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갔던 농협의 소장이 술자리에서 말을 끊었다는 이유로 부하 직원의 뺨을 때리고 소주병과 의자로 머리를 내리쳤다. 한 회사의 팀장은 책을 던지고, 발로 파티션을 차 쇠뭉치가 흉부를 가격했다.”

“한 회사의 상사는 신입사원에게 흰머리 뽑기, 옥수수와 고구마 껍질 까고 굽기, 라면 끓이기, 안마 등 잡일을 시켰고, 상사가 먹고 남은 음식을 먹으라고 했다. 은행의 새 지점장은 중국집 회식에서 여직원들이 자장면을 먹고 난 그릇에 소주와 맥주를 섞어 술을 마시게 했다.”

“한 연수원에서는 정규직 사원들이 시설관리하는 파견사원을 마치 종 부리듯 했다. 여직원을 노래방, 술집 등으로 데려가 성폭력을 일삼았다. 공공기관 직원이 무기계약직 생리휴가 시 생리대 검사를 했고, 보기에 안 좋다는 이유로 임산부를 폐쇄 병동으로 발령하기도 했다.”

▲ 사진= gettyimagesBank
▲ 사진= gettyimagesBank

직장 내 갑질은 고용형태와 사업장 특성을 막론하고 만연했다. 특히 갑질은 가장 약한 지위에 있는 비정규직과 여성에게 집중됐다.

이에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6일 오후 2만5천 건의 제보 사례를 바탕으로 만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을 앞두고 ‘직장갑질 예방 매뉴얼’과 ‘모범 취업규칙’을 만들어 발표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등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7월부터 시행되지만, 기존 근로기준법은 제2의 ‘양진호’와 ‘송명빈’을 근절하기에 역부족”이라며 매뉴얼을 구축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산재 인정 범위를 넓혀 직장갑질을 줄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직장갑질119는 “기존 근기법은 간접·특수고용 노동자에게는 법 적용이 어려웠다. 특히 소규모 영세사업장에 적용되기 위해 별도의 하위 법령 개정이 필요했다”며 “취업규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 종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고 근무환경을 악화하는 행위를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논란이 줄고 괴롭힘이 줄거나 사라질 수 있다”며 폭행·폭언·모욕·협박·비하·무시·따돌림·소문·반성·강요·전가·차별·사적지시·배제·차단·사직종용·실업급여·사비·업무제외·후원·장기자랑·행사·태움·정보·건의·감시·야근 등 괴롭힘을 총 32종류로 세분화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처벌조항이 없고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할 적극적 의지가 없으면 사실관계 조사조차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법이 시행되기 전 지청마다 ‘직장 내 괴롭힘 전담 부서’를 둬 예방과 조사, 근로감독을 집중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지난 2017년 11월1일에 출범해 현재 150명의 노동전문가와 노무사, 변호사들이 무료로 활동하고 있다. 노노모(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와 민주노총 법률원,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희망법,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사무금용노조 등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오픈 카카오톡과 이메일, 밴드를 통해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제보는 총 2만2810건으로 하루 평균 62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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