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자회견과 비교하면 이번 기자회견은 문 대통령이 직접 질문할 기자들을 지목하는 형식은 같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를 보고 응답이 미진하다고 생각하면 추가 질문을 받는 등 변화를 꾀했다. 심도있는 질문과 답변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다.

이에 따라 이날 기자회견은 예정된 80분간의 질의응답 시간을 뛰어넘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신년사를 마치고 영빈관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시작한 시각은 오전 10시36분. 기자회견이 끝난 시각은 오전 12시5분. 89분 동안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 경제‧민생, 정치‧사회 등 세 분야로 나눠서 모두 24개의 질문을 받아 답했다.

지난 보수정권 때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과 비교하면 이번 기자회견은 두드러진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은 35분에 그쳤다. 11명의 기자가 질문했다. 이후 신년 기자회견은 대통령 국정연설로 대체됐다.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은 별도로 없었다.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63분간 진행됐다. 12명 기자가 질문했다. 이어 2015년엔 66분 동안 16명 기자가 질문했고, 2016년엔 68분 동안 13명이 질문했다. 박근혜 정권 때 대통령 기자회견은 모두 사전에 청와대가 질문지를 받았고 질문 순서도 정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56분 동안 진행됐다. 이전과 비교해 가장 많은 17명이 질문했다. 그런데 이번 신년 기자회견은 24명이 질문해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89분 질의응답도 최장 시간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예고한대로 추가 질문을 받아 대통령의 답을 이끌어냈다.

▲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취재진들은 질문권을 얻기 위해 서로 손을 들었다. 사진=청와대
▲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취재진들은 질문권을 얻기 위해 서로 손을 들었다. 사진=청와대
일례로 JTBC 기자는 북미 협상의 절충안과 관련해 “영변 등 일정 지역에 비핵화를 진행한다는지, 일부 만들어놓은 핵무기를 폐기한다든지, 미국은 제재 완화 조처를 한다는 등 지킬 수 있는 거래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직접 의사소통을 하고 만날 텐데 패키지 딜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중재할 의사가 있는가”라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안을 다 말해주셨다. 저도 설득하고 중재하겠다”고 말하고 추가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JTBC 기자는 “역시 관건은 결국은 얼마나 북한과 미국이 얼마나 양보를 하는지 타협안을 만드는 것”이라며 “직접 설득할 수 있는 복안 같은 게 있으신지.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이야기해달라”고 질문했고 문 대통령은 “저는 양쪽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결국 국제제재 해제를 위해 더 분명한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미국 측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독려할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쪽 분야에 질문이 쏠리는 현상도 나왔다. 기자회견 초반 외교‧안보 분야 질문이 쏟아지면서 후반 상대적으로 정치 사회 분야의 질문은 적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외교‧안보 분야 질문은 10개, 경제‧민생 분야 질문은 8개, 정치‧사회 분야 질문은 6개였다.

대통령이 직접 지목하긴 했지만 외신기자만 무려 5명이 질문한 것은 옥에 티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매체별 질문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자, 중앙일간지 기자들이 질문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중앙일간지 기자들만 손을 들게 해 질문을 받기도 했다.

기자들 질문이 두루뭉술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경기방송 기자는 “기자회견 모두 발언을 보면 ‘공정 경쟁을 통해 혁신성장을 지속시키겠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여론은 냉랭한 편이다. 현실 경제가 얼어붙어 있다. 국민이 힘들어하고 있다.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하다.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현 정책에 대해 기조를 바꾸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질문했다. 

여론이 악화돼 있다는 근거는 없고 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 없어 답변하기도 곤란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최경영 KBS 기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무슨 정책인지도 질문에는 나오지 않고, 무슨 경제가 어떻게 잘못됐다는 건지도 알 수없고, 그러니 인과관계는 당연히 나오지가 않고 이미지로만 질문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기자들 질문이 미진하다고 판단한 듯 외신 기자가 질문 내용을 보충해 질문하는 모습도 보였다.

뉴스핌 기자는 “국제사회와 협력을 하겠다고 했는데 대북제재 해결을 위해 미국과 북한이 북한과 미국을 중재안을 가지고 만날 것인지 궁금하다”고 물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대북제재의 해결은 북한의 비핵화 속도에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대북제재의 빠른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보다 더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중재안에 대한 답변은 나오지 않은 셈인데 기자는 추가 질문을 하지 않았다. 대신 한 외신 기자는 “대통령께서 북한이 비핵화 부분에서 더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말해달라”고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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