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대기업과 중견기업 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에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대기업 쪽에서는 최태원 SK 회장이 혁신 성장을 위해 실패에 대한 용인과 비용이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고, 황창규 KT 회장은 데이터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 대화에서 이같은 당부와 대기업 중견기업의 애로사항 요구사항 등을 청취했다. 130여 명의 대기업 중견기업 회장 및 대한상공회의소 대표 및 지역 상의대표 등과 청와대 비서실 인사, 경제부총리 등 정부 관련 부처 장차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중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둥근 원형 형태의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이뤄졌고, 대통령 모두 발언 후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장 사회로 대기업 중견기업 대표가 질의하고 정부 부처 책임자나 대통령이 응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들까지 전체 생태계가 함께 발전돼야 한다”며 “협력업체들에 대한 개발이익 조기 지급과 상생결제의 확대, 자금지원, 원천기술과 인력지원, 환경문제에 함께 책임지는 모습은 대기업에 대해 국민들과 중소기업이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상생협력이 시혜적 조치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발전전략이라는 관점에서 적극 추진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정부도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기업의 고용창출 역할을 두고 “300인 이상 기업은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다. 30대 대기업 그룹은 지난 5년 간 고용을 꾸준히 늘려왔고, 300인 이상 기업은 작년에 고용을 5만여 명 늘려서 전체 고용 증가의 절반을 차지했다. 앞으로도 일자리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설비투자에도 문 대통령은 “300인 이상 대기업이 우리나라 설비투자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다”며 “작년 2분기부터 전체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전환한 아쉬움이 크다. 기업이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올해 우리 정부의 목표이다. 여러 기업들이 올해부터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내 전담 지원반을 가동해 신속히 추진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기업 중견기업 회장 등 130여 명의 경제인과 대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기업 중견기업 회장 등 130여 명의 경제인과 대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절차가 간소화하는 등 신속히 규제를 완화시키는 이른바 ‘한국형 규제박스’를 두고 문 대통령은 “한국형 규제박스가 곧 시행되면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도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며 “이미 십여 건의 융복합 신사업이 신청․준비 중에 있고, 정부는 또 신기술․신사업의 시장 출시와 사업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질의응답에서 최태원 SK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을 두고 3가지를 당부했다. 최 회장은 “혁신성장을 하기 위해서 기본 전제는 실패에 대한 용납이다. 혁신을 할 때 무조건 실패한다. 잘 안 된다. 이것을 용납하는 법을 적용하거나, 규제를 완화하거나 샌드박스의 철학적인 배경이 실패를 해도 좋다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두 번째는 혁신을 하는데 들어가는 코스트가 충분히 낮아질 수 있는 환경을 정부와 사회와 기업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세번째로 최고의 인력이 접근할 수 있어야 된다.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는 백업이 없으면 혁신성장에 의해 일자리가 충분히 창출되는 열매까지 거두기에는 꽤 어려운 문제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 성장의 대상을 두고 최 회장은 첨단산업만이 아니라 사회적경제라고 제시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경제를 많이 일으킨다면, 고용창출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사회적 경제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언급했고, 문 대통령의 ‘실패를 용납하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2015년 메스트 때 200명이 사상했으나 지난해 메르스가 조기 진압된 것은 정부가 KT에 개인정보인 로밍데이터를 쓰게 허락해줘서 KT가 빅데이터와 AI를 돌려, 환자가 접촉한 모든 사람들을 조기에 격리시켰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황 회장은 “AI나 빅데이터가 활성화되도록 이 부분에서 좀 더 규제를 풀어주셨으면 한다. 개인정보를 풀어서 사람 생명을 구했다. 개인정보를 활성화하면 나라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개별 기업에게는 절벽같이 다가오는 규제가 있다. 그러한 규제에 대해서는 정부도 적극 찾아나서서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를 혁파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도 “규제혁신을 위해서 법률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우리가 입법절차상 시간이 걸리겠지만, 행정명령으로 이뤄지는 규제 같은 경우는 우리 정부가 보다 선도적으로 노력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 좀 집중적으로 노력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가끔 저희가 실수도 있고, 그래서 국민들의 마음 불편하게 해드리는 경우가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왕성한 청년기에 실수도 하지만, 앞날을 향해서 뛰어가는 기업들을 봐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대화 행사가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들과 경내 산책을 했다. 이들은 영빈관에서 본관-불로문-소정원 거쳐 녹지원까지 25분 가량 걸었고, 박용만 대한상의회장, 4대기업(삼성 현대차 SK LG)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동행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기업 중견기업 회장 등 130여 명의 경제인과 대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기업 중견기업 회장 등 130여 명의 경제인과 대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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