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가 한 여교사가 교장에게서 ‘팬티를 잘 생각해 벗어라’는 말을 들은 성희롱 사건을 전하며 속옷만 입은 하체 모자이크 사진을 삽입해 독자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선정적·자극적 보도를 지양하는 보도 지침 위반이란 지적이다.

세계일보 디지털뉴스팀은 지난달 27일 “女교장, 女교사에게 ‘팬티를 잘 생각해 벗어라’” 제목의 기사를 써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같은 학교 여성교장으로부터 당한 성희롱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고 전했다.

이 교사는 교장, 교감과의 식사자리에서 교장이 ‘여자는 어디에서 팬티를 벗느냐에 따라 팔자가 달라진다’거나 ‘어디서 언제 벗을 것인지 잘 생각해서 벗어라’ 등의 발언을 했다고 진정을 넣었다. 피해교사는 교장이 학교에서도 ‘요즘은 어때, 좋아?’ 등이라 물으며 성희롱을 지속했다고 고발했다.

▲ 2018년 12월27일 세계일보 온라인 기사 갈무리
▲ 2018년 12월27일 세계일보 온라인 기사 갈무리

세계일보는 하의 속옷만 입은 하체가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을 삽입했다. 이는 첫 번째 사진으로 등록돼 모바일 기사 썸네일 사진으로 쓰였다. 모바일 기사를 접한 독자들은 “女교장, 女교사에게 ‘팬티를 잘 생각해 벗어라’” 헤드라인과 속옷 사진을 동시에 보게 된 셈이다.

한 여성 독자는 “언론사 사이트 마다 성인광고가 붙는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기사 사진으로까지 여자 알몸 속옷 차림 사진을 쓰는 건 너무했다. 눈을 의심했다”며 “클릭 수에만 골몰한 편집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선정적 보도를 지양케 하는 성폭력 사건 보도지침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기자협회 ‘성희롱·성폭력 사건보도 공감기준’을 보면 언론은 성폭력·성희롱 사건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 소재로 다루거나 피해자를 ‘성적 행위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는 선정적 묘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정한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어떤 이미지를 쓰고 제목을 정하느냐에 따라 기사가 다르게 전달되는데 제목에서는 이 발언이 문제적이란 판단을 읽을 수 없고 사용된 시각 자료도 사건 본질과 무관하다”며 “썸네일은 모바일 접근이 보편이 된 상황에서 내용을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심각한 문제”라 평가했다.

세계일보 관계자는 이와 관련 “CMS(콘텐츠 관리 시스템) 상의 착오다.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여러 장의 사진을 임의로 불러오다가 부적절한 사진이 잘못 올라갔다”며 “포털의 뉴스 평가가 강화됐는데 함부로 부적절한 이미지를 삽입할 수 없고 그러지도 않는다. 알았다면 즉시 정정했을 것”이라 밝혔다. 문제 사진은 현재 삭제됐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