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노동 실태를 바로잡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가 나온다.

MBC 월화미니시리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오는 4월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MBC에 따르면 드라마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 임명된 주인공이 갑질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응징하는 주제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보통 드라마에서 정치인, 검찰, 의사, 변호사 등 엘리트 계층이 가진 직업의 ‘판타지’를 보여줬다면 노동 현장 갈등의 한복판에 놓인 근로감독관의 ‘현실’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 때문이다. 드라마 소식에 인턴과 비정규직의 처지를 그려내 호평을 받았던 tvN “미생”을 언급하는 이도 있다.

드라마를 쓴 김반디 작가는 지난 2015년 MBC 수목극 “앵그리맘” 대본을 써 주목을 받았다. 앵그리맘은 전설의 ‘일진’이었던 엄마가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다. 애초 활극 드라마로 알고 있었지만 교육 현장에서 “가만히 있어”, “아무것도 하지마”라는 세월호 참사 대응 미숙을 연상시키는 대사가 등장하는 등 한국 교육의 문제를 풍자하면서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 웹하드 양진호 회장 등 현실 갑질 소재를 차용해 고발하는 내용이 포함될지 관심을 모은다.

▲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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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특별근로감독관의 고민을 다루면서 얼마나 현장 속 노동문제 갈등을 심도 있게 그려낼지 여부다. 단순히 악마에 버금가는 갑질 세태를 보여주고, 특별근로감독관이 정의를 바로잡는 권선징악형 구도에 그칠 경우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근로감독관은 근로기준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사업장의 법 준수 문제를 감독하고 지도하는 공무원이다. 사법경찰 임무도 수행할 수 있어 강력한 단속이 이뤄지고 문제를 해결할 것 같지만 현장의 얘기는 다르다.

사측은 특별사법경찰의 직무 수행에 반발하고, 노동자는 아무리 사업장을 고발해도 근로감독관이 감독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쌓여있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일본 드라마 “단다린 노동기준감독관”과 소재가 비슷하고 전개방식도 닮아있을 것으로 예상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단다린 노동기준감독관”은 주인공이 노동자편에 서 갑질을 하는 사측에 일침을 가하는 대사로 인기를 끌었다. 일례로 이주노동자의 착취해 처벌을 받은 사장이 사업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주인공은 “경영위기는 경영자의 책임이다. 노동자에게 함부로 전가하지 마라”고 일갈한다.

일본 드라마 속 노동기준감독관과 우리의 근로감독관이 모두 사법경찰 임무를 수행하고 현장에서 겪는 고충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두 드라마를 비교해보는 것도 관전포인트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 노동 현장과 이를 바로잡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같지만 얼마나 갈등관계를 현실적으로 풀어내서 그려낼지 여부에 승부가 걸린 셈이다. 김반디 작가는 전직 근로기준감독관을 만나 직업의 고충과 현장 경험을 듣고 대본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MBC 관계자는 “일본 드라마와는 전혀 상관없는 순수 창작물이다. 김 작가의 전력을 보면 이번 드라마도 활극 같은 드라마”라며 “소재는 무겁지만 묵직한 느낌하고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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