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직접 자신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상황이다. 최근 정치인들의 유튜브 채널이 관심을 받고 있는 것도 ‘크리에이터’ 시장의 한 단면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크리에이터 세계의 명암도 극명히 갈라지고 있다.

유튜브의 최초의 영상은 ‘Me at the zoo’라는 제목으로 한 남성이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동물원 앞에서 코끼리를 코를 칭찬하는 18초짜리 영상이다. 지난 2006년 올라온 영상 이후 유튜브는 혁명적으로 발전했다. SNS 이용자 통계자료를 제공하는 사이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유튜브에 개설된 채널 수는 2430만 개에 이른다. 한달 유튜브 이용자는 18억 명에 가깝다. 지난 유튜브 상위 3% 채널의 조회 수는 전체 조회 수의 64%였지만 2016년엔 90%로 올랐다. 2018년 연 10만 달러 이상의 광고 수익을 버는 채널 수는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고, 1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버는 채널수는 50% 이상 증가했다. 구독자 100만 명을 넘은 채널수도 75% 넘게 증가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펴낸 2018 해외 미디어동향에서 서희정 콘텐츠 큐레이터(전 EBS 미래교육연구소 연구위원)는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진단과 전망’이라는 글을 통해 “크리에이터 시장이 인기를 끌면서 1세대까지는 평범하지 않고 나름 특별한 사람들만 한다고 생각했던 크리에이터 영역이 점차 일반 대중에게 보편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점차 대중적으로 변모했다”며 “이들은 기존의 1세대처럼 게임이나 뷰티, 음악, 스포츠 등 특정 주제에 국한되지 않은 일상적이면서도 일반적인 내용을 콘텐츠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크리에이터의 영향력과 인기도는 구독자수와 수익이 기준이 되는 추세다. 크리에이터의 수익은 공식 발표된 바 없다. 다만 공개된 여러 지표들을 통해 가늠해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실제와 거리가 좀 있다. 서희정 큐레이터는 “일례로 국내 인기 게임 유튜버인 ‘대도서관’의 사례를 보면 소셜블레이드 사이트의 자료를 기준으로 월수입을 추산하면 최소 63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 파악된다. 그러나 그가 방송에서 밝힌 그의 실제 월수입은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추산 수익과 실제 수익 간에 꽤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통한 수익은 영상 하단의 오버레이 광고의 인비디오와 동영상 재생 전이나 중간, 후에 삽입되는 30초 이하의 광고인 인스트림, 배너 광고, 5초간 보고 건너뛰는 광고에 시청자가 본 시청시간에 요금을 책정하는 트루뷰 광고 등이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2015년부터 매해 발표하는 ‘유튜브 수입 TOP 10’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상위 10명의 수입 총액은 1억 2700만 달러(약 1386억원)에 달했다. 2016년 대비 8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서희정 큐레이터는 “최근에는 크리에이터 시장의 수익성이 밝혀지면서 크리에이터 활동을 권장하고 조장하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동안 알지 못했던 크리에이터를 둘러싼 부정적인 문제들도 터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크리에이터는 미디어업계에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 측면이 크다. 기존 미디어에서 볼 수 없었던 콘텐츠를 다루면서 반대로 전통미디어 콘텐츠 문법에 영향을 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장난감 리뷰 콘텐츠는 아이 뿐 아니라 어른까지도 재미를 주면서 인기를 끌었다.

자연스레 크리에이터는 마켓팅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디파이미디어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 63%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권장하는 브랜드와 제품을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유명 연예인이 권장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47%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서희정 큐레이터는 “제품을 팔고자 만들어진 기존 광고와 달리, 유튜브 스타들은 그들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다보니 소비자들의 신뢰도와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봤다.

유튜브 로고
유튜브 로고

하지만 서희정 큐레이터는 “아무나 제약없이 미디어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전문 언론인에 의해 보장돼왔던 콘텐츠에 대한 품질과 책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됐다. 미디어의 강력한 영향력에 비해 이를 만들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자격은 증명되지도, 보장되지도 않은 상황”이라며 크리에이터 콘텐츠의 대표적인 폐해 사레를 들었다.

지난 2010년 시작해 2013년 구독자 1위를 차지하고 정상을 지키고 있는 스웨덴 게임 방송 유튜버 ‘퓨디파이’는 ‘반유대주의 영상’과 ‘흑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예수 옷차림을 한 남성이 “히틀러가 한 일은 절대로 잘못되지 않았다”라고 외치는 장면과 2명의 인도 남성이 “모든 유대인들에게 죽음을”이라고 적힌 글귀를 들고 있는 모습은 즉각 논란을 블러일으켰다. 또한 베틀그라운드 게임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흑인 비하 발언을 실시간으로 쏟아내면서 게임회사가 퓨디파이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가장 논란이 됐던 사건은 지난 2017년 12월 크리에이터 로건 폴이 일본 후지사의 아오키가하라 숲에 갔다가 나무에 목을 매 자살한 시신을 그대로 영상으로 내보낸 사건이다. 로건 폴은 논란이 되자 하루 만에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이미 100만 명 이상이 영상을 시청했다. 구글은 로건 폴에 3개월 업로드 중지 징계를 내렸지만 충분치 않다는 비난이 일자 구글 선호(특별 광고프로그램)와 포섬(유튜브 프리미엄 시리즈)에서 로건 폴을 퇴출했다.

서희정 큐레이터는 “모든 불법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가 로건 폴 사건처럼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AI 모니터링 시스템에 의존하다 보니, 모든 콘텐츠를 일일이 찾아내기 어렵다. 실제로 로건 폴 사건 당시에도 구글은 로건 폴이 직접 영상을 삭제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 유튜브 뮤지션 마이크 롬바르도는 11명의 미성년자 팬들로부터 성적인 사진과 비디오를 구해 아동 포르노 혐의로 5년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최근엔 돈을 받아 조회수 등을 조작하는 대행업체가 생겨 논란이 됐다. 무분별하게 아이를 출연시키면서 아이의 성장에 해를 주고, 나아가 아동학대에 이르는 콘텐츠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서희정 큐레이터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다양한 크리에이터 관련 문제들을 보면 심각성이 ‘주의’ 정도 수준을 넘어섰다. 자극적이고 불쾌함을 주던 콘텐츠는 어느덧 범죄의 수준에까지 다다라 위태롭게 경계를 오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어느 누구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책임지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희정 큐레이터는 “현재 크리에이터에 대한 논의는 경제적 가치에 매몰되고 있다. 이는 시장 왜곡과 변질 등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 크리에이터들의 경쟁이 심각해지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 크리에이터의 시장이 이용될 수 있다”며 “시장을 자정해나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플랫폼의 역할이 가장 크다. 결과적으로 크리에이터와 관련 기업 모두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플랫폼은 지금과 같은 수동적인 태도를 넘어 실질적인 대응과 대책, 방안 등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용자 역시 단순한 시청의 개념을 넘어 비판적, 감시적 시청을 할 수 있도록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자료-2018 해외 미디어동향(한국언론진흥재단)_크리에이터 전성시대, 진단과 전망(서희정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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