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책무 배제한다면 방송사업자 자격 없다

언론기업이 이윤만 추구한다면 그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일까? 대한민국 법률체계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헌법 21조에서는 2항을 통하여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적고 있다. 일반 제품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규격이나 성분 등과 관련한 사전 규정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헌법이 보장하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3항에는 “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자유로운 활동을 더 수준 높게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법정 활동을 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왜? 언론기업은 일반기업과 달리 이윤만 추구해서는 안 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3항의 ‘시설 기준’이라는 말을 좁게 해석하면 ‘일정수준 이상의 시설을 갖출 수 있는 사람들만 리그’를 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넓게 해석하면 ‘개인이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시설을 갖추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보다 좋은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 공적 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종합해보면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이 혼자 떠들거나 기업을 해서 떠들거나 방법에 상관없이 말하고 논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를 가지지만 기업형태의 언론매체를 유지할 경우에는 이 기능이 지니는 특별한 성격으로 인해 보다 분명하게 보호와 지원을 받되 일정 수준의 공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담고 있다 할 수 있다.

자신들의 이윤추구만 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 무엇을 추구하게 될까? 개인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일을 하게 될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헌법 21조는 여러 가지 지원을 하는 대신 ‘시설 기준’과 같은 공적 책무를 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공적 책무는 요약하자면 대한민국 국가의 발전과 안녕에 봉사하는 할 일이다.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방법론에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안녕을 추구하는 방법 즉 정치이념이나 경제 원리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내용도 대한민국의 발전과 안녕이라는 범위를 넘어선다면 공적 이익이 아니라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된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과 안녕을 지향하는 듯 속이기 위해 거짓 정보를 흘리거나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공익을 지향하는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헌법 21조의 지원과 보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 TV조선.
▲ TV조선.
TV조선의 사적 이익 추구 방치, 이대로 좋은가?

너무도 당연한 이런 헌법적 합의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기본을 무시하는 일부 방송사 때문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종편 모니터에 포착된 지난 연말(2018/12/24) TV 조선의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가 그런 방송이다. 이런 내용을 방송하는 방송사를 헌법적 가치가 있는 언론 기업으로 봐야 하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시작에 대한 논평을 하는 내용이었는데 정작 하고 싶었던 자신들의 이익 추구를 위장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유시민 씨나 홍준표 씨와 같은” 유명인이 유튜브 시장에 들어와서 정치 논평 같은 것을 하면 겨우 어느 정도 인지도가 될 만큼 쌓아 놓은 일부 출연자의 유튜브 방송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정작 전달하고 싶었던 내용이었다. 유시민 이사장에게는 ‘들어오지마’ 유튜브 시청자들에게는 ‘나쁜 사람들이니 이 방송 보지마’를 이야기하고 싶은 데 너무 노골적이다 싶었는지 엉뚱한 이야기를 갖다 붙였는데 사실이 아닌 내용이다.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혹세무민하는 반지성주의적인 가짜 뉴스들이 횡행하는데 보수의 목소리는 지상파를 통해서나 종편을 통해서나 제대로 전달할 방법이 없”어서 보수 진영에서 유튜브를 시작했고 그것이 현재의 유튜브 신드롬의 계기였다고 했다. 사실이 아니다. 현재의 유튜브 신드롬은 세대, 성별, 취향 등 다양해지는 시각을 몇몇의 기성 매체가 다 다룰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것이다. 거짓말을 너무 쉽게 해서 인지 자신이 방송하고 있는 매체가 문제가 많았다는 이야기도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있다. ‘혹세무민하는 소리에 대항해서 어떤 지상파도 종편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하는데 자신들의 이런 이야기를 내보내고 있는 ‘TV조선’도 이 말에 동의를 했을까? 했다면 TV조선의 헌법적 가치가 없다는 말을 인정한 것이고 동의하지 않았다면 스스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을 정도로 무책임한 방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사 채널의 방송 출연자들이 방송을 통해 공적 책무가 아니라 개인적 이익을 너무도 뻔하게 추구하고 있는데 이를 방치한다면 ‘TV조선’은 더 이상 헌법적 보호와 지원을 받아야 하는 방송사업자라 보기 어렵다. 계속 이런 방송을 생각 없이 제작하거나 고집한다면 허가를 취소함이 마땅하다.

※ ‘언론포커스’ 칼럼은 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해보는 글입니다.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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