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 인사와 접촉이 잦아졌다. 국정농단과 뇌물죄의 주범으로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공개적인 경영활동 뿐 아니라 대통령과도 잦은 만남을 가지는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투자와 고용 창출을 경제논리로 풀려는 노력 보다 대기업 총수를 만나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방식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2019 기업인과 대화’ 행사에 참석해 “대한민국 1등 대기업으로서, 작년 숙제라고 말씀드린 ‘일자리 3년간 4만명’은 꼭 지키겠다. 이것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기업의 의무다. 개인적 이야기를 하자면 두 아이 아버지로서 아이들 커가는 것 보며 젊은이들 고민이 새롭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행사가 끝난 뒤 문 대통령과 함께 산책하면서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도 한번 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얼마든지 가겠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죠”라고 답했다. 반도체 경기에 이재용 부회장은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죠”라고 답했다. 이를 듣던 최태원 SK 회장은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다”고 했고, 이재용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며 “이런 영업 비밀을 말해버렸네”라고 말했다고 하는 등 농담까지 주고받았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단체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 관련 단체에서는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은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해 부영, 대림 회장이 사회적 논란을 빚어 문제될 소지가 있어서 초대를 안 한 점을 들어 “그렇게 따지면 이재용을 부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미 새 정부 들어 문재인 대통령도 만나고, 이낙연 총리도 만났다며 “대통령이 고용창출을 이유로 재벌과 적어도 외관상 이렇게 유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재벌개혁은 잊었는지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

김경률 위원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문 대통령의 대화내용을 두고 “이재용 부회장에 관련해서 대법원 재판이 있다. 더구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도 (뇌물죄 사건과) 마찬가지로 한국사회 중차대한 문제를 낳는 사건이다.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를 마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를 마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이 고용과 투자 촉진을 요청한 것을 두고 김 위원장은 “고용과 투자는 기업의 고유한 의사결정이며, 이사회를 통해서 해야 하는 것인데, 대통령과 재벌 오너가 만나 결정할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고용 문제가 심각하니 대통령이 나서서 재벌총수한테 부탁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청와대 안팎의 견해에 김 위원장은 “경제외적 논리로 투자를 촉진하고, 고용을 촉진하겠다고 하면 그것이 반대급부없이 되겠느냐. 그렇게 생각한다면 깊이 우려된다. 투자와 고용창출은 경제논리로 풀어야 하고, 행정력이 필요하다면 입법적으로 보조할 노릇이지 따로 기업인 만나 정치적으로 해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정말 반대급부 없이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메시지를 삼성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며, 국민 일반 뿐 아니라 최종 확정 판결해야 하는 사법부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권력과 재벌의 이런 만남을 두고 언론이 중계하듯 보도할 것이 아니라 비판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성의 노조와해 사건의 피해자인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오기형 대외협력부장은 16일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대법원 판결 전이고 새로 밝혀진 사실도 있고, 기소된 사건도 있다. 삼성전자 노조와해 뿐 아니라 에버랜드 노조와해사건까지 드러났다. 이 사건들은 이재용 부회장에 계속 보고됐다는 의혹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오 부장은 “심지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때문에 인정되지 않았던 경영권 승계가 인정될 가능성이 더 높아져서 대법원이 항소심보다 훨씬 강한 판단을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앞두고 대통령이 이런 만남을 갖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오 부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해외 돌다가 한국에서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볼모로 삼아 자신이 실형을 받으면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집행유예로라도 유지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거기에 문재인 정부도 화답하는 것처럼 보여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런 문제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 우려도 있을 수 있고 그런 지적할 수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만남이) 그보다는 긍정적인 효과 쪽을 높게 본 것 아닌가 싶다. 유죄판결은 받았지만 대법원 최종확정 판결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용과 투자를 재벌총수 만나 정치적으로 풀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에 “대기업 재벌 총수만 불렀다면 몰라도 중소기업도 만났고, 전체적으로 경제계 소통강화의 일환으로 중소기업인 벤처기업인 등 모든 경제인에 협조를 구하고 만나고 있다. 혁신적 포용국가와 다같이 잘사는 나라라는 취지에서 모순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 지난해 9월18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회장이 공군 1호기에 탑승해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9월18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회장이 공군 1호기에 탑승해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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