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오늘밤 김제동’ 심의 결과 문제 없다는 의견이 나오자 전광삼 자유한국당 추천 상임위원이 반발하며 퇴장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0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KBS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이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 위반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심의했다.

KBS ‘오늘밤 김제동’은 지난달 18일 김정은 위인맞이 환영단을 조명했다. 패널들은 이들을 어떻게 봐야하는지 토크를 나눴고 단장인 김수근씨를 2분 동안 인터뷰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KBS는 위인맞이 환영단의 주장은 다른 언론에서도 보도된 내용이고, 오히려 패널 토크 등을 통해 비판적인 내용으로 다뤘다는 입장이다.

▲ 지난달 4일 KBS 오늘밤 김제동 화면 갈무리
▲ 지난달 4일 KBS 오늘밤 김제동 화면 갈무리

이날 의견진술자로 나선 강희중 KBS TV프로덕션3 담당 국장은 “아이템 선정 당시 열흘 정도의 뉴스를 검색해보면 관련 보도가 123건이 넘었다. 김수근씨 인터뷰를 결정한 이유는 그 사람 주장에 동조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이런 아이템을 충분히 다룰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추천 위원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라는 발언은 체제 부정이다. 분단된 상황에서 인물과 사상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거꾸로 평양시민이 문재인 대통령을 위인이라고 추앙하면서 ‘민주주의가 좋아요’라고 외치는 모습이 조선중앙방송의 아이템으로 선정돼 토론할 수 있겠나”고 물었다. 그는 이 방송을 ‘땡전뉴스’로 인한 시청료 거부 운동에 빗대며 “‘오늘밤 김제동’ 때문에 수신료 거부 운동을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면 KBS 망한다”고 지적했다.

전광삼 상임위원도 “위인맞이 환영단은 몇 명이고 태극기 부대는 몇 명이냐. 태극기 목소리는 무시하면서 김수근 인터뷰는 2분이나 내보냈나. 태극기 부대 이야기는 KBS 입장에서 가치 없나? 사람 수로 따지면 태극기는 200분 인터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천안함, 연평도 포격을 기억하고 있다. 그들 목소리에 귀 기울인 적 있나? 세월호 유가족만 가슴 아픈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여권 추천 심영섭 위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문제와 방송프로그램 심의는 별개 문제다. 당연히 다뤄야 할 문제를 다룬 것”이라며 “KBS 제작팀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려고 했나. 그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소송 중인 사안이다. 지금까지 소송 중인 사안은 의결을 미뤘다”며 ‘의결보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수 위원도 같은 의견을 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이 소수이기에 중징계 의견을 내도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심영섭 위원은 “고발 대상이 KBS 사장과 진행자 김제동, 편성 책임자들이고 프로그램에 대한 게 아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결론은 내릴 수 있다. 제작자들이 국가보안법을 무시하거나 위반할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문제 없음’ 의견을 냈다.

그러자 전광삼 상임위원은 “표결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회의 그만하겠다”며 돌연 퇴장했다. 방송심의소위에서 다수를 점한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이 ‘문제 없음’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이자 퇴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출범한 4기 방통심의위에서 회의 도중 퇴장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7월 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 이상로 위원은 TV조선 풍계리 1만달러 보도 제재에 항의하며 퇴장한 바 있다.

윤정주 위원은 다른 위원의 의견을 듣지도 않은 채 퇴장한 전광삼 상임위원이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정주 위원은 “방송 이후 김정은 팬클럽이 늘었다거나 ‘위인맞이 환영단’을 하겠다는 사람이 쏟아져 나온 적도 없다. 진행자 역시 김수근 의견에 찬양하거나 동조하지 않았다”며 ‘문제 없음’ 의견을 냈다.

허미숙 소위원장은 전광삼 상임위원이 퇴장한 점을 고려해 “전체회의에 상정해 폭넓고 깊은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고, 다른 위원들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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