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EBS 사장 재공모에 지원한 20명의 명단과 지원서를 지난 14일부터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EBS 사장 후보자를 공모했지만, 지원자 11명과 면접 대상자 4명 중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하고 재공모에 들어갔다.

이번 재공모에 지원한 후보자 중 EBS 전·현직 관계자는 △김유열 전 EBS 학교교육본부장 △김이기 알파프로덕션 대표(전 EBS 제작국장) △노건 EBS 광고전문위원 △박상호 전 EBS 심의위원 △이명구 전 EBS 부사장 △이철수 EBS 심의위원 △조규조 EBS 부사장 등 7명이다.

이외 전·현직 방송인으론 △권혁률 전 CBS 강원영동 본부장 △금동수 전 KBS 부사장 △김명중 전 아리랑TV 부사장 △김영호 전 KNN 본부장 △김준원 전 한국방송제작단 사장 △신동원 전 CBS 상무 △오강선 KBS PD(전 KBS 콘텐츠사업국장) △전용길 전 KBS미디어 사장 △정길화 MBC 통일협력사업팀 국장 △정순길 전 KBS 춘천방송총국장 △정일윤 전 진주MBC 사장 등 모두 11명이다.

비방송계 출신 인사 중에선 △박경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총장(전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과 △오용섭 청년광개토 대표(전 삼성전자 PA그룹 수석)가 EBS 사장 공모에 지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4일부터 오는 18일 오후 6시까지 EBS 사장 후보자들의 주요 경력과 업무수행 계획서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국민의견을 수렴한다. 사진=방통위 홈페이지
방송통신위원회는 14일부터 오는 18일 오후 6시까지 EBS 사장 후보자들의 주요 경력과 업무수행 계획서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국민의견을 수렴한다. 사진=방통위 홈페이지
이번 EBS 사장 공모에 지원한 거의 모든 후보가 EBS가 재정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점을 의식해 나름의 경영 혁신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현 EBS 사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조규조 부사장은 방통위에 제출한 국민 의견 수렴용 지원서에서 “EBS는 최근 재정 적자가 심화하고, 콘텐츠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과 노사 간 불협화음 등이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나는 부사장으로서 재직하며 경영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직원들과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EBS를 조기에 안정화해 재정적 흑자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EBS 사장 공모 서류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재공모에 다시 도전한 노건 EBS 광고전문위원은 EBS 입사 전 증권사와 벤처투자회사, 미디어 기업 등 활동 경력을 강조하며 “최근 재정위기 극복의 최적임자라는 나에 대한 공사 내·외부의 평가와 기대가 사장 공모에 지원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소개했다.

