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전현석)이 신년 캠페인으로 ‘당신의 말 한마디, 조선일보를 바꾼다’를 내세웠다.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사내 문화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 3일 노보에서 “조선일보 선배와 후배, 부장과 부원, 임원과 사원 사이에 오가는 말들이 오늘의 조선일보 문화를 보여주며 내일의 조선일보를 만든다”며 캠페인 취지를 밝혔다.

노조는 “아직도 고성과 막말을 업무에 대한 열정이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 데스크들이 있다. (그들은) ‘후배를 좋은 기자로 만들기 위해선 때로 말을 거칠게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며 “모두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취재 노하우를 공유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눴을 때 후배 능력이 더 빛을 발했다”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말 이른바 ‘양진호 방지법’이라 불리는 근로기준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폭언이나 욕설, 왕따 등 직장에서 발생하는 갑질 문제를 처벌할 근거를 만든 것이다.

▲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노조는 이 법 취지와 적용 범위 등을 거론한 뒤 “아직 법에는 별도 처벌 조항이나 기업 제재 규정은 없지만 이에 따라 신고가 이뤄지면 ‘제2의 양진호가 조선일보에 있다’는 얘기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라며 “만약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고용주가 있으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사내 소통 문제 개선을 강조했다. 노보에 따르면, 한 조합원은 “회사에서 인사하지 않는 후배가 많아 씁쓸하다”고 했고 다른 조합원은“선배한테 인사해도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후부터 인사하기 꺼려진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도 “선배가 아니라 손님인 줄 알았다”, “후배가 아니라 아르바이트생인 줄 알았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사내 소통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노조의 진단이다.

노조는 “선·후배간, 부서 간 만남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이에 앞서 선후배 가릴 것 없이 먼저 인사하기를 제안한다. 또 서로 자주 칭찬했으면 한다”면서 “먼저 인사하고 자주 칭찬하는 사이에서 쓴소리와 아이디어도 곡해 없이 오고갈 수 있다”고 했다.

노조는 향후 1년 동안 고성과 막말, 폭언이 조선일보에서 사라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조직 문화를 바꾸고 업무 방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선일보에서 고성과 막말로 고통을 겪는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2월 조선일보 기자들의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익명의 게시자가 자기 경험을 담은 한 편의 시를 게시했다. 

이 기자는 시 형식을 빌려 “당신도 자식이 있지. 나도 애가 있어. 난 집에 와서 애를 붙들고 울었어. 당신이 내게 했던 무례한 ‘아이씨’. 선배라는 이유로. 분노 조절 못하고 퍼붓던 신경질. 그건 마치 똥 같았어. 그래서 내 애를 붙들고 울었어. 당신 같은 사람한테. 병신 취급 받는 내가 미안해서”라고 썼다.

지난해 5월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칼럼 논조를 이유로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의 파면을 주장하자 조선일보 내에서 그의 국장 시절을 비판하는 글이 회자됐다.

글을 올린 기자는 “강효상 의원은 조선일보 편집국장 재직 시절 기자들에게 악몽과 같은 존재였다”며 “최근 모 대기업 모녀의 괴성 소리 녹음을 들으며 다시 강 의원의 국장 시절이 떠올라 몸서리쳤다. 발악하는 소리와 갑질 양상이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조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조선일보 사내 문화를 개선할지 주목하는 이유다. 기자들로 구성된 조선일보 노조 조합원 수는 207명(지난해 10월 말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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