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3년차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대일 메시지, 친서 답장 전달 등 외교안보상 주요 발언과 함께 눈에 띄는 기자들 질문도 나타났다.

그러나 질의응답 때 평화외교안보와 경제 분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바람에 논쟁적 정치사회 이슈들에는 상대적으로 질문기회가 적었다. 근본적으로 기자회견 빈도가 1년에 한차례에 불과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회견은 질의응답 89분, 기자회견문 낭독 약 28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NHK 기자의 한일관계 문제에 “한일간 불행한 역사가 있었다. 한일 기본협정을 체결했지만, 그것으로 다 해결되지 않았다. 일본정부가 더 겸허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 정부가 사법부 판결에 관여할 수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국 법원 판결에 불만을 표시할 순 있지만, 존중하는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친서에 답장 보낸 사실도 공개했다.

이밖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기자들의 눈에 띄는 질문이 나왔다. 경제분야 질문에 경제지와 경제매체 기자들이 대부분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과 현 경제현상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은 데 반해 한 기자는 유일하게 노동계 목소리를 전했다. 연윤정 매일노동뉴스 기자는 “최저임금의 산입범위 확대와 탄력근로제 확대를 두고 노동계에선 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의 주장에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삶이 개선되는 것은 불평등을 완화하며, 노동자 임금을 올리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데 중요하다. 하지만 노동계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도 전체 경제가 살아가는데서 가능하다. 노동자 임금이 올라가는 건 좋지만 다른 경제부분에 영향을 미쳐 경제가 어려워진다면 결국 노동자의 고통으로 올 수 있다. 노동계가 열린 마음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매일노동뉴스 “노동정책 후퇴” 노동계 목소리…CBS “권언유착” 비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주목된 질문은 수석과 비서관 인사에 현직 언론인이 임명된 것을 비판하는 질문이었다. 박지환 CBS 기자는 질의응답 거의 마지막에 “문 대통령이 기자들과 북악산 산행에서 권력과 언론의 관계는 건전한 긴장관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인사를 보면 현직 기자가 사표가 수리된 지 얼마 안 돼서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왔다는 비판이 있다. 이는 다른 기자들의 순수성과 진정성 의심받을 수 있고, 나아가 독립성까지 췌손될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문 대통령은 “현직언론인이 청와대에 바로 오는 것이 괜찮냐고 비판한다면 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언론 가운데 그야말로 아주 공정한 언론인으로 사명을 다 해온 분들은 하나의 공공성을 살려온 분들이다. 그래서 권력에 야합하는 분들이 아니라, 역시 공공성을 살려야 할 청와대에서 공공성을 구현한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과거 시기에, 권언 유착이 있었다. 정권은 언론에 특혜를 주고 언론은 정권을 비호했다. 이런 관계에서 권언 유착을 위해 데려오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나 그런 권언 유착관계가 지금 정부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시간 배분 외교안보 경제 몰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앞부분에 외교안보와 경제분야 질의응답을 진행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할애하는 바람에 정치사회 쟁점 사항 질문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시간도 부족하고 질문 기회도 적었다. 특히 김태우-신재민 폭로와 같이 한 달 넘게 이슈가 된 현안, 청와대 행정관의 육군참모총장 만남의 적절성, 경제실패프레임 보도, 가짜뉴스 대처방안 외에도 교육 문화 부동산 분야 등은 건드리지도 못했다. 김태우 신재민 폭로에는 조선일보 기자의 질문에 문 대통령이 답했지만, 나머지 쟁점사항은 질문조차 꺼내지 못했다. 때문에 생각보다 불꽃튀는 공방이 없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정치사회문화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더 진행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자들에게는 1년에 한 번 밖에 없는 기회이기에 방송사 중계 등 현실적인 문제는 감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출입기자들은 “기본적으로 대통령과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직접 만날 기회가 너무 적은게 문제”라고 말했다.

각본없는 기자회견이라면서 중앙일간지도 주라는 개입은 부적절

▲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과정에서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는 표현을 썼다. 사진=YTN 갈무리
▲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과정에서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는 표현을 썼다. 사진=YTN 갈무리
이번 기자회견에서 중간에 중앙일간지 기자에게만 별도로 질문권을 줘야 한다는 진행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질의응답 시작하기 전에 고민정 부대변인은 한 분야에 질문이 너무 몰리거나 중복질문이 나올 경우에 최소한의 개입만 하겠다고 사전공지했다. 그리고 모든 사회는 문 대통령이 보면서 진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평화외교안보 경제 분야 질문이 끝나가는 동안 고민정 부대변인은 돌연 일간지에도 질문하게 해달라며 중간에 개입했다. 이후 선정된 중앙일간지 기자는 정우상 조선일보 기자였다. 다른 중앙일간지 기자의 질의는 없었지만, 특정 언론분야만 지목하는 것은 각본없는 기자회견이라는 본래취지에 벗어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병용 데일리한국 기자는 “각본없는 기자회견이라면서 중앙일간지에 질문하게 해주라는 것은 언론을 그룹핑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 그룹핑을 짓느냐.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한복까지 입었지만…질문자 채택 안돼

한편 이번에도 질문에 선택을 받기 위해 이색 준비를 해온 기자들이 있어 주목을 받았다. 류재민 디트뉴스24 기자는 복장을 한복으로 맞춰입고 와 시선을 끌었다. 심지어 기자회견 시작하기 전에는 청와대라이브 팀의 생중계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류 기자는 질문자로 선택되지 않았다. 류 기자는 지난해 신년 회견에선 손팻말을 써와 질문자로 선택됐다.

▲ 1월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복을 입은 류재민 디트뉴스24 기자가 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 1월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복을 입은 류재민 디트뉴스24 기자가 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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