로 환영할 만한 흐름이 만들어진 가운데 대기업 총수 청와대 초청도 재계의 ‘기살려주기’ 연장선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 기사는 청와대가 마치 기업 총수들을 불러들여 열악한 미세먼지에 노출시키면서까지 일정을 강행했다고 결론을 맺으면서 문재인 정부가 재계 총수까지도 마음대로 휘두른다는 인상을 준다. 청와대 권력이 오만하다는 걸 에둘러 미세먼지를 소재로 풀어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조선일보 보도의 근거는 높은 미세먼지 농도인데 이를 청와대가 알면서도 일정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근거로 제시한 미세먼지 농도는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조선일보는 오후 4시까지의 일평균 농도를 제시했는데 그 수치는 오후 4시까지의 평균 수치를 말한다. 엄밀히 따지면 문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과 산책을 했을 때 청와대 경내 공간 및 시간대의 미세먼지 농도 수치를 제시하는 것이 맞다.

조선일보는 마치 오후 4시 청와대 경내 공간의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기준의 1.5배에 달하는 115㎍였는데도 청와대가 마크스를 쓰지 않은 채로 경내 산책을 강행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의 미세먼지 세부 측정 정보에 따르면 15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일대 미세먼지 농도는 47㎍으로 나왔다. 해당 수치 역시 ‘나쁨’에 속하지만 ‘매우 나쁨’을 넘어 최악의 미세먼지 농도 속에서 일정을 강행한 건 아니라는 반박도 가능하다.

최근 조선일보가 김태우 수사관의 주장을 바탕으로 백원우 청와대 비서관이 이인걸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장에게 지시해 김무성·김기춘 첩보를 경찰에 이첩토록 했다고 보도하자 백원우 비서관이 기사를 쓴 기자와 편집국장, 김 수사관을 고소하는 등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갈등이 커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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