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을 알릴 의무를 가진 언론의 최 일선 핵심존재로서 공정보도를 실천할 사명을 띠고 있으며…(중략)…이와 같이 막중한 책임과 사명을 갖고 있는 기자에게는 다른 어떤 직종의 종사자들보다도 투철한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 -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중

언론인들에게 ‘투철한 직업윤리’란 무엇일까. MBC 윤도한 논설위원과 한겨레 여현호 기자의 청와대행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문재인 정부에서 폴리널리스트 논란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혹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와는 다르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또 다른 이는 언론인들의 정치적 유착보다 자본과의 유착이 더 중요한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씁쓸한 풍경이다.

폴리널리스트 논란…문재인 대통령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권언유착 우려 및 폴리널리스트 지적에 “권언유착 강화 일환으로 현직 언론인을 데려오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보고 저도 비판했다”며 “(하지만 윤도한, 여현호 등은) 권력에 대해 야합하는 분들이 아니라 공정한 언론인으로서 사명을 다 해 온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청와대에 들어가면 잘 할 것”, “청와대 정신(새로운 관점을 수혈하는)을 살려나가기 위해 인재를 모신 것”이라고 두둔했다. 또한 “과거 권언유착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권언유착 관계가 지금 정부는 전혀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정권 시절 논란과 거리를 뒀다. 현 정권에서 청와대로 직행한 언론인들은 기자시절 정치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인물’임을 강조했다. 또, 청와대가 언론인들을 데려간 ‘의도’ 또한 다르다는 얘기다.

다른 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KBS 민경욱 전 앵커는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미 대사관에 이명박 당시 후보의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바 있는 인물이다. KBS 내부에서도 ‘보수 정부와 코드를 맞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런 민경욱 전 앵커가 청와대로 옮겨가는 과정도 좋지 않았다. KBS 내 보직(문화부장)을 맡고 있었을 뿐 아니라 아침 회의까지 참석하는 등 사표가 수리 되지 않은 시점이기도 했다. MBC 100분토론 진행자인 정연국 전 시사제작국장 또한 청와대로 곧바로 자리를 옮긴 케이스다. 그에 비하면 MBC 윤도한 논설위원은 다를 수 있다. 보직을 맡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명예퇴직이 예정돼 있었다는 상황 등이 그렇다.

▲ 윤도한 청와대 신임 국민소통수석. ⓒ연합뉴스
▲ 윤도한 청와대 신임 국민소통수석. ⓒ연합뉴스
‘인물평’도 마찬가지다. MBC 내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윤도한 논설위원의 언론인으로서 곧은길을 걸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MBC 입사 이후, 윤도한 논설위원의 행보를 담은 기사들에선 진정 ‘훌륭한 언론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이다. 그런 기자가 왜 권력의 핵심부로 곧바로 자리를 옮기느냐는 비판과는 별개라는 얘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 지부는 여현호 기자의 청와대 행을 두고 “현직에 있는 동안 공정한 감시자로서 언론인의 구실을 아무리 잘 수행했더라도, 하루아침에 권부로 자리를 옮긴다면 지난날의 글조차 공정했는지 의심받기 쉽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윤도한 논설위원이라고 해서 이 같은 비판을 피해가긴 어렵다. 이를 지적하지 않고 과거 언론인의 행보만을 보고 한껏 기대감을 드러내는 것은 위험하다. ‘자본권력과의 거리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는 주장 또한 수긍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을 무시할 사안은 아니다. 한국사회는 그 대가를 이미 톡톡히 치러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도한, 여현호 기자를 영입한 것을 두고 “인재”라고 추켜세우며 ‘새로운, 비판적 관점을 끊임없이 제공받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청와대가 새로운, 비판적 관점을 제공받는 게 굳이 ‘현직 언론인’일 필요는 없다. 특히 청와대에서 그들이 정작 해야 할 업무는 ‘홍보’라는 점이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홍보수석)-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일을 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명박-박근혜 시절 ‘청와대의 입’이라고 이야기해왔던 직이다.

우려되는 점은 또 있다. 청와대가 국민소통수석실을 기자 출신들로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기 내각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윤도한 수석 또한 가짜뉴스 걸러내기를 위해 수락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언론 시민사회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의 ‘가짜뉴스 대책’에 대해 이미 쓴 소리를 던진 바 있기도 하다. 만일 윤도한 수석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기보다 유튜버로서 활동했다면 영향력은 미미했을지 모르지만 언론윤리에 대한 의심을 받진 않았을지 모르겠다.

‘의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권언유착 관계가 지금 정부는 저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언론장악할 것”이라고 밝히는 정권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국회 처리를 호소하며 “방송장악은 그것을 할 의도도 전혀 없다”고 말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프레스 프렌들리(Press Friendly) 정책’을 천명한 바 있기도 하다.

혹자들은 ‘6개월의 숙려기간을 두면 괜찮은 거냐’,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3년이면 괜찮은 거냐’라고 묻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답은 없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찾아가야할 일이다. 다만 ‘장점이 더 많은 인사라고 한다면…’이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아야 한다. 사표내고 곧바로 권력의 핵심으로 이동하는 건 누가 보더라도 ‘언론인의 투철한 직업윤리’라고 볼 수 없다.

언론과 권력은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고무줄 당기기에 비유를 하기도 한다. 한쪽이 갑자기 세게 당기면 그 다른 쪽은 그 관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더 힘을 들일 수밖에 없다. 여전히 ‘언론인’으로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언론인들에게 남은 숙제다. 어떤 기사가 나가던 끊임없이 공정성·진정성을 의심을 받으며 말이다. 청와대가 ‘인재’라는 이유로 현직 언론인에게 자리를 제안하고, 당사자들이 이를 수락한 결과다.

청와대가 MBC·한겨레의 공정성 훼손을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의심 또한 설마이길 바란다. 이번 인사가 권언유착의 일환은 아니더라도 그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는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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