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TV조선이 김태우·신재민 이슈에 보도량을 집중시켰던 것으로 나타났다. 두 언론사는 다른 보수언론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보도량을 보였다.

앞서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은 지난해 12월14일 “여권 고위공직자 비리 첩보를 작성하자 청와대에서 쫓아냈다”, “청와대가 정치인·민간인 등을 광범위하게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보름 뒤인 12월29일과 31일에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유튜브를 통해 “정부가 민간 기업인 KT&G 사장 선임에 개입했다”, “정부가 2017년 말 세수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채 발행 및 1조원 국채 상환 취소를 강요해 의도적으로 나라 빚을 늘리려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김태우 수사관의 첫 폭로가 종편 시사토크프로그램에서 다뤄지기 시작한 12월15일부터 신재민 전 사무관이 잠적했다 발견된 직후인 1월4일까지 TV조선 ‘신통방통’, ‘보도본부핫라인’, ‘이것이 정치다’와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정치데스크’, MBN의 ‘아침&매일경제’, ‘뉴스와이드’ 등 총 7개 프로그램을 모니터링 한 결과 TV조선은 3개 프로그램에서 전체 분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47%를 김태우·신재민 두 사람의 폭로 건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MBN은 33%, 채널A는 30%의 분량 비중을 보였다. 

▲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의 한 장면.
▲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의 한 장면.
민언련은 “보도·시사프로그램이 장기간에 걸쳐 절반에 가까운 분량을 단일 이슈에 할애하는 일은 대단히 이례적”이라며 “김태우·신재민 폭로에만 시청자의 이목이 집중되도록 의도했다”고 지적했다.

‘의제 편향’이 가장 심했던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의 경우 김태우·신재민 방송시간이 1073분으로 그 비중이 무려 61.2%였다. 민언련은 “‘이것이 정치다’는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김태우·신재민 폭로’를 다뤘고 12월20일, 12월31일, 1월2일에는 무려 80%를 넘겨 다른 이슈는 사실상 다루지 않았다”며 “‘김태우·신재민 특별편성’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고 꼬집었다.

같은 기간 사회적 이슈였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 관련 이슈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민언련은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와 ‘보도본부 핫라인’은 분석 기간 중 두 이슈를 단 1분도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으며 “채널A ‘정치데스크’가 35분, MBN ‘뉴스와이드’가 48분으로 조금 차별성을 보였으나 비중은 4~5%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제편향성은 신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민언련은 김 수사관의 폭로가 시작된 지난해 12월14일부터 1월7일까지 △김태우 △김 수사관(감찰반원) 키워드로 검색되는 324건의 기사를 추출해 제목별 분석을 실시했다. 모니터 대상은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매일경제·한국경제 등 7개 중앙일간지였다. 

▲ 2018년 12월27일 조선일보 1면.
▲ 2018년 12월27일 조선일보 1면.
분석 결과 조선일보는 이 기간에 103건의 기사를 작성했다. 이는 중앙일보 59건, 동아일보 54건에 비해 2배가량 많은 수치다. 같은 기간 매일경제는 34건, 한겨레는 31건, 경향신문은 19건의 보도량을 나타냈다.

민언련은 “조선일보 기사 중 김태우 측 주장을 제목에 담은 기사는 64건(62%)이었던 반면 청와대 측 주장을 제목에 담은 기사는 11건에 불과했다”고 밝혔으며 “김 수사관 비위행위를 제목에 담은 조선일보 기사는 103건 중 3건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조사에서 신재민 이슈 역시 조선일보가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이며 비슷한 경향성을 나타냈다.

이 같은 조선일보 보도량은 이명박정부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씨 관련 보도량과 대비된다. 김종익씨는 2010년 6월29일 방영된 MBC ‘PD수첩’ “이 정부는 왜 나를 사찰했나”편에 출연해 이명박정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을 고발했다. 김 씨의 폭로 후 불법사찰 증거자료 폐기에 연루된 공직윤리지원관실 장진수 주무관의 양심선언이 이어졌고 민간인 불법사찰을 주도하거나 증거인멸에 관계된 이들 다수가 형사처벌을 받은 대형 사건이었다.

그러나 ‘PD수첩’ 방송 이후 7월29일까지 30일 간 김종익씨와 관련한 조선일보 기사는 총 26건에 불과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PD수첩 화면조작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로 방송을 흔드는가하면 ‘메신저’ 김종익씨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기사를 내놓으며 ‘민간인 사찰’ 프레임을 지우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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