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사고 현안보고 관련 16일 국회에 출석한 KT 황창규 회장이 ‘국회 출석으로 다보스 포럼에 차질을 빚었다’는 언론 기사로 여야 의원들에게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이날 오전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노웅래 위원장에게 “(11일) 뉴데일리에 나온 [황창규 KT 회장, 과방위 출석 요구 ‘다보스 포럼’ 차질] 기사를 봤느냐”며 “이런 기사가 나와 마치 우리가 과방위를 오늘 열어 황 회장의 다보스 포럼 참석에 차질이 생겼다는 식으로 (KT가) 언론 플레이를 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다보스 포럼은 21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데 공기업 회장이 작년에 보고할 (화재 사고) 사항을 이렇게 늦게 보고 자리를 만들었는데 이런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해 과방위원들이 마치 갑질을 한 것처럼 비친 점에 위원장이 강력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본다”고 요구했다.

▲ 1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KT 화재사고 관련 현안보고'에 출석한 황창규 KT 회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1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KT 화재사고 관련 현안보고'에 출석한 황창규 KT 회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에 노 위원장은 “해당 기사는 못 봤는데 황 회장이 다보스 포럼을 국회 때문에 못 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있을 수 없다”며 “다보스 포럼이 국익에 중요한 거라면 KT 측에서 요구했어야 하는데 요구받은 적도 없다. 언론 로비 작업이 의심스럽지만 경위를 파악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 위원장은 황 회장에게 위원들의 지적대로 KT가 뉴데일리를 선정해 기사 로비나 작업을 했는지 경위를 묻자 황 회장은 “그 기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 초청받아 아젠다가 굉장히 많아 그 준비를 개인적으로 하는 건 나만 아는 사실인데 만약 언론에 나왔다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이 “황 회장의 다보스 포럼 참석에 국회가 차질을 빚게 했다는 뜻이냐”고 재차 묻자 그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얘기한 적이 없다”며 “국회 일정은 일정대로 오늘 참석하기로 결정했고, 다보스는 다보스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당 과방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도 “작년에 상임위가 열려야 했는데 늦었고 간사 간 합의에 따라 이뤄진 상임위를 언론사에 정보를 흘려 매우 구체적으로 ‘화재 원인도 안 밝혀졌는데 윽박지르기 식 출석 요구’라는 기사가 나왔다”며 “어떻게 일개 민간 회사에서 언론과 합작해 이렇게 기사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 국회 상임위를 발로 짓밟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KT 화재가 얼마나 중대한 일인데 다보스 포럼에 회장이 가는 걸 방해하고 있다는 결론의 기사가 나왔는데도 동조·묵과하고 있는 황 회장은 도대체 뭐 하는 상황이냐”며 “화재 원인 규명도 못 하고 생색내기 피해 보상하면서 잘했다는 거냐. KT에서 구체적으로 책임진 사람이 있나. 이런 문제의식으로 어떻게 KT를 운영하고 있는지 황 회장이 책임지고 진정어린 사과와 대책을 확실히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도 와서 기사를 봤는데 굉장히 불쾌하다. 내 감으로는 KT가 주문한 기사 같은데 경위야 진상조사 해줄 것 같진 않고, 언론사에 집행한 작년 한 해 광고비와 협찬액이 얼만지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 위원장도 황 회장에게 “작년 언론 홍보·협찬비 일체 자료를 바로 제출해 위원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뉴데일리는 “포럼 관련 행사 준비를 보름 전부터 해도 모자랄뿐더러, (과방위) 전체회의 출석이 잡히게 되면 관련 질의답변 준비를 위한 시간 소요도 상당해 포럼 준비에 분명 차질을 빚을 것이란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라며 “전체회의에 출석하게 될 경우 16일 이후엔 스위스 이동 시간 및 현지 사전 미팅 일정 등으로 포럼 준비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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