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배우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배우·코미디언·성우·무술연기자 등이 가입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위원장 김준모)은 ‘미성년 문화예술인’도 노조 가입 대상으로 둔다.

한국방송연기자노조는 지난해 초 대의원대회 의결을 거쳐 조합원 가입자격을 정한 규약 8조를 개정했다. “결격사유 없는 자가 조합이 정한 가입원서를 제출하고 위원장이 이를 승인했을 때 소정의 조합비를 납부해 조합원 자격을 갖는다”는 규정에 “미성년 방송연기자 경우엔 권익과 인권보호를 위해 부모의 동의와 별도의 심사절차를 통해 가입을 허용한다”는 단서조항을 추가했다.

노조의 책임 권한, 역량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었으나 노조는 인권보호가 우선이라 판단했다. 송창곤 노조 대외협력국장은 “성인 연기자·제작진도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지만 아역배우는 그보다 더 심한 사각지대에 있다. ‘노조가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어떤 식이든 이들 보호가 우선이라는 점에 동의해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 2018년 12월19일 한빛미디어노동센터에서 ‘아동·청소년 배우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 2018년 12월19일 한빛미디어노동센터에서 ‘아동·청소년 배우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아역배우의 노동권·학습권 침해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0년 청소년정책분석평가센터가 18세 미만 청소년 연예인 39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5.9%가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했고, 10.3%가 14시간 이상 일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밤샘촬영(야간노동)도 법적으론 동의하에 이뤄져야 하지만 유명무실하다. 현실적으로 배우나 후견인인 부모가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탓이다.

모두 아역배우를 보호하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조항에 위배된다. 이 법 22·23조는 15세 미만 예술인이 1주일에 35시간까지 일할 수 있고 15세 이상 청소년 예술인은 1주일에 40시간까지, 당사자 합의에 따라 1일 1시간 및 1주일에 6시간 한도로 연장노동을 할 수 있다. 만 15세 미만은 밤 10시~오전 6시 동안엔 일할 수 없도록 제한된다.

강압적 지시에 따른 정신적 충격, 감정노동 후유증도 문제다. 지난달 19일 한빛미디어노동센터가 주최한 ‘아동·청소년 배우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간담회’에선 아역배우가 우는 연기를 못할 경우 감독이 울어라고 고함치거나 담배연기를 눈에 갖다대는 등의 사례가 언급됐다. 배우 김정화씨가 10대 때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찍은 프로그램 ‘뉴논스톱’을 회상하며 “어떻게 하면 편하게 죽을 수 있을까”라 고민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송 대외협력국장은 “노조에 가입한 아역배우는 아직 없지만 정관을 개정한 만큼 가입 문의는 향후 서서히 늘어날 것”이라 말했다.

방송연기자노조는 지난해 6년의 소송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근로자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2012년 노조와 KBS 간 출연료 협상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연기자는 근로자가 아니’라며 단체교섭권을 인정하지 않자 노조는 이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12일 방송 연기자가 “방송사가 정한 시간·장소의 구속을 받고, 연기라는 노동의 대가로 출연료를 받기 때문에 근로자”라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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