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당일 투표 독려 칼럼을 편집했다는 이유(선거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김준수 오마이뉴스 편집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병철)는 지난 10일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는 선거 공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장돼야 한다. 특정 후보를 반대하는 내용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거 운동으로 간주하는 건 정치적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준수 기자는 지난 2016년 4월총선 당일 하성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칼럼(“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투표하러 가십시오”)을 편집했다. 해당 칼럼은 세월호 진상 규명과 성평등을 가로막는 부적절한 후보를 가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416연대나 성소수자 단체가 혐오·모욕 표현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목한 의원들을 환기하는 차원의 칼럼이었다.

▲ 김준수 오마이뉴스 편집 기자는 지난 2016년 4월 총선 당일 하성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칼럼을 편집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죄가 없다고 봤다. 사진=오마이뉴스 홈페이지 화면
▲ 김준수 오마이뉴스 편집 기자는 지난 2016년 4월 총선 당일 하성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칼럼을 편집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죄가 없다고 봤다. 사진=오마이뉴스 홈페이지 화면
그러자 보수단체 한겨레청년단은 칼럼을 편집한 김 기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김씨의 편집 행위가 공직선거법이 보장하는 투표 참여 권유 활동을 넘어섰다고 판단, 2016년 10월 김 기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언론계와 시민사회는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을 쏟았다. 오마이뉴스 창간 이래 고소·고발 사건으로 편집기자만 수사 받는 경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만큼 유례없는 일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김준수 기자)은 1차적으로 시민기자 기사의 오타와 사실관계 등을 확인한 뒤 편집부에 기사를 넘기는 역할을 담당했을 뿐 (기사 채택을) 최종으로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칼럼 내용에 관해 “소수자, 약자를 위한 투표 독려 내용으로 보인다. 기사에 언급된 의원 상당수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긴 하나 다른 당도 있다”며 “투표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칼럼을 쉽게 선거 운동으로 간주하거나 형사 처벌하면 정치적 표현을 제한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김준수 기자는 11일 통화에서 “선고 전 무죄를 예감했지만 그래도 긴장됐다”며 “칼럼의 주된 내용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나 성소수자에게 혐오·모욕 표현을 했던 정치인들을 지적한 것이었다. 또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인용하는 내용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2016년 이후 대선이나 지방선거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스스로 검열하게 되더라”며 “그래도 재판부가 (형사 처벌 시) 언론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감사한 일이다. 2심까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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