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24)씨의 유가족과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에 오는 19일을 시한으로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날은 김씨가 지난달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밤샘 근무하다 기계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된 지 꼭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숨진 김씨의 부모 김미숙‧김해기씨와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 달이 지나도록 정부가 요구에 답변하지 않아 용균이의 장례를 아직도 치르지 못했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죽음의 외주화 중단 요구에 정부의 답변을 촉구했다. 

▲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말하고 있다. 사진=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말하고 있다. 사진=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김용균씨의 아버지 김해기씨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 용균이를 추운 곳에 놔둘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일이 해결돼 장례를 치러주고 싶은데 참 힘들다”고 했다. 어머니 김미숙씨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니 해결된 거 아니냐고 한다. 그러나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 등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유족은 “용균이 죽음의 책임자를 처벌하고, 용균이 동료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 때 장례를 치르겠다”고 밝혀왔다.

이날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정부에 두 가지를 요구했다. 하나는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 구성이다. 시민대책위는 “경찰 수사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은 사안의 겉만 다룰 뿐, 진짜 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또 발전소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겠다는 결단을 요구했다. 시민대책위는 “정부가 선언한 정책을 이행하지 않아 생긴 죽음인데도 차일피일 결단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시민대책위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수립,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은 대통령과 정부의 결단만 있으면 당장 이뤄질 수 있다”며 답변을 촉구했다.

▲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의 부모 김미숙‧김해기씨와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11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사진=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의 부모 김미숙‧김해기씨와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11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사진=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어머니 김미숙씨는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면담 제의에 “위로와 유감보다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제시되는 만남이 돼야 한다”며 거절의 뜻을 밝혔다. 숨진 김씨가 생전에 참가 신청했던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김씨의 죽음이 알려진 뒤 직접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부의 답변을 듣지 못했다.

김미숙씨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뿐만 아니라 같은 위험에서 일하는 용균 씨의 동료들을 살리고 싶다”며 “대통령이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을 이루겠다 약속했다. 그 약속 지킬거라 생각한다. 이번에 안되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고 했다.

시민대책위는 이날 정부에 공식 요구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답변 시한으로 제시한 오는 19일에는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와 전국 5차 고 김용균 범국민 추모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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