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심의 대상에서 뉴스 보도는 빼자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낸 자유한국당은 지난해에만 58건의 방송심의를 요청했다. 이 중 대부분이 보도 내용이어서 한국당이 방심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의원 14명(대표발의 박대출)이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방송법 일부개정안을 보면 “방심위 구조상 보도에 대한 심의가 자칫 정권에 비판적 보도를 하는 특정 매체 길들이기 등으로 변질,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며 “방심위 심의 대상에서 보도에 해당하는 내용을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된 골자다.

한국당이 법안 제안 이유에서 설명했듯이 현행 방송법엔 방심위가 방송 내용이 공정성과 공공성을 유지하고 있는지와 공적 책임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심의·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방심위 심의 대상에는 ‘보도·논평의 공정성·공공성에 관한 사항’도 포함돼 있고, 방송사업자가 심의규정을 위반하면 행정지도·법정제재를 내릴 수 있다.

▲ 지난해 5월2일 자유한국당 ‘가짜뉴스 신고센터’ 활동 현황 보도자료 중.
▲ 지난해 5월2일 자유한국당 ‘가짜뉴스 신고센터’ 활동 현황 보도자료 중.
따라서 한국당은 현 정부 들어서도 이 같은 방심위 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방송 내용 심의를 방심위에 요청해 왔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지난 한 해 동안에만 한국당이 요청한 방송심의 건수는 58건이다. 세부적으로 ‘공정성’ 위반으로 요청한 내용이 43건, ‘객관성’ 위반이 7건, 선거방송 규정 위반은 8건이다.

한국당은 특히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4월 ‘가짜뉴스 신고센터’(센터장 박성중 의원)를 출범하고 불과 20여 일 동안 방심위에 258건의 가짜뉴스·편파보도· 허위사실 등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방심위에서 파악한 지난해 한국당의 권리침해 관련 통신심의 요청 건수는 244건이다.

한국당 ‘가짜뉴스 신고센터’가 지난해 6월9일 낸 보도자료에는 “‘김어준의 블랙하우스’(SBS)를 비롯한 지상파·종편 방송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고 방심위에 지속적으로 신고를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당이 방심위에 신고한 방송 관련 민원 결과 5건에 대한 ‘관계자 징계’와 권고 및 의견제시 등의 심의가 나왔다”고 실적을 홍보했다. 5건 모두 시사·보도 프로그램이었다.

아울러 한국당은 이번 방송법 개정 이유로 보도 내용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반론보도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방송 보도 내용에 대해 언중위 중재뿐만 아니라 방심위 심의까지 받게 하면 방송사업자의 부담이 과중하다는 것이다.

▲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이에 방심위 측은 언중위는 개인이 거대 언론사를 상대로 한 권리 구제의 성격이고, 방심위는 방송법상 승인과 허가를 받아야 하는 보도의 공공성 심의여서 ‘중복 규제’라는 한국당 주장은 두 기관의 기능을 혼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중재위는 당사자가 있어 개인의 권리 구제 성격이 강하지만 방심위 심의는 당사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시청자의 시각에서 방송의 공공성을 위한 제재이며 기자 개개인을 제재하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 해석이 필요한 문제는 중재위나 법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부분 심의를 보류하고 있어 중복 심의라고 볼 수도 없다”면서 “우리 쪽에 민원이 들어와도 언중위에서 문제없다고 판단하면 이들 기관을 존중해 심의하지 이중으로 다른 처분을 내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방심위 안팎에선 지난달 한국당이 방심위원 구성을 현행 여야 추천 6:3에서 7:6으로 바꾸자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도 발의하는 등 과거와 다른 기준으로 방심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방심위를 적극 활용하던 한국당이 정권이 바뀌고 정권 비판적 보도가 많아지자 개정안을 내놓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비판이다.

지난 정부에서 심의위원을 지낸 한 언론계 인사는 “한국당이 집권했을 때 7대 6으로 바꾸자고 얘기했어야지 그때는 무시하다가 야당이 되니까 인원수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건 진정성이 없다”며 “방심위 독립성을 위해선 여야 추천 수만 조정할 게 아니라 시민사회와 학계의 추천 위원 수를 늘리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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