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화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가 14일 오후 전직 MBC 경영진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재판에서 기존 MBC 언론인들을 비제작부서로 배치하는 대신 경력 기자를 채용한 까닭에 “경쟁사에서 잘 나가는 애들(직원들)을 데려오는 것은 임금 문제로 힘들었다. 그렇다보니 (A급이 아닌) B급들이 오게 되는데 그래도 신입 사원을 쓰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공정방송 파업에 참여했던 MBC 기자·PD들을 대체했던 경력직 사원들 수준이 ‘B급’이었다고 실토한 셈이다.

이날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공판기일에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MBC 요직을 맡았던 김장겸·안광한 전 MBC 사장, 권재홍·백종문 전 부사장 등 4명이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노조 및 노조원 탄압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을 이유로 이들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최 이사도 이들과 함께 한 전직 경영진으로서 이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 이사는 MBC 재직 시절 불공정 보도·방송 책임 등의 이유로 지난해 1월 해임됐으나 지난해 8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그를 방문진 이사에 선임해 논란이 됐다. 

▲ 지난해 8월16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구성원 등 반발 속에 방송문화진흥회로 첫 출근하고 있는 최기화 방문진 이사(왼쪽). 사진=노지민 기자
▲ 지난해 8월16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구성원 등 반발 속에 방송문화진흥회로 첫 출근하고 있는 최기화 방문진 이사(왼쪽). 사진=노지민 기자

MBC 경영진들은 2014년 10월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을 격리·위축시킬 목적으로 비보도·비제작부서인 신사업개발센터,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을 신설했다. 해당 부서에는 2016년 4월까지 28명이 부당 전보됐다. 김장겸 MBC 사장 재임 시절인 2017년 3월에도 조합원 9명이 부당 전보됐다.

이날 검사는 최 이사에게 “(피고인들과 증인은) 2014년 적자가 예상되고 경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뉴미디어포맷센터, 신사업개발센터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비제작부서에 배치된 기자들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경력 기자들을 채용하지 않았느냐”며 “경영 개선을 위해서는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기자들을 채용하면 비용이 도리어 늘어나는 것 아니냐. 모순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MBC 경영진들은 재판에서 비제작부서를 만든 까닭으로 ‘경영 개선’ ‘조직 정비’ ‘미래 전략’ 등을 들었는데, 비용을 늘리면서까지 대체 인력을 채용한 건 논리적 모순이 있다는 것이었다. MBC는 2012년 파업 이후 신입 공채 대신 주로 경력 채용을 선호했다. 시용·경력 기자들은 비제작부서로 부당전보된 파업 참여 언론인을 대체했다.

최 이사는 “김재철 사장 때부터 (채용 방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경력을 많이 뽑은 건 2012년 이후부터”라며 “미국이나 선진국 같은 경우 경력 기자를 주로 뽑는다. (기자에) 교육비를 추가로 들이지 않는 미국식 방식”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는 “MBC에서는 오래 전부터 (미국식으로 채용하자는) 논의를 했다”며 “KBS, 한겨레, 조선일보 등 경쟁사에서 잘 나가는 애들을 데려오려고 하면 돈을 더 주고 그래야 한다. 하지만 돈을 똑같이 주니까 (MBC에) 잘 오지 않는다. 경력직 채용이 쉽지 않다보니 (A급이 아닌) B급들이 오게 된다. 그래도 신입사원을 쓰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증인 출석 전 재판정 앞 복도에서 대기 중인 최 이사와 마주했다. 그가 MBC 보도국장이던 시절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에 입장을 물었다. 최 이사는 2016년 2월 미디어오늘 취재 기자에게 “X새끼야. 어디서 내 정보를 알아낸 거야” “싸가지 없는 새끼 아니야” “지랄하지마”라며 폭언과 욕설을 쏟았다. 그로부터 3년여 동안 유감이나 사과 표명은 없었다.

최 이사는 ‘입장을 밝혀 달라’는 기자에게 반말로 “그만하자”고 하거나 반복적으로 “그만합시다”, “예전에 다 했던 이야기 아닌가. 그만합시다”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욕설이 나오기까지의) 맥락은 일언반구 없이 이러는 건 문제 아닌가”라고 했지만 당시 최 이사와 통화에서 욕설을 들은 기자는 MBC를 출입한 적 없는 기자였다. 최 이사와는 처음 통화하는 것이었다. 

최 이사는 2015년 9월 자사 보도를 비판하는 내용의 노조 보고서를 찢고 쓰레기통에 버려 물의를 빚었다. 이후 문서손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이사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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