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사장 직무대행을 맡은 EBS 부사장이 EBS가 청와대 지시로 만든 ‘박근혜 홍보영상’에 “큰 문제없는 사안”이라고 한 사실이 드러나자 EBS 부사장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11일 “박근혜 청와대 지시로 프로그램 만들고도 큰 문제 아니라는 EBS 부사장, 한심하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며 “EBS는 청와대 지시로 정권 홍보 프로그램을 제작한 경위와 그 과정에 참여한 의사결정자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관련자들에 책임을 묻고, 또 다른 정권개입 사례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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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 ‘박근혜 홍보영상’ EBS 부사장 “큰 문제없는 사안”]

▲ EBS 로고
▲ EBS 로고

민언련은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성명을 인용해 “2015년 7월 EBS 관계자 3인과 청와대 관계자 3인이 청와대에 모여 EBS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정책 성과를 집중 홍보해 따뜻한 대통령 상(像)을 보여주기로 합의해 영상을 제작하기로 했다”며 “‘지식채널e’ 제작진이 영상제작을 맡아달라는 청와대 압력이 있었지만 제작진이 거부했다”고 사건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외부 프리랜서 PD가 맡았는데 EBS 내부PD가 연출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고 계약서도 없이 외주에 일을 넘기며 제작비 선금 부담까지 떠넘기는 갑질 수준의 편법 계약을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21일 EBS 시청자위원회에서 관련 질의가 있었다. 조규조 EBS 부사장(사장 직무대행)은 EBS가 그간 정치적 편향을 보이지 않아 적폐청산이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해당 홍보영상을 “공익에 기반한 국가정책홍보 캠페인”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이미 감사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 질의에 답을 해 문제가 없다며 “언론의 동향을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 부사장의 발언은 ‘청와대가 직접 영상을 지시’한 부분을 언급하지 않으며 논란만 피하면 된다는 취지였다.

이에 민언련은 “EBS가 청와대 하청업체 짓 해놓고 진상규명과 뼈아픈 반성을 내놓지 않았다”며 “시청자, 그리고 EBS 구성원들이 확인하고픈 건 제작 원칙을 송두리째 무너트리는 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누구에 의해 발생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EBS에서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인데도 겨우 이런 수준의 답변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은 이 홍보영상을 만드는데 깊숙이 개입한 대외협력부서 김아무개 기자가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 출입기자를 하다 EBS를 휴직한 채 청와대 행정관으로 갔다 EBS에 복귀했다고 보도했다. 민언련은 이를 언급하며 “그런데도 조 부사장은 모든 내용을 건너뛴 채 그동안 EBS는 정치적인 곳이 아니어서 적폐청산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한가한 소리만 늘어놨다”며 “공영방송의 책임있는 경영진의 태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사진=이치열 기자
▲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사진=이치열 기자

민언련은 EBS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곳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민언련은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논란 당시 광우병을 소재로 채택한 ‘지식채널e-17년 후’ 편을 EBS는 결방하고 담당 PD였던 김진혁 PD(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부당 인사했다”며 “또한 우종범 전 사장 선임 과정엔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했다.

민언련은 “EBS 구성원들에게 있어 최우선 과제는 적폐청산이 아니라는 생각 없는 말을 할 때가 아니”라며 “조 부사장이 강조한 EBS 사명의 구체화와 효과적인 방송 목표의 구현은 적폐청산이란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BS 이사회에도 역할을 요구했다. 민언련은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제13조(이사회의 설치 및 운영) 1항을 보면 EBS이사회는 ‘교육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고 공사의 업무에 관한 중요 사항을 의결’하는 곳”이라며 “이 사안을 빠르게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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