역시 두 번째 사장 공모에 지원한 김영호 전 KNN 본부장도 “나는 누구보다도 EBS의 핵심과제인 경영적자 해소와 미래 신성장 동력 창출 방안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또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자부한다”며 “독립PD 등 외부 제작 참여자들과의 상생·협력 발전 방안을 마련해 공영방송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건강한 방송생태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 EBS 사옥. 사진=EBS 제공
▲ EBS 사옥. 사진=EBS 제공
EBS는 지난해 KBS와 UHD 방송 송신 비용 밀실 합의 논란 등으로 노사 갈등과 장해랑 사장 사퇴라는 불협화음을 겪었다. 때문에 침체한 EBS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직원들과 합심해 소통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종풍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장은 “EBS는 현재 경영 환경도 어려울 뿐 아니라 서로 간 웃음을 잃고 열심히 하고자 하는 분위기 자체가 침체된 상황”이라며 “직원들은 새 사장이 도덕적이면서 재정 위기 상황에서 재원 확보 능력 등 경영능력을 갖추고 구성원들과 소통 잘하는 리더십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사장 후보자들의 지원서를 보면 비용 절감을 위해 손쉬운 방법으로 조직을 슬림화하고 명예퇴직과 안식년 확대 등을 제시하는 건 직원들을 위한 좋은 비전은 아니라고 본다”며 “새 사장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출판 수익 악화와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도 한 수신료 문제 대응도 잘해야 하고, 솔선수범하면서 새로운 사업 전략을 직원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개 지원서에 노사관계 부분 전문성을 내세운 금동수 전 KBS 부사장은 “KBS 노조 초창기에 중앙위원으로서 1990년 서기원 사장 반대 60일 파업의 주축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며 “그 후 KBS 노무 업무(차장, 부장, 국장 역임)을 최장기간 역임하면서 방송사 최고의 강성 노조인 KBS노조 활동을 잘 관리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정부에서 언론노조가 발표한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에 포함된 인사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방송계 출신 인사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교육 공무원으로서 경력을 지닌 박경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총장(전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도 노사 갈등 극복과 조직 혁신을 강조했다. 박 총장은 “노사 간의 대화 통로를 상설화해서 내부 조직의 불협화음을 제거하고, 노사가 당당한 경영 파트너로서 편성규약 등 공정방송 장치를 보장하겠다”며 “대화와 협력을 통한 상생 발전을 추구함으로써 갈등을 해소해 소통과 화합을 지향하는 새로운 공영교육방송기관으로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방통위 제공.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방통위 제공.
아울러 EBS가 KBS와 MBC 등 다른 공영방송사와 수익 구조나 사업 등에서 차이가 있어 내부에선 복잡한 EBS 콘텐츠와 직원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사장이 와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EBS 직원 출신 후보자들이 외부 인사들보다 조직 이해와 화합을 위해 더 적격이라는 반응이다.

한 EBS 관계자는 “지난 사장 공모에서 11명 중 직원 출신이 6명 지원했는데 이번엔 20명 중 임원을 했던 2명을 빼고 직원 출신은 5명”이라며 “내부 직원들의 정서에서 꼭 내부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직원 출신이 많이 지원하면 외부적으로 영향력을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고, 장해랑 사장을 겪으며 외부 인사에 대한 반감과 불편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KBS 공채 PD 출신의 전용길 전 KBS미디어 사장은 지원서에서 “나는 방송이 어떠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편 가르기에 따른 외압은 물론 스스로 정치권력에 동원되거나 홍보 도구로 전락하는 것에 결단코 반대한다”며 “특히 공영방송은 더욱 정치권력에 스스로 엄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원칙과 철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12년 KBS 콘텐츠본부장 시절 특정 대선 후보(박근혜) 편들기라는 비판에도 박정희 시대를 미화한 드라마 ‘강철왕’ 추진 등 방송의 공정성을 후퇴시켰다는 평가로 KBS 양대 노조가 공동으로 진행한 신임투표에서 불신임(70.4%)을 받기도 했다.

EBS 노조에서 우려하는 경영 효율화 방안을 제시한 후보도 KBS PD로 입사해 KBS 춘천방송총국장을 지낸 정순길 KP미디어 대표다. 정 대표는 ‘조직과 자원 운영의 효율화’ 방안으로 “조직 슬림화와 직무 중심 조직 체계 구성으로 빠른 의사 결정 구조를 구축하겠다”며 “공적 가치를 저해하는 콘텐츠를 과감하게 폐지하고 공영성 확보를 위한 기획 자문기구를 상설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출신이자 1인기업 청년광개토 오용섭 대표도 EBS 사장 공모에 지원했는데 그는 지원 동기로 ‘통일을 대비한 교육 지향’ 필요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오 대표는 “문재인 정부 들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통일을 대비한 자신의 진로나 미래에 대한 관심이 싹트면서 통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 관심을 기울이는 교육”이라며 “자신의 삶을 통일미래 비전에 연결할 수 있어야 하며, 통일비용 및 편익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오는 18일까지 후보자들 주요 경력과 업무수행 계획서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KBS·MBC 사장 선임 때처럼 국민 의견을 수렴해 EBS 사장 임명 시 활용할 계획이다.

EBS 사장 지원자들은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서 정한 결격사유가 있는지 방통위의 확인 절차 등을 거쳐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최종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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