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지난 12일 관상학자 분석을 토대로 “조재범 전 코치는 순박한 인상을 지녔다”고 보도해 논란이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관상학을 근거로 관련 기사를 작성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중앙일보는 14일 기사를 삭제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12일 “[백재권의 관상·풍수99] 순한 인상 뒤에 숨겨진 폭력성에 경악”이라는 보도에서 백재권 관상학 강사의 주장을 근거로 조재범 전 코치를 평가했다. 이 관상학자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은 지도하는 코치, 감독, 교수, 선생님의 외모에 속으면 안 된다는 거다”고 설명했다.

▲ 사진= 지난 12일자 중앙일보 기사 페이지 화면 갈무리
▲ 사진= 지난 12일자 중앙일보 기사 페이지 화면 갈무리

그는 심석희 선수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는 분석도 덧붙였다. 이 관상학자는 “어릴 때의 폭력은 평생의 고통이다. 그 상처가 얼굴에 투영되기 때문에 관상을 보면 잡아낼 수 있다. 실제로 어린 시절 성폭행 당한 여성의 관상을 보고 여러 차례 확인했다”며 “치유하지 않으면 50세를 넘겨도 가슴을 옥죄는 아픔으로 남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앙일보 지난해 2월 “[백재권의 관상·풍수53] 컬링 여자대표팀과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관상”이라는 제목으로 달고 선수들의 관상을 분석했는데, 12일자에서도 당시 기사 일부(“아픔이 있어도 혼자서 삭힌다. 심석희 이름을 ‘메달을 바란다’고 지었는데 이름대로 됐다. 눈은 건드리면 안 되고 얼굴 점은 빼는 게 좋다”)를 다시 인용 보도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기사를 띄우고 싶다 해도 피해자 이미지를 메인 표지로 이용해 가해자 이야기를 적는 것은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 “왜 피해자 얼굴을 자꾸 앞에 공개하지?”, “제목만 보고 사진을 보면 심석희가 그런 듯. 저급한 낚시 하지 말자”, “백해무익한 칼럼… 중앙은 이 칼럼 내리길”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중앙은 이날 오후 “조재범, 순한 인상 뒤에 숨겨진 폭력성에 경악”이라고 제목을 수정하고, 피해자와 가해자 순서로 배치했던 사진을 가해자와 피해자 순으로 바꿨다. SNS와 포털에서 비판이 제기되자 제목에는 조재범 이름을 넣었고 가해자 사진을 전면부로 배치한 것이다.

중앙일보 온라인뉴스팀 관계자는 해당 기사 제목과 피해자 사진 관련 “기사가 출고된 날이 토요일이다. 기자들이 근무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진이 잘못 나갔다. 뒤늦게 발견해 2시간도 채 안 돼서 바로 수정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연재물은 편집국이나 논설실에서 생산하지 않고 있다. 디지털 아이템에 대해 더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14일 오후 4시경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중앙이 관상으로 인물을 분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백재권의 관상·풍수’는 백씨가 직접 글을 쓰고 기자들이 기사를 올리는 시스템이다. 지난 2017년부터 시작해 99번째까지 연재됐다. 중앙은 지난해 8월 77번째 연재에서 “공지영 관상, 김부선을 옹호한 이유있다”라는 제목을 달고 “공지영이 김부선을 옹호하는 것은 ‘약자가 억압받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신의 뿔이 날카롭고 치명적이진 못해도 약자를 지켜주고자 함이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기자협회,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에서 발간한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은 언론이 피해자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피해자 보호에 적합한 보도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기본적으로 심석희 선수 사진을 쓰면 안 된다. 조재범 관상을 분석하면서 굳이 심석희 선수 이야기를 꺼냈다”며 “부모가 알아도 말 못 하는 게 현실이라고 쓴 부분도 문제다. 피해자와 부모에게 2차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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