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0일자 인사에서 승격한 반용음 중앙일보 대표이사가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가 중앙일보 대표에 보임된 지 불과 40여일 만이다.

중앙그룹은 새 중앙일보 대표이사로 지난 2일 박장희 미주 중앙일보 대표를 선임했다. 박장희 대표는 중앙일보 경영지원실장, 경영총괄 등을 맡으며 ‘신문 경영’에 능한 인사로 평가 받는다.

중앙그룹 관계자는 7일 미디어오늘에 “반 전 대표는 중앙일보가 추진 중인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선 보다 젊고 유능한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좋겠다는 판단 아래 이번에 스스로 물러났다”고 설명했다.

반 전 대표는 새 대표이사 인사가 사내에 공지된 지난해 12월31일 사퇴 입장을 내놓고 중앙일보 대표에서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 중앙그룹 홈페이지.
▲ 중앙그룹 홈페이지.
중앙일보는 ‘디지털 혁신’을 기치로 인사·조직 개편에 심혈을 기울였다. 반 전 대표가 대표이사로 승격한 지난해 11월20일자 조직 개편과 이어진 12월 인사 역시 ‘디지털 혁신 가속화’를 위한 작업이었다.

중앙일보 조직은 ‘신문제작본부’, ‘편집국’, ‘뉴스서비스국’ 등 세 부문으로 나뉘는데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격한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이 직접 신문제작본부장을 맡으며 ‘콘텐츠 생산’(편집국)과 ‘지면 제작’(신문제작본부) 업무가 보다 명확히 분리됐다.

반 전 대표 사퇴는 중앙일보에서 여러 ‘입말’을 낳고 있다. 반 전 대표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출신이다. 그가 대표이사에 임명되자 일각에서는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 가능성을 우려했다.

반면 이하경 주필(부사장)은 신문 제작을 대표한다. 이런 관계로 경영 임원(반용음)과 제작 임원(이하경) 간 갈등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입말이 돌았다.

중앙일보에서 JTBC로 젊은 기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등 취재·제작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에서 ‘절감’과 ‘지원’을 놓고 두 사람 갈등설이 나온 것.

한 기자는 “반용음 대표와 이하경 주필 사이 갈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기자들 사이에서 나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반면 반 대표가 중앙일보 경영 개선에 어려움을 느끼고 자진해서 먼저 나간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반 대표가 물러난 것에 기자들도 궁금증이 컸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른 기자는 “갈등설이 사내에 돌긴 했지만 대표이사와 제작본부장은 견해를 달리 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단지 갈등으로 인사가 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이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적 없고 ‘경영’과 ‘제작’ 사이 이견은 신문사에서 일상적이라 갈등·불화설은 ‘설’에 불과하단 이야기다. 박장희 새 대표가 신문 경영을 해온 인물이기에 내부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인사라는 견해도 있다.

두 사람도 이번 인사에 입을 닫고 있다. 반 전 대표는 7일 통화에서 “제가 따로 드릴 말은 없다”고 말했다. 이 주필도 통화에서 “노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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