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임금체계는 귀신도 모를 만큼 복잡하다. 임금은 임금만으로 끝나지 않고 고용시장 전체를 관통하는 기본축이다. 대기업 정규직 대비 중소기업 정규직 임금은 대략 75%이고,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50%에 불과하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임금 격차는 학력과 성별, 직종에 따른 격차가 두드러졌지만 기업체 규모별 임금격차는 거의 없었다.

노동부 1982년 임금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10~29인과 30~99인 기업에 다니는 노동자의 임금은 각각 98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300~499인 기업에 다니는 노동자 임금도 102정도였고, 가장 큰 500인 이상 대기업에 다니는 노동자의 임금도 105에 그쳤다. 이처럼 40년전엔 기업 규모별 임금격차가 10%도 채 안 됐다.

이랬다가 2010년 기업 규모별 임금격차는 1~4인 기업 노동자가 58, 5~9인 74, 10~29인 94, 30~99인 112, 100~299인 126, 300인 이상 174로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 즉 2010년 5명 미만의 영세소기업 노동자는 시급 6193원을 받았는데, 300명 이상 대기업 다니는 노동자는 시급 1만8482원을 받아 정확히 3배 차이로 벌어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악화됐다.

3배까지 벌어진 임금은 임금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용기간과 결혼, 출산, 육아, 내수시장 등 경제 전반에까지 영향을 준다. 500인 이상 대기업의 근속 연수는 9.2년인데 10~49인 중소기업은 4.5년에 불과하다. 내부 노동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하면 평생 이 직장 저 직장 전전해야 한다는 소리다.

숙련과 생산성 그 어느 합리적 근거도 없이 그냥 공무원 포함 대기업 정규직만 되면 만사형통이다. 이런 기형적 고용시장이 너도나도 노량진 고시원 공시족을 양산했다. 공무원과 대기업 내부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아귀다툼은 세대간 갈등을 넘어 같은 청년들끼리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놓고 살기등등한 비난을 퍼붓는 지경에 이르렀다.

누가 이런 기 막힌 이중 노동시장을 만들었을까. 노사를 조정해야 할 정부가 이런 살벌한 고용시장을 만들어낸 범인이다.

▲ 서울 노량진 한 공무원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서울 노량진 한 공무원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저임금은 1953년 근로기준법을 만들때부터 헌법에 명문으로 보장한 국민들 권리였지만 역대 정부는 그로부터 34년 동안 위헌 상태를 유지했다. 위헌을 바로 잡으려고 최저임금법을 제정한 게 1986년 연말이었다.

전두환 정부는 저임금 구조를 유지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임금 가이드라인 정책을 폈다. 정부가 일방으로 ‘올해 임금은 몇%’라고 발표하면 노사는 그 이하로 임금을 제한해야 했다. 노태우, 김영삼 정부 땐 정부가 일방으로 공지하긴 뭣해서 노총과 경총이 합의하는 방식으로 발표했는데, 정치권에 포섭됐던 당시 한국노총은 해마다 이를 수용했다. 민주노조 진영에선 이를 ‘노경총 야합’이라고 불렀다. 민주노총 출범이 가시화된 1994년 노총도 더 이상 노경총 야합에 들러리 서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런 가이드라인 설정 관행은 그 뒤로도 몇 년 더 갔다.

가이드라인에 묶여 임금을 조금 밖에 올리지 못하자 지불능력이 충분한 재벌 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여러 편법을 내놨다. 기본급은 발표된 가이드라인을 지켜 소폭 인상하되 각종 수당을 새로 만들어 임금을 뒤에서 올렸다. 20년 가까이 이런 관행이 계속되자 대기업은 전체 임금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대로 추락하고 빈자리를 각종 수당이 채웠다. 배보다 배꼽이 커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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