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사저널 편집국장에 소종섭 전 시사저널 편집국장이 임명됐다. 소 국장은 일요신문과 주간동아를 거쳐 시사저널 편집국장을 역임한 뒤 2012년 퇴사했다. 이후 시사평론가로 활동해왔다. 소 국장은 기자협회보를 통해 “주장과 사실 그리고 진실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언론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취임소감을 밝혔다.

기자협회보 지면에 등장하지 않은 소종섭 신임 편집국장의 이력이 있다. 그는 박근혜정부 첫해였던 2013년 3월 새누리당에 입당, 제18대 4·24 충남 부여·청양선거구 재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청양은 지금 정치 쇄신, 보수 혁신,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보수 세력의 혁신을 위해 할 말은 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했다. 당시 새누리당 공천을 받고 재·보궐 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는 이완구 전 충남지사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6년 만에 그는 다시 시사저널 편집국장으로 돌아왔다. 최근 윤도한·여현호 기자의 청와대행으로 ‘폴리널리스트’가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논의를 이어가보자. 소종섭 국장은 폴리널리스트일까.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폴리널리스트에 대한 정의가 없는 상황에서 케이스별로 보자면 이 사례는 공천 신청 행위는 비판받을 수 있지만 오랜 시간 숙려기간을 거쳤고 이후 정당 활동이나 권력지향적인 활동을 보이지 않았다면 다시 복귀했다고 해서 폴리널리스트라고 단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 디자인=안혜나 기자.
▲ 디자인=안혜나 기자.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폴리널리스트다. 분명히 공천 신청을 했고 정치활동을 하려고 했다. 공천을 받았다가 떨어진 사람도 많은데 정치인이 아니라고 볼 수 있나”라고 말한 뒤 “그동안 우리는 성공한 폴리널리스트만 거론하고 주목했지만 더 위험한 건 실패한 폴리널리스트와 언론사 내의 잠재적 폴리널리스트”라고 주장했다.

‘한국 폴리널리스트의 특성과 변화’(2017)란 제목의 김 교수 논문을 보면 국회의원 가운데 언론인 출신 비중은 제헌국회 당시 20.5%로 시작해 15%수준을 유지하다 14~16대 20% 안팎으로 증가한 뒤 17대(15.4%)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19~20대에는 8.7%로 떨어졌다. 소위 ‘실패한 폴리널리스트’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실패한 뒤 어디로 돌아갈까.

소종섭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천신청을 했다가 바로 탈당한 뒤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7년 전 일이다”라고 말했으며 과거 공천신청을 했던 것에 대한 비판에는 “그런 부분을 감내하며 잘 나아가도록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그를 ‘폴리널리스트’로 판단할지는 독자의 몫이다. 

다만 폴리널리스트들의 언론계 복귀는 대개 언론계의 관심이 아니거나 비판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만은 분명해보인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박근혜정부 시절 중앙일보 기자가 국방부 대변인이 되었다가 대변인직을 마치고 다시 중앙일보로 돌아가 국방부 관련 기사를 쓴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앞서 미디어오늘을 비롯해 여러 언론이 윤도한·여현호 기자의 청와대행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지만 냉소적으로 받아들이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해라’는 식의 댓글이 담고 있던 행간에는 위와 같은 현실이 반영돼 있을 수 있다.

한겨레 출신이든 조선일보 출신이든 ‘성공한 폴리널리스트’가 등장할 때마다 우려한다는 입장만 내고 지나가서는 상황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폴리널리스트를 유형화하고 기준을 세분화하고 고위공직자로 갈 경우 숙려기간의 가이드라인까지 만드는 지난한 사회적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성공한 폴리널리스트만큼 실패한 폴리널리스트, 잠재적 폴리널리스트에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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