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가 선임 연구원을 방장으로 임명해 연구원과 대학원생 통장을 관리하면서 그 돈을 정기적으로 교수 통장으로 입금시켰다. 한 대학원생은 5년간 8000만원을, 또 다른 대학원생은 300만원 넘게 갈취당했다. 해당 교수는 대학원생들이 현금으로 돈을 찾아 교수 통장에 현금으로 입금하게 해 증거를 인멸했고 돈을 보내지 않으면 협박까지 했다. 결국 해당 교수 밑에 있던 대학원생은 10년 공부를 접고 대학원을 떠났다.

이 교수의 갑질은 인건비 착취 뿐 아니었다. 교수의 자녀 유치원 때부터 등하교, 그림일기, 독후감 등 숙제를 도맡았고, 대학생이 되선 봉사활동·대학원 진학을 위한 논문 연구까지 대학원생들이 동원됐다. “대학원생들은 교수에게 찍히면 10년 공부가 물거품 되기 때문에 참고 견뎠다”고 했다. 결국 10년 공부를 접고 대학원을 떠난 박사과정 학생이 직장갑질119에 털어놓은 내용이다.

▲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만든 스티커. 사진=노조 페이스북
▲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만든 스티커. 사진=노조 페이스북

이렇게 열악한 지위에 있는 대학원생들의 고충을 제보 받는 공간이 생겼다. 직장갑질119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대학원생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동전문가·노무사·변호사 등을 모아 ‘대학원생 119’를 만들었다.

지난 2017년 9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의원실과 전국대학원생노조가 석·박사과정, 박사후 과정 등 연구원에게 실시한 설문을 보면 대학원에 갑질이 존재한다고 밝힌 이는 전체 응답자(197명) 중 74.1%(146명)에 달했다. 응답자의 39%(77명)가 교수의 우월적 지위와 인권문제를 가장 시급하게 개선할 사항으로 꼽았다.

직장갑질119가 8일 공개한 사례를 보면 교수의 갑질 사례는 더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대학원생들에게 폭언을 일삼고, 졸업을 빌미로 기부금을 받아오도록 했다고 한다. 산학협력단을 거치지 않고 교수나 학생이 직접 기업에서 기부금을 받는 것은 불법이지만 불법은 계속됐다. 대학원생들은 지도교수가 근로장학금을 빼돌리고 괴롭혔다고 직장갑질119에 제보했다.

그 외에도 수업을 개설한 교수와 강의를 진행한 교수가 다르거나, 교수 집 인근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등의 사례도 있었다. 최저시급이 조정돼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조교 감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거나 근로‘장학금’이라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착취가 벌어졌다는 제보도 있었다.

▲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배지. 사진=노조 페이스북
▲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배지. 사진=노조 페이스북

이에 직장갑질119는 “대학사회 양심적 교수들에게 호소한다”며 “신분은 대학원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연구원, 즉 노동자”이므로 “교수들이 앞장서서 대학원생들을 연구원으로 인정해 존중하고 대학이 대학원생들과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교육당국에도 “제보 온 연구비 갈취·자녀숙제 등 갑질 교수의 비위는 최소 15년 이상 됐지만 학교와 교육당국은 문제를 방치했다”며 “대학원생 신원을 보호하며 익명 제보를 통해 기습적인 감사, 무기명 설문조사 등을 벌였다면 갑질과 비위를 차단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직장갑질119와 전국대학원생노조는 네이버 밴드에 ‘대학원생119’를 만들고 대학명, 이름, 전공, 연락처를 남긴 대학원생·수료생의 신원을 확인한 뒤 가입을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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