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위 두 사람의 단식 결정은 두 가지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최후통첩이라는 메시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왜 스타플렉스는, 왜 김세권 대표는 상식적 판단으로 노동자와 함께 고민하지 못하느냐는 절규입니다.”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422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파인텍 노동자 2명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이 7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단식 중단을 설득했지만 소용 없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성명을 내고 “지금도 스타플렉스(파인텍의 모회사)의 김세권 대표는 2번의 합의서를 전면 부정하는 행태를 취한다. 스타플렉스가 약속한 고용승계, 노동조합 및 단체협약 보장 등을 이행하라”며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지상에서 차광호 현 파인텍지회장이 29일째 무기한 단식을 이어가고 종교계‧시민사회 대표단 4명이 21일째, 연대시민 2명이 각각 15‧16일째 연대단식하는 가운데 두 노동자가 김세권 대표를 향해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굴뚝 위에서 422일째 고공농성 중인 홍기탁 전 파인텍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지난 6일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이에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이 7일 오전 농성 굴뚝 앞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굴뚝 위에서 422일째 고공농성 중인 홍기탁 전 파인텍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지난 6일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이에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이 7일 오전 농성 굴뚝 앞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차광호 파인텍지회장이 7일 오전 홍기탁 전 파인텍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고공농성 중인 서울에너지공사 굴뚝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사진=김예리
▲ 차광호 파인텍지회장이 7일 오전 홍기탁 전 파인텍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고공농성 중인 서울에너지공사 굴뚝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동행동은 “굴뚝농성자들이 지난 6일 오후 4시40분께부터 생명줄인 밥줄을 내리지 않아 물과 음식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공동행동은 “배터리도 전달하지 못해 연락이 언제 끊길지 모른다. 굴뚝에는 (단식에 필요한) 소금도, 최소한의 효소도 없는 상태다. 물도 없거나, 있어도 다 얼었을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동행동은 그간 하루 두 차례 물과 밥, 휴대폰 배터리와 핫팩을 담은 가방을 줄에 매달아 올려보냈다. 굴뚝 위엔 난로도 전기도 없어 두 노동자는 줄에 매달아 올려보내는 생필품에 의지해왔다. 인도주의의사협의회는 지난달 25일 긴급 건강검진한 뒤 두 노동자 모두 몸무게가 50kg 이하로, ‘뼈만 남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동행동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기 전 도시락을 가지고 굴뚝 밑에서 두 노동자에게 전화로 단식을 중단하라고 호소했지만 설득하지 못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두 노동자와의 통화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건 아닌 것 같다. 지상에서 더 힘있게 싸울 테니 단식은 그만해 달라”고 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두 동지에게만 고난의 짐을 맡기는 것 같다. 이 겨울에 단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홍기탁 전 지회장은 “오랜 시간 논의해 결정했으므로 계속 이럴(단식 중단 설득) 거면 통화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고 공동행동은 밝혔다. 박준호 사무장은 “뜻은 고맙지만 결정을 철회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공동행동은 7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기 전 도시락을 가지고 굴뚝 아래서 두 노동자에게 전화로 단식을 중단하라고 호소했지만 설득하지 못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공동행동은 7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기 전 도시락을 가지고 굴뚝 아래서 두 노동자에게 전화로 단식을 중단하라고 호소했지만 설득하지 못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공동행동은 7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기 전 도시락을 가지고 굴뚝 아래서 두 노동자에게 전화로 단식을 중단하라고 호소했지만 설득하지 못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굴뚝 위 농성 중인 홍기탁 전 파인텍지회장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공동행동은 7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기 전 도시락을 가지고 굴뚝 아래서 두 노동자에게 전화로 단식을 중단하라고 호소했지만 설득하지 못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굴뚝 위 농성 중인 홍기탁 전 파인텍지회장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동행동은 두 노동자가 단식을 그만둘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김세권 대표가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2015년 7월8일까지 408일 간 고공농성을 이어갔던 차광호 파인텍지회장은 “파인텍 동지들이 곡기를 끊을 수밖에 없는 것은 회사가 해도 해도 너무하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울음을 참지 못했다.

“김세권 사장이 공장을 헐값에 인수하는 조건으로 고용과 노조, 단체협약 등 3승계를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공장을 재가동하지 않고 ‘먹튀’했습니다. 그래서 굴뚝에 408일 동안 올라가야 했습니다. 그렇게 맺은 것이 파인텍 합의입니다. 그런데 그 약속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차 지회장은 “고공농성 400일이 넘게 교섭에 나오지 않던 김세권 대표는 교섭에 나와 하는 얘기가 자기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참담하다”며 “합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김세권 대표가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했다.

▲ 차광호 파인텍지회장이 7일 오전 열린 ‘75m 고공농성자 홍기탁·박준호 조합원 고공 무기한 단식돌입’ 긴급기자회견에서 발언하다 울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차 지회장은 “파인텍 동지들이 곡기을 끊을 수밖에 없는 것은 노동자가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차광호 파인텍지회장이 7일 오전 열린 ‘75m 고공농성자 홍기탁·박준호 조합원 고공 무기한 단식돌입’ 긴급기자회견에서 발언하다 울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차 지회장은 “파인텍 동지들이 곡기을 끊을 수밖에 없는 것은 노동자가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422일째 고공농성 중인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굴뚝. 농성 중인 굴뚝에만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422일째 고공농성 중인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굴뚝. 농성 중인 굴뚝에만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앞서 파인텍 노동자들과 김세권 대표는 지난달 27일부터 4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파인텍지회 측은 이번 합의에서 김세권 대표의 법적 책임성을 요구했다. 합의안이 또다시 파기될 것을 우려해 △김세권 대표 명의의 서명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파인텍 대표를 맡을 것 등을 요구했으나 김 대표가 이를 거부했다. 공동행동은 “어쩌면 이 때문에 동지들이 단식을 결심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음 교섭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공동행동은 오는 8일 오전 10시에 인권위원회 측과 긴급 의료인, 대표단이 인도지원과 설득을 위해 굴뚝에 올라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지난 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하기 위해 긴급행동으로 △10일 김세권 대표 검찰 고발 △일산 김세권 대표 집 앞 규탄 기자회견 △김세권 대표의 13일 두바이 박람회 출국 전 문제해결 촉구와 출국저지 투쟁 △스타플렉스 해외 바이어 40여곳 상대로 파인텍 노동권 상황 폭로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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