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는 지난해 12월30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깨어난 시민J’를 신년기획으로 방송했다. 관객 700명이 참여한 이날 행사에선 한국 저널리즘을 주제로 깊은 논의가 출연진과 시청자 사이에 오갔다.

사회자였던 방송인 최욱,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교수, 정세진 KBS 아나운서가 청중들과 나눈 질의응답에선 ‘조선일보’가 화제였다. 자신을 ‘대구시민’이라고 밝힌 정창윤씨는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주제는 바로 이것”이라며 손에 들고 있던 종이 두 장을 펼쳤다.

하나는 인쇄된 조선일보 제호였다. 나머지는 조선일보가 일제강점기 일왕 부부를 찬양했던 기사를 인쇄한 종이였다. 조선일보는 1930년대 후반부터 폐간 때인 1940년까지 신년호에 일왕 부부 사진과 찬양 기사를 실었다.

▲ 지난해 12월30일 저널리즘 토크쇼J 공개방송에서 자신을 ‘대구시민’이라고 밝힌 정창윤씨는 조선일보의 친일 행각을 다뤄달라며 일제강점기 조선일보 기사를 펼쳤다. 사진=저널리즘 토크쇼J 화면
▲ 지난해 12월30일 저널리즘 토크쇼J 공개방송에서 자신을 ‘대구시민’이라고 밝힌 정창윤씨는 조선일보의 친일 행각을 다뤄달라며 일제강점기 조선일보 기사를 펼쳤다. 사진=저널리즘 토크쇼J 화면
정씨는 “바로 친일 반민족 언론에 관해 말씀드리고 싶다”며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인데 아직 이 주제는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100년이 지난 이때 우리는 이 언론의 행태와 역사를 어떻게 평가하고 생각해야 하는지 질문을 드리고 싶다”면서 “저널리즘 토크쇼J가 관련 방송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유튜브 생중계에서도 가장 화제가 됐던 장면으로, 지난 6일 본방송에서도 그대로 전파를 탔다. 유튜브에서는 “올해는 친일을 척결하자”, “대구의 열사”, “조선일보 대놓고 저격”, “멋지다”, “깨어있는 시민”, “대구 독립투사” 등 정씨를 응원하는 댓글이 봇물을 이뤘다.

정씨의 질문과 제안을 이어받은 정준희 교수는 “(조선일보는) 대표 언론이자 가장 큰 언론사였다”며 “역사적으로 이 신문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전통·전문적 저널리즘 정당성이 끊임없이 깨져 나갔던 아픈 기록들이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 유산으로부터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이걸 깨야 전문적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며 “아프지만 그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는 작업은 상당히 중요하다. 우리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짚어주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씀인 것 같다. 역사적 관점에서 (한국 저널리즘의) 정당성이 어떻게 깨졌는지 짚어주는 코너를 마련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최욱씨는 “장자연 사건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유튜브 댓글이 있다. 그 언론사에 관심도가 높다”고 말했다. ‘장자연 사건’에 연루된 조선일보 사주 일가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다는 것이다. 

‘저널리즘 토크쇼J’ 전신 격인 KBS ‘미디어포커스’는 언론사 사주 권력을 성역 없이 비판했다. 조중동과 사주 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일부 신문들은 KBS 미디어포커스가 ‘조중동 때리기’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조선일보 2018년 9월1일자 김윤덕 문화부장 칼럼.
▲ 조선일보 2018년 9월1일자 김윤덕 문화부장 칼럼.
‘저널리즘 토크쇼J’도 지난해 10월 방송에서 2014년 조선일보의 ‘통일이 미래다’ 기획 보도를 지적하며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신문 논조를 비판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9월 김윤덕 조선일보 문화부장은 칼럼에서 “비평보다 호통, 제언보다 조롱이 많다. 취재 현장 뛰어본 적 없는 그들이 일선 기자들을 향해 툭하면 ‘어디서 배워먹은 짓인지 모르겠다’ ‘언론사들끼리 담합하는 거 아니냐’며 눈을 부라린다”며 프로그램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해 12월28일자 사설에선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에 “정권과 노조에 기대 들어선 KBS·MBC 경영진이 친정권 ‘나꼼수’ 멤버를 진행자로 기용하고 비판 언론을 공격하는 프로그램을 앞다퉈 만드는 데 대한 보상”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5일에도 KBS 수신료를 강제 징수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자유한국당 입장을 1면과 5면에서 세세하게 다루며 KBS에 각을 세웠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