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야권 차기 대권주자로 언급되고 있는 황 전 총리가 당권 도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한국당 회의실에서 열린 입당 관련 기자간담회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황 전 총리는 본인이 ‘통합’을 이끌어내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국민적 합의 없이 밀어 붙이는 성급한 정책들이 경제도 안보도 사회도 모두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정부가 과거만 바라보고 과거에만 집착하는 지금 대한민국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우리 자유한국당이 국민에게 시원한 답을 드려야 한다. 그것은 통합”이라고 밝혔다.


황 전 총리는 이어 “한국당은 통합과 화합 정신으로, 한 마음으로 단합해야 한다. 지금은 통합과 화합, 그리고 단합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통합론’은 역설적으로 그가 ‘친박계’, ‘국정농단 책임론’과 거리두기 어려움을 반증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등 요직을 지낸 그를 두고 정치권에선 ‘도로 친박당’(바른미래당), ‘좀비정치’(민주평화당), ‘쉰 재생에너지’(정의당) 등 비판이 이어졌다.

황 전 총리를 마주한 기자들 질문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친박’ 이미지가 박힌 그가 어떻게 통합에 나설 것인지 등에 집중됐다. 황 전 총리는 거의 모든 질문에 ‘통합’으로 답했다.

▲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우측)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정 PD
▲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우측)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정 PD
문화일보 기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황 전 총리는 “그 질문에 대해 정말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보수, 진보를 떠나 ‘자유 우파’가 주력하고 힘쓰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국민 통합이다. 우리가 한마음 한 뜻으로 통합해서 감당해나가야 한다”며 직접적인 답을 피했다.

“당원들 사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복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 달라”는 JTBC기자 질문에는 “사면이라는 것은 형사법적 절차이지만 정치적 측면도 있다. 우리 국민이 통합하고 화합하고 하나되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박계 의원을 어떻게 아우를 것인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동의했던 당시 새누리당 의원도 통합 대상인지 등 계파 갈등 관련 질문도 다수였다. 황 전 총리는 “누가 친박이고 비박인지 구분 없이 계파 얘기가 거의 없어졌다. 그런 생각은 ‘구시대 정치’”라고 말했다. 

▲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서울 여의도 국회 한국당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김현정 PD
▲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서울 여의도 국회 한국당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김현정 PD

“이 자리에서 석고대죄하라”고 요구한 기자도 있었다. 서울의소리 기자는 “국정농단으로 구속된 박근혜씨 정부에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내며 공범이라는 의혹이 있다. 대국민사과 없이 정치하는 건 국민에 대한 기만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황 전 총리는 “지난 정부에서 마지막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국가적 시련으로 국민께 심려 끼친 점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점을 여러 번 말씀 드렸다. 다만 그로 인해 함께 일했던 모든 일들과 공무원들을 ‘적폐’라는 이름으로 몰아가는 것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TV조선 기자는 “문재인 정부 실정을 바로잡겠다고 했는데 그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물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논란이 된 질의를 연상케 하는 질문에 황 전 총리는 “많이 들어본 얘기(질문) 같다”며 웃음을 보인 뒤 “같이 하기 위해서 자유한국당이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서울 여의도 국회 한국당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김현정 PD
▲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서울 여의도 국회 한국당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김현정 PD
황 전 총리는 한편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등을 꼽았다. 그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인류가 발견한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자유시장경제”라며 “(시장경제) 근간을 흔들리게 하면 기능할 수 없다. 근로시간 문제라든지 최저임금 문제라든지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에 고쳐 달라는 게 경제 관련 모든 분들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질문을 충분히 받고, 질문 기회를 놓친 기자들에게 재차 기회를 주는 등 언론 친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간담회가 끝난 뒤에도 국회 본관 1층에 위치한 정론관으로 내려와 국회 출입 기자들 자리를 일일이 방문하며 가벼운 대화를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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