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통화내역 등의 원본 파일이 수사기록에 첨부돼 있지 않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지난해 10월28일 재조사 중인 ‘장자연 리스트’ 사건 관련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지난 2009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장자연씨가 자필로 남긴 문건 내용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자료를 경찰이 수사기록에 남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사단 발표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장자연 휴대폰 3대의 통화내역 △장자연 휴대폰 3대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물(통화내역·문자메시지·연락처 등) △장자연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수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사 결과물과 각 원본 파일은 검찰에 송치한 수사 기록에 첨부돼 있지 않았다.

이와 관련에 당시 이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박진현 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현 변호사)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없어졌다는 것은 1년 치 전체 통화기록, 엑셀자료고 그 자료와 관련된 분석보고서”라며 “통화기록도 일종의 압수물이기 때문에 CD로 구워서 기록에 편철하거나 USB에 담아서 편철해야 하는데, 경찰에서 수사보고서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검사는 그 이유를 “특이한 사항이 없고 기록으로 남길 만한 분석 내용이 없어서 작성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본 파일(CD나 USB) 자체가 없어진 점에 대해선 “보관 과정에서 분실됐겠지만 나도 이해가 안 된다”며 “조사단에 가서도 말했는데 그게 초기에 압수했었고 기본 자료인데 그걸 누가 빠뜨릴 수가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5일 KBS ‘뉴스9’ 리포트 갈무리.
지난달 5일 KBS ‘뉴스9’ 리포트 갈무리.
박 전 검사의 말처럼 장자연 사건 초기 경찰은 장씨가 쓰던 휴대폰 3대의 1년 치 통화기록을 엑셀자료로 갖고 있었다. 2009년 4월25일자 조선일보의 장자연 사건 경찰 중간수사 발표 기사를 보면 “경찰은 본사 특정 임원이 이 사건과 관련돼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들의 전화 통화내역을 샅샅이 훑었다”고 나온다. 이어 “경찰은 장씨의 전화기 3대와 소속사 대표 김씨 전화기 3대의 1년 치 착·발신 통화내역 5만1161건을 모두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2011년 10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 대한 이종걸 민주당 의원 명예훼손 혐의 재판 증인으로 나온 이명균 당시 경기경찰청 강력계장(현 속초경찰서장)의 법정 진술 과정에서도 나온다.

이명균 서장은 “김종승(소속사 대표)과 장자연이 사용했던 전화가 각 3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 전화번호의 1년 치 통화내역을 뽑아서 엑셀 작업을 하고, 문건 관계자나 수사를 했던 대상자들을 엑셀 작업해 관련성이 있는지를 파악한 후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서장은 “방상훈 사장 관련 주변인들의 휴대전화 가입 내역이나 통화 내역 등도 확인해 봤느냐”는 검사의 물음에 “가족들과의 통화내역을 의뢰했고 아들(방정오)까지 확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2008년 10월28일 장자연과 만난 것으로 확인된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당시 조선일보 미디어전략팀장)에 대해선 “장자연 어머니 제삿날이 방상훈 사장의 아들과 장자연이 룸살롱에서 만난 날이어서 통화내역과 기지국까지 조사가 됐다”면서도 “방정오와 장자연이 통화한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이 서장은 방정오 전 대표에 앞서 2007년 10월 장씨와 만났지만 경찰 조사를 전혀 받지 않은 방상훈 사장 동생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에 대해 “통화내역이 없었기 때문에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진술이 나왔더라도 송치에 임박해서 나왔기 때문에 조사할 시간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 지난달 11일 MBC ‘PD수첩’ 방송화면 갈무리.
▲ 지난달 11일 MBC ‘PD수첩’ 방송화면 갈무리.
방상훈 사장을 비롯해 조선일보 사주 일가와 장씨의 통화 내역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경찰 결론이지만, 최근 대검 진상조사단은 관련자들 재조사 과정에서 ‘조선일보 측에서 장자연과 조선일보 사주일가의 통화 기록을 빼려고 고생했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당시 조선일보 특별취재팀(TF)에 있었던 복수의 조선일보 기자에게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었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이미 “조선일보로부터 매우 거칠게 협박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조 전 청장 외에도 당시 경찰 관계자 등 여러 인물이 조선일보의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대검 조사단이 관련 증거와 증언을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경찰이 장씨의 1년 치 통화기록을 수시기록에 첨부하지 않은 과정에 조선일보가 관여했다면 얼마나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날지도 관건이다.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사건 무마 의혹을 밝히는 것이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과제다. 더구나 장자연 문건에 적힌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고 의심받고 있는 방용훈 사장과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도 장씨를 함께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장관은 당시 검찰 내 2인자인 대검 차장이었는데 당시 이 사건을 주시하고 있었다면 조선일보로선 든든한 ‘뒷배’였던 셈이다.

대검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당시 대검 차장)도 배우 고 장자연씨를 함께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1일 MBC ‘PD수첩’ 방송화면 갈무리.
대검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당시 대검 차장)도 배우 고 장자연씨를 함께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1일 MBC ‘PD수첩’ 방송화면 갈무리.
전직 조선일보 관계자 A씨는 미디어오늘에 “방용훈 사장이 검찰에 아는 사람이 참 많다. 권재진 전 장관이 그때 방 사장을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2009년 조선일보가 자사 임원이 장자연 사건과 무관하다는 기사를 쓰면서 제3의 인물로 ‘다른 언론사(스포츠조선) 전직 대표’를 지목한 것과 관련해 검찰 수뇌부도 조선일보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그때 임정혁 성남지청장이 ‘조선일보가 전직 스포츠조선 사장으로 덮어씌우려 하고 있다’고 다른 언론사 선배 기자에게 말했다고 들었다”며 “장자연 소속사 대표 김종승의 변호를 위해 서울고검장 출신의 박영수 변호사를 추천했던 인물도 방용훈 사장 측근이자 방정오와도 가까운 한아무개 광고업체 대표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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