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조현병 환자를 왜곡해 방송한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과 ‘여우각시별’에 각각 ‘의견진술’과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의견진술’은 방통심의위 위원들이 방송사업자에게 직접 출석해 보도 경위를 묻는 절차다. ‘의견진술’을 하면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의견제시’는 행정지도 중 가장 낮은 단계로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때 감점을 받지 않는다.

▲ 사진= 지난해 11월28일 방영된 SBS ‘황후의 품격’ 드라마 화면 갈무리
▲ 사진= 지난해 11월28일 방영된 SBS ‘황후의 품격’ 드라마 화면 갈무리

SBS ‘황후의 품격’은 지난해 11월21일 조현병 환자에 편견을 조장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이 드라마는 극 중에서 테러가 발생하자 배우가 “테러범은 조현병 환자였답니다. 망상에 빠져 폐하를 공격한 모양이에요”라고 말한 장면을 내보냈다. 조현병 환자를 곧바로 폭력적인 사람으로 왜곡했다.

‘황후의 품격’은 선정·폭력적 장면도 함께 방송했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11월21일 방영분에서 극 중 남녀배우가 지나치게 스킨십 하는 장면을, 지난해 11월28일 방영분에서 사람의 머리가 레미콘에 잠기도록 손으로 누르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날 방송소위에 참석한 방통심의위원들은 전원의견으로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여당추천 심영섭 위원은 “만약 이 드라마가 19등급이었다면 문제가 없다. 15등급이었고 청소년 보호시간대 재방송했다”고 지적했다. 박상수 위원도 “15세 등급인데 선정·폭력적이고 청소년 보호시간에 방송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SBS ‘여우각시별’에는 행정지도인 ‘의견제시’가 결정됐다. ‘여우각시별’은 지난해 10월1일 방영분에서 조현병을 앓는 31세 남성이 복용해야 할 약을 두고 인천공항 출국장 안으로 들어간 상황에서 극 중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상대는 조현병으로 의심되는 환자고,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요. 혼자 떨어지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 사진= 지난해 10월1일 방영된 SBS ‘여우각시별’ 드라마 화면 갈무리
▲ 사진= 지난해 10월1일 방영된 SBS ‘여우각시별’ 드라마 화면 갈무리

전광삼 상임위원은 “조현병을 앓는 환자를 둔 가족들에 비수로 꽂힐 장면”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드라마 전개상 그런 장면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는 걸 감안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추천 위원들(허미숙·심영섭)도 “드라마의 전반적인 흐름에서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우각시별’은 ‘황후의 품격’과 똑같이 조현병 환자에 편견을 조장하는 방송을 했지만, 방송 이후 제작진이 사과문을 게시한 점도 행정지도 수준의 제재를 받는 데 영향을 미쳤다.

조현병 환자를 왜곡한 방송은 SBS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10월25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는 조현병 환자를 범죄자인 것처럼 편견을 조장하는 방송을 해 법정제재를 받았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승인 심사 때 반영되는 방송평가에 감점을 받는 중징계다.

당시 출연자였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대 남성이 술에 취해 헤어진 여자 친구와 닮았다는 이유로 귀가하는 여고생을 벽돌로 내리친 사건을 두고 대담을 나눴다. 이 과정에서 “이 조현병 문제가 있잖아요. 조현병 환자에 의한 느닷없는 폭행, 이런 사건들이 있거든요”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 다룬 사건은 조현병과 무관하고 조현병이 곧 폭렴 범죄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서 편견을 조장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방송 이후 논란이 일자 채널A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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