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2차 하청업체 노동자 500여명이 “최저임금·비정규인생을 끝장내자”며 업체·상위노조 소속을 불문하고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항공사 하청노동자들이 공동요구를 걸고 연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근래 프랑스에서 크게 번진 노란조끼 시위를 본따 ‘대한항공 하청노동자 노란조끼 공동행동’을 만들었다. 대한항공 하청업체 노조 3개가 손 잡았다. 인천공항 비행기 청소를 맡은 ‘이케이맨파워’ 노조(민주노총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인천공항 케터링 및 제주·김해공항 화물 운반을 맡는 ‘케이텍맨파워’ 노조(한국노총 인천공항캐터링노조), 김해공항 기내 청소·수하물 분류를 하는 ‘선정인터내셔널’ 노조(민주노총 한국공항선정분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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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2차 하청업체의 3개 노조가 ‘대한항공 하청노동자 노란조끼 공동행동’을 만들고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대한항공 2차 하청업체의 3개 노조가 ‘대한항공 하청노동자 노란조끼 공동행동’을 만들고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생활임금 보장’이 첫 번째 요구다. 2019년 법정최저시급 인상분 820원(월 17여만원)을 꼼수없이 반영하고 적정 수준의 생활 보장을 위해 시급 376원(월 7만8천원)을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인상액은 25만원이다. 

이동휘 선정 부분회장은 “하청업체가 20개 되는 걸로 파악하는데 임금은 모두 최저임금이다. 공동행동이 가능하다”고 했다. 3개 업체 기본급은 법정최저임금 수준이다. 여기에 정근수당, 근속수당, 연장수당 등이 붙어 매달 200만원 안팎을 받는다. 선정인터내셔널 경우 근속수당마저 12만원이 한도다. 15년차 직원보다 3개월차가 월급을 더 받는 경우가 생길 정도다.

임금인상조차 법정 최저임금 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들은 “정근수당을 이용한 최저임금 밑장빼기”라 불렀다. 가령 내년 최저임금이 월 6만원 올랐다면 매달 지급되던 정근수당 15만원이 9만원으로 줄고 기본급에 6만원이 추가되는 식이다. 이 부분회장은 “아랫 돌 빼서 윗돌괸다. 30대들도 있는데 시집·장가갈 준비도 못한다”고 했다.

두 번째 요구는 ‘65세 정년연장’이다. 이들은 대부분 50대 고령층이지만 정년 60세를 지나면 6개월~1년 단위로 계약하는 촉탁직이 된다. 3개 노조는 ‘고용불안’을 지적했다. 관리자가 직원을 취사선택해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이다. 김해공항 선정인터내셔날 조합원 2명은 정년 후 전례없이 계약이 해지돼 부당해고라며 회사와 다투고 있다.

이들은 원청직원은 받는 명절 상여금과 교통비를 지급받지 못했다. ‘대한항공→한국공항→2차하청’이 도급 사슬 구조다. 한국공항 직원이 하루 교통비 1만2000원 받을 때 이들은 9000원을 받았다. 심야교통비는 2003년 김포공항을 기준으로 마련돼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다. 노란조끼 공동행동은 교통비 현실화와 명절 상여금 10만원씩 지급을 같이 요구한다.

“법대로 쉬자”는 요구도 있다. 이들은 비행기 일정따라 업무를 받는 탓에 식사시간이 10~15분만 남기 일쑤다. 3개 노조 모두 “1시간을 제대로 쉬는 직원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공동행동은 “2019년 1월1일부터 고정 휴게시간을 요구한다”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쉬지 못한 휴게시간에 대한 체불임금 지급을 주장했다.

▲ 대한항공 2차 하청업체의 3개 노조가 ‘대한항공 하청노동자 노란조끼 공동행동’을 만들고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 대한항공 2차 하청업체의 3개 노조가 ‘대한항공 하청노동자 노란조끼 공동행동’을 만들고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김태일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장은 공동파업도 불사하겠다 밝혔다. 이들은 오는 14일부터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대한항공이 책임져라’ 문구가 적힌 노란조끼를 입고 근무한다. 선정분회를 제외한 2개 노조는 현재 쟁의권을 확보했고 선정도 곧 교섭 결렬 및 조정 중지로 쟁의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11일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이 기록한 1조원 흑자엔 다단계 하청이 또아리를 틀고 자회사 한국공항은 12개나 되는 하청업체로 꼼꼼한 착취망을 짜고 있다. 결국 우리들의 노고는 다단계갑들의 배만 불려준다”며 “비행기가 서든 말든 우리는 물러서지 않는다. 비정규인생 끝장내고 생활임금 쟁취하자”고 밝혔다.

노조가 지금까지 확인한 한국공항 하청업체는 12개, 소속 직원은 2000여명이 넘는다. 이 중 4개 업체에 노조가 설립됐다. 이들 원청인 한국공항은 지분 59.5%가 대한항공에 있는 대한항공 자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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