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명의 사용자가 1분마다 400시간 이상의 새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매일 전 세계인이 10억 시간 이상을 머무르는 곳. 유튜브다. 유튜브 국내 이용자수는 이미 3000만명을 넘어섰고, 1인당 월 평균 16시간 넘게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을 이끄는 미디어플랫폼은 바야흐로 네이버에서 유튜브로 이동했다.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등판’이다. 

유 이사장의 등판은 최근 지지율 하락세인 문재인정부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앞서 정부는 ‘대북 쌀 지원으로 쌀값이 폭등했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통령 전용기에 태극기가 사라졌다’는 식의 가짜뉴스를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같은 허위정보가 확산되던 지난해 10월 허위조작정보 근절 대책을 발표하려 했으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규제방안들이 포함되며 역풍을 맞았다.

유 이사장은 “반지성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혹세무민하는 보도가 넘쳐나고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은 정리를 해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어용지식인’을 선언한 유시민 이사장이 총대를 메고 유튜브의 가짜뉴스를 자신의 ‘뉴스’로 덮어버리는 공세적 대응을 택한 것. 결국 가장 민주적인 허위조작정보 근절 대책은 ‘강력한 유튜버’의 등장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 '유시민의 알릴레오' 한 장면.
▲ '유시민의 알릴레오' 한 장면.
유시민의 유튜브 채널이 흥행하자 언론은 ‘가짜뉴스의 숙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와 대비시키며 진보와 보수의 유튜브 대결 프레임을 설정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3일자 지면에서 “홍카콜라vs알릴레오”란 제목의 기사를 냈고 중앙일보는 7일자 지면에서 “유시민 ‘알릴레오’ 160만 조회…유튜브 좌우전쟁 시작”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당장 말초적인 프레임이자 현실을 왜곡한 분석이란 비판이 나온다.

빅데이터 분석전문가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유튜브는 시간을 지배하는 압도적 플랫폼이 됐다. 대중이 먼저 유튜브에 서식하면서 여론 형성 기능이 네이버에서 유튜브로 이동했고, 여기에 정치인이 대응하고 있는 게 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진보·보수 대립과는 전혀 상관없는 미디어 트렌드의 지각변동이다. 유 대표는 “자신의 메시지를 세상에 알리고 싶은 사람들이 이동한 것을 두고 진보·보수 대결구도로 몰고 가는 건 지독한 언론의 상업주의 탓”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의원들은 속속 유튜브에 뛰어들 태세다. 이 같은 움직임은 총선과 맞물려 당위적인 흐름이 되었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8일 낮 현재 유튜브 채널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은 모두 104명으로 집계됐다. 국회의원 3명 중 1명은 채널을 갖고 있는 것. 국회의원 유튜브 채널 가운데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7만2000여명으로 구독자수가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만3000여명, 같은 당 손혜원 의원이 2만8000여명 순이었다.

이들을 제외하곤 대다수 국회의원들의 유튜브 채널구독자수는 존재감이 없는 상황. 이는 역설적으로 정치인들의 ‘유튜브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유튜브와 관련해 최근 국회의원들에게 제작 자문을 해주는 업체도 생겼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4월 총선 현역 의원 공천심사에서 유튜브 활동 실적을 국민소통 수행실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이 같은 흐름의 전망은 일단 비관적이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홍보하기 위해 구독자수와 조회 수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주목 경쟁 산업’인 유튜브의 플랫폼 특성을 고려하면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언어가 범람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정치가 유튜브를 오염시키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중앙일보 칼럼에서 “인간의 확증편향과 그것을 이용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유튜브의 유인구조”를 꼬집으며 “정치적 토론에 유튜브는 적합하지 않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로 1월 현재 ‘신의 한수’(46만명),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34만명), ‘황장수 뉴스브리핑’(31만명), ‘조갑제TV’(18만명) 등이 청와대(11만명)보다 많은 구독자를 보유, 유튜브 정치·시사 채널의 중심을 이루며 극단적 확증편향을 유도해왔다. 그러나 유튜브가 공론장 형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한가해 보일만큼, 유튜브는 거대해졌다. 이제 유튜브는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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